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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도 궁합이 있다] 연꽃과 잉어

  • 심형철 박사·국제사이버대학교 한국어교육전공 교수
기사입력 2025.01.29 06:01
  • 새해 첫날 아침 가족끼리 둘러앉아 처음 먹는 음식은 떡국이 일반적이다. 지역에 따라 만둣국을 먹거나 떡국에 만두를 넣어 떡만둣국을 먹는다. 어린 시절 떡국의 양이 너무 많아 남길라치면 다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고 빨리 어른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억지로 그릇을 비웠던 기억이 난다. 

    중국 사람들은 설날 아침상에 물고기 요리가 빠지지 않는다. ‘물고기 요리가 꼭 있어야만 마음이 편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 <연년유여(連年有餘)>1, 작자미상, 목판화 /출처=<그림에도 궁합이 있다>, 도서출판 민규
    ▲ <연년유여(連年有餘)>1, 작자미상, 목판화 /출처=<그림에도 궁합이 있다>, 도서출판 민규
  • <연년유여(連年有餘)>2, 종이오리기 /출처=개인소장
    ▲ <연년유여(連年有餘)>2, 종이오리기 /출처=개인소장

    중국 사람들은 해마다 설날이 되면 대문이나 집안에 길상적인 의미를 담은 그림을 붙인다. 이런 그림을 연화(年畵)하고 한다. 연화는 중국 민간에서 이어져 오는 일종의 채색화로, 행복, 장수, 건강과 안녕, 다산(多産)과 풍요 등을 기원하는 일종의 길상화(吉祥畵)다. 연화는 주로 판화 형식으로 제작되며, 중국의 설날인 춘절(春節) 기간에 붙인다. 판화는 대량생산이 가능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민간에 보급되어 왔다. 이렇게 하여 길상적인 의미를 담은 도상과 주제가 중국 전역에서 공유되었다.

    중국의 연화와 같은 개념의 그림을 우리나라에서는 세화(歲畫)라고 하는데, 신년을 송축하기 위해 왕과 신하들이 서로 주고받던 그림을 가리킨다. 이 세화가 민간에 널리 유행하면서 길상적인 의미의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 그림으로 발전해 왔다.

    연화(年畵)든 세화(歲畵)든 모두 새해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그림이다. 이런 그림 중에 가장 널리 애용되는 그림이 바로 <연년유여(連年有餘)>다.

    <연년유여(連年有餘)> 1을 보면 어린아이가 혼자서는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커다란 물고기를 안고 있다. 그리고 항상 연꽃이 함께 그려져 있다. 연꽃 련(蓮, lián)은 이을 련(連, lián)과 발음이 같고 년(年, nián)과 발음이 비슷하다. 그리고 물고기 어(魚, yú)는 넉넉할 여(餘, yú)와 중국어 발음이 같다. 그림을 읽으면 연꽃 + 연잎 + 있다 + 물고기 = 連年 + 有 + 餘 = ‘해마다 여유로워지다’이다. 

    <연년유여(連年有餘)>2는 그림이 아니라 ‘전지(剪紙)’-종이 오리기- 작품이다. 사진을 보고서는 정말 종이를 오려서 만든 것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도 화려하다. 

    <연년유여(連年有餘)>는 새해 인사로 “부자 되세요!”라는 말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여러분 2025년 “새해 모두 부자 되세요!”

    ※ 본 기사는 기고받은 내용으로 디지틀조선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심형철 박사·국제사이버대학교 한국어교육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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