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작 vs.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기사입력 2015.10.13 16:21
  •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알란 칼손은 자신의 100세 생일에 창문을 넘어 양로원에서 도망친다. 이유는 하나. 자신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기 싫어졌기 때문이다.

    아픈 관절을 이끌고 겨우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알란은 예의 없는 조폭 청년이 맡기고 간 트렁크를 든 채 버스에 오른다. 알란은 우발적으로 조폭 청년의 트렁크를 훔쳤지만,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 들어있는 트렁크로 인해 졸지에 조폭 일당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여기에 100세 생일에 실종된 노인을 찾기 위한 경찰과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며 100세 노인 알란의 기상천외한 수배생활이 시작된다.

  •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알란이 100세 이 전에 겪은 모험담과 100세 이후의 양로원 탈출 사건을 교차해 보여준다. '세상일은 알아서 돌아가게 두는 것이 상책'이라는 신조를 지닌 알란은 매사 무사태평한 태도로 일관하지만, 파시스트 프랑코, 해리 트루먼, 김정일, 마오쩌둥 등 세계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들과 관계를 맺는가 하면, 미국 원자폭탄의 치명적인 결함을 해결하고, 미국과 러시아의 이중 스파이 노릇을 하는 등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계속 굵직한 사건과 연루되게 된다.

    알란이 현대사의 주요 순간마다 자리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우연에 의한 것. 때문에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포레스트 검프’와 비교되곤 하는데, 주인공이 우연한 계기로 주요 세계사에 관여하게 된다는 설정이나 현재와 과거를 교차해 보여주는 전개 방식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란의 삶은 포레스트보다 훨씬 불행하고 풍자적이며, 과거 회사에만 집중하는 ‘포레스트 검프’와 달리 수배자가 된 100세 노인 알란의 현재는 여전히 파란만장하다.

  • 영화 스틸컷
    ▲ 영화 스틸컷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2014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소설의 어마어마한 분량을 2시간 남짓 압축하기 위해 세부적인 이야기는 많이 생략되거나 각색될 수밖에 없었지만, 영화는 소설에 매우 충실하다.

    소설은 인구 9백만인 나라 스웨덴에서 1백만 부 이상 팔리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고, 전 세계 35개국에 번역되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소설은 지루하지 않게 쭉 읽혀나가고 훨씬 다채롭고 세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정서의 차이 때문인지 100세 노인 열풍을 몰고 왔다는 궁극의 재미를 맛보기엔 개인차가 크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소설과 영화 어느 것을 봐도 무관한 작품이지만, 부담스러운 분량의 책보다는 영화를 먼저 본 후에 책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 책이든 영화든 중요한 것은 ‘가만히 앉아서 죽을 날을 기다리느니 모험을 떠나겠다’는 알란의 인생관이 전하는 깨달음이니 말이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