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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의 발칙한 야구이야기] '악몽을 떨쳐내지 못하고 소심해진 넥센의 참사' 준플레이오프 2차전

기사입력 2015.10.12 19:50
  • 준플레이오프에서 2경기 연속 홈런포를 쏘아 올린 박동원. 넥센 히어로즈 홈페이지 제공.
    ▲ 준플레이오프에서 2경기 연속 홈런포를 쏘아 올린 박동원. 넥센 히어로즈 홈페이지 제공.
    두산과 넥센의 한국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잠실야구장. 

    갑작스럽게 내린 비는 경기를 약 30여 분간 지연시켰다. 4시 45분에 중단된 경기는 5시 18분에 재개되었지만, 여러모로 두산에 불리해 보인 게 사실이었다. 먼저 선발 투수 장원준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노경은의 어깨가 식었을 경우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게다가 볼 카운트는 풀 카운트. 공 하나의 여유도 없는 상황이었다. 스트라이크에 꽂아넣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내게 된다.

    두산으로서는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무사라는 점도 불길한 부분이었다. 1점 차 박빙의 승부였으니 무사에 주자를 내보낸다는 것은 동점을 허용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노경은으로서는 단 하나의 공으로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는 것은 물론 심리적인 부담까지 극복해야만 했다. 갑작스럽게 내려 경기를 중단시킨 비는 과연 누구의 편이 되어줄 것인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의 하나였다.

    구장이 정리되고 마운드에 선 노경은이 회심의 일구를 던졌으나 넥센 9번 타자 박동원의 몸쪽으로 낮게 들어갔다. 분위기도 어수선한 상황에서 무사에 주자까지 내보낸 노경은으로서는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두산에서는 노경은 대신 함덕주를 마운드에 올렸고 넥센에서는 박동원 대신 발 빠른 대주자 요원 유재신을 1루로 보냈다. 앞서고 있는 두산이나 뒤지고 있는 넥센 모두에게 승부처로 보였다.

    먼저 기선을 제압한 쪽은 두산이었다. 넥센의 톱타자 고종욱이 번트 자세를 취하고도 비교적 좋은 공을 두 개나 그대로 흘려버리면서 투수에게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쫓기는 쪽은 투수가 아니라 오히려 타자였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넥센 쪽으로 미소를 짓는 듯 보였다. 고종욱의 타구가 크게 바운드되면서 처리하기 까다롭게 튀어 올랐다. 급하게 2루수 오재원이 달려들어 보았지만 제대로 잡아낼 수 없었다.

    서건창의 보내기 번트로 넥센은 1사 2루와 3루 득점 기회를 잡았고, 두산은 실점 위기에 몰렸다. 다음 타자는 주장 이택근. 안타 하나면 동점은 물론, 역전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택근이 해내지 못한다고 해도 박병호와 유한준이 뒤를 받치고 있었다. 동점은 당연해 보였고, 역전까지도 기대해볼 만했다. 속된 말로 못 먹어도 고를 외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비가 내리면서 경기가 중단되었고, 무사 1-2루, 1사 2-3루의 상황에서 넥센의 3번, 4번, 5번 타자가 나서 얻어낸 점수는 단 한 점도 없었다. 희생 플라이를 기대했던 이택근의 타구는 내야를 넘지 못했고, 1루가 빈 상황에서 두산 배터리는 무리하게 박병호와 승부하지 않았다. 박병호가 볼넷을 고른 후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유한준은 우익수 방향으로 정직하게 날아가는 플라이에 그쳤다.

    결과론적인 말이기는 하지만 동점을 위한 1점이 시급하고 3루 주자가 발 빠른 대주자 요원인 유재신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넥센은 강공 일변도가 아니라 작전에 의한 스퀴즈를 시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게 만든다. 지난 6월 21일 목동 LG전에서 넥센은 다섯 명의 내야수가 지키고 있던 LG에 스퀴즈로 맞서 끝내기 승리를 얻어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날 넥센 벤치는 상당히 소극적으로 움직였다. 5회 투수 교체 때도 그랬다. 선발 투수 피어밴드가 4회까지 101개의 공을 던지자 5회부터 불펜을 가동한 넥센의 선택은 백전노장 손승락이나 지난해 홀드왕을 차지했던 한현희가 아니었다. 2년 차 신인 하영민이었다. 조상우의 등판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소극적으로 마운드를 운영해야 했고 손승락이나 한현희를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하영민은 첫 타자 박건우를 외야 플라이로 잡아내면서 벤치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장기전이 펼쳐지는 패넌트 레이스가 아니라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이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반 박자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하영민을 믿는 것까지는 좋지만, 활용범위는 제한적이어야 했다. 결국, 볼넷과 안타 두 개를 연속으로 얻어맞은 하영민은 1사 만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고, 급하게 손승락을 올렸으나 상황을 돌이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다고 넥센이 불펜을 아낀 것도 아니었다. 조상우만 안 나왔을 뿐이지 손승락이 2와 2/3이닝 동안 23개의 공을 던졌고 한현희도 8회 말에 나와 17개의 공을 던졌다. 필승조는 필승조대로 쓰고 헛심만 쓴 꼴이었다. 전날 넥센은 조급하게 조상우를 올렸다가 실패한 기억이 있다. 그런 뼈아픈 기억 때문에 다소 소극적으로 경기를 풀어간 것으로 보인다. 2득점이나 3실점 모두 소심이 만들어낸 결과라 할 수 있었다.

    이제 장소를 옮겨 13일부터 목동에서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펼쳐진다. 2연승을 내달린 두산은 한 경기만 더 잡으면 NC가 기다리고 있는 창원으로 달려갈 수 있다. 벼랑 끝에 몰린 넥센은 과연 전열을 정비해서 반격에 나설 수 있을 것인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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