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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독일 DH 5조 빅딜로 기업가치 15만배↑…독과점 대한 공정위 판단은?

기사입력 2019.12.17 10:14
합병후 식당 주인들 독과점 시장서 수수료 상승분 전가
결국 중국집, 김밥집 등 음식값 상승, 소비자에게 전가
독일기업들 국제법 운운 규제회피 가능성
배달앱 점유율 1~3위 한식구…배달앱 시장 독점에 수수료 인상 우려
  • 국내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에 5조원대에 매각되면서 화제다. 이번 인수합병(M&A) 규모는 국내외 제조업을 포함해도 메머드급이다. 최근 인수합병 시장의 최대어로 불린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아시아나항공 인수액 2조 원의 2배를 훌쩍 넘긴 금액이다. 하찮게 여겨지던 배달 벤처기업이 항공사의 2배가 넘는 인수액의 빅딜을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국내시장 전체를 독과점하면서 음식 값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3일 DH 최고 경영진과 만나 이같은 내용의 계약서를 서명했다.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다. 2011년 3000만원이었던 우아한형제들의 기업 가치는 10년 만에 15만7000배나 수직상승했다.

    배달앱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을 운영하는 DH가 업계 1위 '배달의 민족'까지 인수하면서 사실상 시장의 독점적 지배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은 우아한형제들이 55.7%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요기요와 배달통의 점유율은 각각 33.5%, 10.8%을 기록했다. DH는 인수 후에도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을 분리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인수로 한국 시장 성공 노하우와 DH의 기술력 및 글로벌 시장 진출 경험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DH는 유럽, 아시아, 중남미, 중동 등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온라인 음식 배달 서비스를 운영 중인 글로벌 선두 업체다. 양사는 효과적인 배차, 주문 정확도를 높이는 시스템 등 전반적으로 운영의 고도화·효율화를 꾀할 예정이다. 배달 앱 효율성 향상으로 고객 편의성을 개선시켜 주문 증가 등으로 이어지게 할 방침이다.

    ◇ 가맹점주들 "배달앱 시장 독점에 수수료 인상 우려"

    배달앱 1~3위가 한식구가 됐다는 소식에 자영업자들과 소비자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합병 후 수수료 인상에 대한 우려가 크다.

    현재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는 다른 방식으로 가맹점들의 수수료를 받아왔다. 배달의 민족은 한달에 8만8000원(부가세 포함)을 받고 소비자에게 상호와 배달 예상 시간 등을 노출하는 ‘울트라콜’이라는 광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개수수료 대신 광고료를 받는 식이다. 반면 요기요는 중개수수료 중심이다. 주문 한건당 매출의 평균 12.5%를 수수료로 받아왔다. 요기요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에는 이보다 낮은 수수료율로 계약을 맺는다.

    음식점들의 배달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사실상 배달 시장의 독점 상태에 놓이게 되면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자영업자들은 보고 있다.

    영등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허모씨는 "배달의 민족에 매월 8만8000원을 내고 광고를 하고 있다"며 "배달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번 인수합병으로 수수료와 배달대행료도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쟁의 약화로 소비자 혜택이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의 점유율 다툼 속에 그간 다양한 할인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실제로 요기요는 올해 배달의 민족을 잡기 위한 승부수로 정기 할인 구독 서비스인 ‘슈퍼클럽’을 론칭했다. 이에 맞서 배달의 민족은 3000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더하기쿠폰’ 5개를 1100원에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사가 한식구가 되면서 이러한 마케팅 경쟁은 사라질 것이란게 중론이다.

    ◇ 사실상 배달시장 독점…공정위의 결정은?

    우아한형제들과 DH의 실질적인 합병은 공정위의 문턱을 넘어야 가능하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이 M&A 등 기업결합을 추진할 경우 반드시 공정위 심사를 거쳐야 한다. 공정위가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기 위한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플랫폼 기업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기업결합 심사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공정위 심사에서 핵심 쟁점은 독점 여부가 될 전망이다. 두 회사가 합병을 하게 되면 사실상 국내 배달앱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 독점은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기업결합은 금지한다는 것이 공정위 원칙이다. 이번 인수가 공정위 심사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높은 시장점유율 자체가 공정거래법 위반은 아니지만 기업결합으로 독과점 시장이 형성된다고 판단되면 공정위는 기업결합 ‘불승인’을 명령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배달앱 시장에 독점 체계가 형성되면 현재 자영업자들이 부담하는 10% 이상인 배달 수수료가 두 배가량 치솟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쟁이 약화되면 수수료 협상 등에서 자영업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배달앱 업체가 자영업자에게 받는 수수료를 인상하면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공정위가 시장점유율 50% 이상 기업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분류, 다른 기업보다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는 것도 독과점에 따른 이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서다.

    공정위가 이번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이 같은 ‘경쟁 저해성’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이다. 양사는 인수합병 뒤에도 현 상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공정위가 DH의 독점 구조를 어떤식으로 판단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이외에도 공정위는 합병이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상 등으로 피해를 입힐 수 있는지, 경쟁사 수가 줄어들면서 담합이 이뤄질 수 있는지 등도 살펴볼 것으로 보여진다. 기업결합 심사는 최소 3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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