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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기사입력 2015.09.17 14:21
  • “내가 니 모자야? 빌려주게?”

    세상에 황당한 일은 많지만 이보다 황당할 순 없다. 초등학생인 딸 아영이 아빠 태만을 엘리펀트 데이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엘리펀트 데이는 ‘나에게 쓸모없는 물건이지만 다른 사람에겐 쓸모 있을지 모르는 물건을 나누는 날’이다. 아영이 보기엔 9년째 백수로 놀고 있는 아빠가 쓸모없게 여겨졌던 것이다.

    아영의 엉뚱한 행동에 아빠 태만도 담임선생님도 모두 당황하고 있는데, 이번엔 물건을 바꾸지 못한 진태가 태만을 갖겠다며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린다. 아빠를 일찍 여의고 엄마와 사는 진태는 정말 아빠가 갖고 싶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진태의 일일 아빠가 되기 위해 진태를 따라나선 태만은 진태의 엄마가 평소 흠모하던 쇼핑호스트 미연인 것을 알게 되고, 열심히 대리 아빠 노릇을 한다.

  • 철부지 같은 백수 아빠가 영 못마땅한 아영은 아빠를 학교 엘리펀트 데이에 내놓은 것으로 모자라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까지 내놓는데, 세상엔 아빠가 필요한 사람들이 은근히 많았나 보다. 의외로 태만에게 많은 연락이 오니 말이다. 아빠를 빌려준다는 아영의 아이디어는 아빠의 사업 아이템이 되고, 태만은 각각의 사연으로 아빠를 빌리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빌려주며 진짜 아빠가 되어간다.

    아빠를 빌려준다는 엉뚱한 상상만큼 경쾌한 가족성장소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아빠를 빌리는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삶의 애환을 담아내며, 아빠라는 존재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행복의 조건을 되새긴다. ‘아빠 렌탈’이라는 파격적인 소재와 달리 각 에피소드는 조금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함을 잃지 않아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가볍게 읽기 좋다.

  •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2014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원작에 비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유기적으로 엮어가는 원작과 달리 영화는 각각의 에피소드를 나열하기에 바빠 태만의 고민과 성장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 볼 가족 코믹물을 찾는다면 적당한 재미와 감동을 버무려 놓은 영화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수박 겉핥기식으로 원작을 난도질한 영화보다는 이왕이면 더 생각할 것도 많고 감동도 진한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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