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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야 산다]정유사①탈석유 시대…배터리·석유화학서 수익 창출

기사입력 2020.10.08 06:00
SK이노, 제2의 반도체 '배터리' 투자 확대…글로벌 시장 점유율 6위까지 올라
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대규모 화학 설비 투자 '속속'
  • SK이노베이션 전기차용 배터리 셀/SK이노베이션 제공
    ▲ SK이노베이션 전기차용 배터리 셀/SK이노베이션 제공

    국내 정유사들이 전례없는 위기를 맞으면서 생존을 위해 비정유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국제 유가 등 변동성이 큰 정유업에서 벗어나 미래 신성장동력이자 제2의 반도체로 꼽히는 배터리와 더불어 석유화학 사업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7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8월까지 글로벌 시장에 판매된 전기자동차 배터리 점유율 순위에서 LG화학(1위), 삼성SDI(4위)에 이어 6위에 올랐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배터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서산 제2배터리공장 4~5호기 증설을 마무리하면서 국내 배터리 생산능력을 4.7GWh(기가와트·시)까지 확대했다.

    아울러 미국, 헝가리, 중국 등의 신규 설비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올 초 헝가리 코마롬과 중국 창저우에 각각 7.5GW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완공했으며 미국 조지아주에는 약 3조원을 들여 2023년까지 공장 두 곳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주력 사업인 정유·화학이 장기간 영업환경이 어려워 지면서 배터리 사업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다.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정유 사업은 글로벌 경기와 국제 유가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해 대규모 손실 위험으로 불확실성이 크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코로나와 유가 급락으로 인해 1조7752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유4사의 1분기 영업적자는 4조원에 달한다.

    반면 배터리 사업은 공장 건설 등 초기 투자 비용이 높지만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라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연평균 25%씩 성장해 2025년에는 1600억달러(약 186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배터리 사업에 힘을 쏟는 이유다.

  • GS칼텍스 여수공장/GS칼텍스 제공
    ▲ GS칼텍스 여수공장/GS칼텍스 제공

    코로나와 유가 하락 등 정유업황이 불안정해지면서 정유사들의 화학사업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GS칼텍스는 2조7000억원 투자해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 약 43만㎡ 부지에 올레핀 생산시설(MFC)을 건설 중이다. 이 시설은 연간 에틸렌 70만 t, 폴리에틸렌 50만 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내년도 상업 가동이 목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정유업은 증설 지속 및 항공유 수요 회복 지연으로 부진한 시황이 지속돼 회복 속도가 더딜 것"이라며 "올레핀 생산시설 이후 화학부문 실적이 GS칼텍스 실적 회복에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현대케미칼 생산공장 전경/현대케미칼 제공
    ▲ 현대케미칼 생산공장 전경/현대케미칼 제공

    현대오일뱅크도 롯데케미칼과의 합작법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2조7000억원 규모의 중질유 분해설비(HPC)를 짓고 있다. 2021년 기계적 준공, 2022년 가동이 목표다.

    이 설비는 나프타뿐 아니라 잔사유나 중질유, 액화석유가스(LPG)까지 분해할 수 있는 시설이다. 연간 폴리에틸렌 75만톤, 폴리프로필렌 40만톤을 생산할 예정이며, 기존 나프타분해시설(NCC) 대비 원가 경쟁력이 높아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또 휘발유 첨가제에 쓰이는 MTBE를 직접 생산하기 위해 MTBE 공장 신설에 880억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2018년 말 4조8000억원을 투자해 잔사유고도화시설(RUC)올레핀다운스트림(ODC)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저부가가치 잔사유를 휘발유와 프로필렌으로 전환하고 이를 다시 처리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으로 생산하는 시설이다. 에쓰오일은 2024년 완공을 목표로 7조원 규모의 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SC&D) 추진을 남겨둔 상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최근 잇따라 석유화학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며 "석유 제품의 수요 감소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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