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반

수염 없는 내시는 있어도, 대머리 내시는 없는 이유는?

기사입력 2019.04.10 15:12
  • 영화 ‘역린’에서 정조가 가장 신임하는 내관으로 출연한 정재영
    ▲ 영화 ‘역린’에서 정조가 가장 신임하는 내관으로 출연한 정재영
    조선 시대 궁중에서 왕을 가장 가까이 모시던 남성 관료인 ‘내시(內侍)’는 거세한 남자만이 될 수 있었다. 거세란 남성의 생식기능을 없애기 위해 정소가 있는 고환을 제거하는 것이다. 정소가 없어지면 남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들어 사춘기 이후 나타나는 굵은 목소리, 발모 등 남성 2차 성징이 잘 나타나지 않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내시들이 수염 없는 매끈한 얼굴과 얇은 목소리로 그려지는 이유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영화나 드라마 속 내시들은 목소리가 가늘고 수염은 없을지언정 대머리는 없었다. 남성호르몬 부족으로 수염이 나지 않는 내시에게 대머리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모두 테스토스테론(이하 DHT)이라는 남성호르몬 때문이다. DHT는 주로 정소에서 생성되는 남성호르몬인데, 턱 주변 부위에서는 발모를, 두피 부위에서는 탈모를 촉진한다. 같은 호르몬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신체 부위에 따라 정반대의 작용을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고대 그리스부터 이미 밝혀진 것으로, 히포크라테스는 ‘환관과 여자는 대머리가 없으며 가슴에 털도 없다’고 했다.

    1942년 미국의 해부학자 해밀턴은 불의한 사고로 거세를 당한 사람들을 연구해 거세한 사람은 남성호르몬에 의해서만 진행되는 유전적 요인에 의한 대머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 사춘기 이전에 거세한 사람은 수염이 자라지 않지만, 사춘기 이후에 거세했다면 원래 있는 정도의 수염이 유지되거나 머리카락이 가늘어진다는 것도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이 밖에 신체 부위별 발모는 서로 다른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염과 머리카락은 남성호르몬 DHT의 영향을 받지만, 겨드랑이나 음부 등의 발모는 부신에서 분비되는 남성호르몬 DHEA의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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