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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AI 전성기 유지하려면 양자 컴퓨팅이 발전해야 하는 이유

기사입력 2024.07.09 12:19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AI 계산량, 양자 컴퓨팅이 해답
  •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 AI 계산량을 양자 컴퓨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 AI 계산량을 양자 컴퓨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이 지금처럼 전성기를 지속 유지하기 위해선 양자 컴퓨팅 기술 발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AI 몸집이 계속 커지면서 필요한 계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양자 컴퓨팅 기술 발전이 뒤따라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AI는 계속 커지고 있다. 초거대 AI, 이른바 파운데이션 모델 발전으로 모델을 학습하고 최적화하는 데 필요한 계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이 2018년 33억 개 토큰을 학습하고 3억 4000만 개 파라미터를 보유한 ‘버트(BERT)’를 출시한 이후 파운데이션 모델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구글에 2021년 10월 공개한 ‘패스웨이’는 당시 7800억 개 토큰을 학습하고 4300억 개 파라미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AI가 몸집이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전력을 많이 소모하고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인이 사람보다 더 많은 양의 밥을 먹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엠마 스트루벨(Emma Strubell) 미국 매사추세츠대 교수 연구진이 2019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구글이 초거대 언어모델 버트를 학습시키는 동안 438lb(약 652㎏)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켰다. 비행기가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왕복으로 오갈 때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이다. 미국 전국에서 달리는 자동차 평균 배출량의 약 5배에 해당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AI는 전기뿐 아니라 물 사용량 문제도 안고 있다. 캘리포니아대 연구에 따르면, 오픈AI의 챗GPT는 약 50개의 프롬프트를 사용할 때마다 0.5리터의 물로 시스템을 냉각해야 한다. 서버에서 과도하게 열을 발생시키면서 이를 식히기 위해 물을 지속 뿌려야 한다. AI가 전기와 물을 많이 사용하면서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AI 모델은 당분간 지속 몸집을 부풀려 나갈 전망이다.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많고, 이미지, 영상 등 추가해야 할 모달리티가 많다. 사용자는 더 정교하고 높은 정확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에 맞춰 AI 모델은 더 정교해지고 커져야 한다.

    양자 컴퓨팅은 AI 가진 환경 문제를 풀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꼽힌다. 고전적인 컴퓨터는 정보 처리 최소 단위로 0과 1을 사용한 1비트를 사용한다. 데이터를 연산할 때 저장소의 상태가 0과 1중 한 가지만 존재해야 하는 방식이다. 양자 컴퓨팅은 다르다. 정보 처리 최소 단위로 0과 1 상태가 섞인 ‘큐비트(Quantum bit)’를 이용한다. 양자 역학에서 빛과 물질이 입자이자 파동인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0과 1의 상태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양자 중첩현상’을 활용해서다. 이 때문에 양자 컴퓨팅은 고전적인 컴퓨터보다 훨씬 빠르게 데이터를 연산할 수 있다. AI 모델이 커져도 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양자 컴퓨팅도 숙제가 많다. 가장 큰 숙제는 잡음(노이즈) 제거다. 양자 컴퓨팅은 계산을 빨리하지만, 상당 부분이 잡음이어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속도는 증명됐지만, 아직 신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이에 양자 오류 완화 기술 개발에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를 만나 양자 컴퓨팅의 한계와 개선점, AI 분야 활용 가능성 등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안도열 서울시립대 교수는 양자 컴퓨팅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잡음 현상을 해결하려는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안도열 서울시립대 교수는 양자 컴퓨팅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잡음 현상을 해결하려는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AI 모델 발전으로 인한 환경 문제 해결책으로 양자 컴퓨팅이 꼽힌다.

    “AI 모델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모델이 커진다는 건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컴퓨팅 자원을 요구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 국가 기관에 방문했을 때 슈퍼컴퓨터가 2층 전체에 꽉 차 있었다. 컴퓨터가 계속 가동하기 때문에 열이 발생한다. 그러면 또 그 열을 식히기 위해 에어컨 등을 활용해 계속 냉방을 시켜야 한다. 컴퓨터, 에어컨 등에서부터 이미 막대한 전기가 사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또 모델이 커진다는 건 컴퓨터 연산이 많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AI는 갈수록 연산량이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연산 처리에 발생하는 전력 소모도 늘어나는 것이다. 양자 컴퓨팅은 같은 연산을 더 적은 에너지로 수행할 수 있어,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다중 물리 시뮬레이션에 양자 컴퓨팅을 접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다중 물리 시뮬레이션에 양자 컴퓨팅을 사용하는 것은 고전적인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어떤 장점이 있나.

    “다중 물리 시뮬레이션은 유체 역학, 열전달, 화학 반응 등 여러 물리적 현상을 동시에 시뮬레이션하는 것을 뜻한다. 복잡한 비선형 방정식을 풀어야 하며, 많은 계산 자원이 필요하다. 현재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유한요소법(FEM)이다. 이 방법은 비선형성이 크거나 난류 같은 복잡한 현상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특히 비선형성이 강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연산 시간을 필요로 한다. 전력 소비와 같은 환경 문제와 연관된다. 이에 반해 양자 컴퓨팅은 큐비트의 병렬 연산을 통해 FEM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비선형 문제를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고 연산에 훨씬 적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LLM에 양자 컴퓨팅을 사용해야 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 최근 신약 개발 속도를 AI로 빠르게 높이고 있다. 양자 컴퓨팅을 활용하게 되면 속도는 더 빨라지고 효율성도 커질 것 같다.

    “맞다. 신약 개발을 하려면 분자 구조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50개 분자를 시뮬레이션한다면 기본적으로 필요한 메모리 수가 2의 50승이다. 1조 개 정도다. 전 세계 칩을 다 모아도 안 된다. 그런데 양자 컴퓨팅은 50큐비트면 된다. 물론 잡음 없이 된다는 조건에서다.”

    - 양자 컴퓨팅 잡음 문제가 심한 것으로 안다. 잡음 문제는 왜 생기나.

    “큐비트는 외부 자극이 조금이라도 가해지면 출력값이 다르게 나온다. 외부 환경에 공기 움직임, 잡음 등이 있어선 안 된다. 양자 컴퓨터가 영하 270도에 이르는 극저온 상태에 있는 이유다. 실온에서는 공기 중으로 떠돌아다니는 미세 입자, 바람 등으로 큐비트를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 이 잡음 문제를 고치는 것은 최근 5~6년간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 계속 관심을 받아왔다. 개인적으로도 이쪽 연구를 꽤 오래전부터 진행해 왔다.”

    - 양자 컴퓨팅의 잡음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 가능할까.

    “많은 연구가 되고 있다. 현재 20큐비트까지는 잡음을 제어할 수 있게 됐다.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제어할 수 있는 큐비트 수가 상당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 5년 정도 후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2020년에 양자 알고리즘 최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는데 최종으로 선정된 바 있다. 또 양자 컴퓨팅과 고전 컴퓨팅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사용도 많아지고 있다. 이처럼 많은 연구자가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 양자 연구가 빠르게 발전한 이유는 개발 도구의 발전 영향도 있을 것 같다.

    “맞다. 대표적인 도구로는 ‘아마존브라켓(AmazonBraket)’이 있다. 이 도구는 양자 컴퓨팅을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보통 컴퓨터는 C언어가 있다. 일명 기계어로 입력한다. 양자 컴퓨터를 이해하게 하는 언어도 있다. 양자 회로다. 아마존브라켓은 우리가 알고리즘을 짠 내용을 양자 컴퓨터가 알 수 있게 변환한다. 파이선 언어를 양자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자동 변환해준다. 이 과정을 상당히 직관적으로 할 수 있게 잘 만들었다. 우리 학생들도 잘 사용하고 있다.”

    - 아마존브라켓과 같은 도구 발전은 양자 컴퓨팅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나.

    “크게 준다. 개발 인터페이스가 바뀐다. 사람들은 양자 컴퓨팅을 사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 생각을 바꿔줄 수 있다. 과거 컴퓨터는 지금과 달랐다. 일명 도스(DOS) 컴퓨터였다. 지금처럼 마우스 몇 번 클릭으로 필요한 기능을 실행할 수 없었다. 아마존브라켓과 같은 도구는 이처럼 인터페이스를 크게 바꿀 수 있는 도구다. 지금의 윈도와 같은 단계는 아니지만, 중군 단계까지 잘 돼 있다. 연구자들이 양자 컴퓨터를 직접 구동하기 위한 기능을 제공한다.”

    - 앞으로 어떤 연구를 진행할 계획인가.

    “다중 물리 시뮬레이션 관련 연구는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여기서 파생해 심혈관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심장 판막에서 대동맥으로 나오는 혈류를 시뮬레이션해서 심장 질환의 이유를 찾고 심장 판막 수술을 할 때 미리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그런 연구를 시작했다. 하반기쯤 관련 논문을 쓸 예정이다.”

    - 한국이 양자 컴퓨팅 분야 강국이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양자 컴퓨팅은 단기간에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지난해 정부 주관으로 양자 컴퓨팅 분야 펀드를 만들려고 했는데 투자회사들의 참여율이 낮았다. 보통 5~8년 정도에는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양자 컴퓨팅 분야는 리스크가 있어서다. 이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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