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온라인플랫폼 급성장 속 위조상품도 증가… 실질적 대응 방안 필요

기사입력 2024.08.29 16:56
위조상품 피해 사례 증가하지만 대응 방안은 ‘미비’
온라인 플랫폼사 위조상품 방지 노력하지만 역부족 지적
실효적인 위조상품 유통방지 대책이 시급한 시점
  • 이달 초, A씨(40대.여)는 평소 사용하던 OO 화장품을 O사의 오픈마켓에서 구매했다. 하지만 배송된 제품은 사용하던 제품과 라벨의 폰트가 미세하게 달랐다. A씨는 판매자에게 문의하려 했으나 이미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한 상태였다. 소액이라 제품을 버렸지만, A씨는 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매한 후 비슷한 경험을 했다. B씨는 동일한 제품을 두 개 주문했으나, 두 제품의 색상이 서로 달라 진품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에 판매자에게 “제품 밑바닥에 적힌 제조 번호가 서로 다를 수 있나요?”라고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고, 다른 리뷰에서 “이거 짭(가품)이에요”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 온라인플랫폼의 오픈마켓에 올라온 화장품 제품의 리뷰 내용 일부 화면 캡쳐.
    ▲ 온라인플랫폼의 오픈마켓에 올라온 화장품 제품의 리뷰 내용 일부 화면 캡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위조상품의 유통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8% 이상 증가하며 227조 원을 돌파,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위조상품의 유통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온라인에서 거래된 위조상품은 41만 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은 네이버, 쿠팡, 11번가, G마켓, 옥션, 티몬, 위메프 등 국내 온라인 플랫폼사의 오픈마켓에서 거래되었다.

    이처럼 위조상품의 증가가 지속되고 있지만, 책임 소재는 불분명하다. 온라인 플랫폼사는 통신판매중개업자라는 이유로, 입점 판매자가 등록한 상품과 거래 정보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는 플랫폼을 신뢰하고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불신감을 조성하는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위조상품 피해 사례 증가하지만 대응 방안은 ‘미비’

    온라인 쇼핑은 오프라인보다 저렴하고 편리하여 성장하고 있지만, 위조상품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우리기업 상표를 침해하는 전 세계 위조상품 무역 규모는 11조원(2021년 기준)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수출액의 1.5%에 해당하는 규모로 실효적인 위조상품 유통방지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온라인 거래의 특성상 정품과 가품을 구분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한 판매자들로 인해 피해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는 제품을 직접 보지 못하고 쇼핑몰 내 제품 사진, 구매자 후기, 판매자 설명만으로 제품을 구매한다. 이러한 허점을 노린 위조상품의 유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발생한 위조상품 피해는 소비자가 신고해야만 사후 조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위조상품을 판매한 판매자의 잘못뿐만 아니라 이를 중개하는 온라인 플랫폼사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 온라인 플랫폼사의 위조상품 방지 시스템 구축… 하지만 ‘역부족’ 지적

    온라인 쇼핑의 위조상품 유통이 증가하자 온라인 플랫폼 업계는 이를 막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지난해 5월 네이버, 쿠팡, 롯데온, 11번가 등 국내 주요 온라인 플랫폼사는 자율 규제 방안을 발표하며 오픈마켓 소비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안을 공개했다. 소비자에게 돈을 받고 상품을 보내지 않거나, 가품을 진품으로 속여 파는 판매자를 잡아내겠다는 취지다.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쿠팡은 자체적 전담 인력을 구성하고, AI 기술을 활용한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위조상품 등록 빈도가 높은 상품은 등록 전 판매자의 유통 이력을 확인하거나 AI 기술을 활용해 위조상품 여부를 판별하고 있다. 또한, 브랜드 및 지식재산권 보호 세미나 등 외부와 협력을 통해 다양한 해결책 모색하고 있다.

    네이버는 위조상품 등록을 사전 차단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관련 판매자 재가입을 탐지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상품 정보, 판매자 정보, 구매자 리뷰 등에서 특이점과 패턴을 분석해 위조상품을 자동으로 탐지하는 방식이다.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판매자는 즉시 퇴점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시스템으로는 위조상품 판매를 완전히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예를 들어 적발된 판매자가 다른 사람의 계정으로 다시 가입하여 상품을 판매하는 것까지 막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입점 브랜드사 관계자는 “한국 제품이 해외에서 인기있는 이유는 높은 품질과 철저한 관리로 인한 신뢰성 덕분”이라며, 위조상품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은 그 신뢰를 깨뜨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위조상품은 소비자에게 위험할 수 있으며, 브랜드 인지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업자와 해외 물류처에 대한 철저한 확인과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위조상품 근절 위한 법적 규제 필요성 대두

    위조상품이 증가하면서 근절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사가 대응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지만, 보다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가품 판매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국회에서는 온라인 쇼핑 거래 시 위조상품을 유통한 플랫폼에 책임을 묻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었다. 이 법안은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가품 판매·유통에 대한 플랫폼 업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 등은 지난달 19일 ‘상표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오픈마켓에서의 위조상품 판매는 상표권 및 전용사용권의 명백한 침해행위로, 기업이 수십 년간 쌓아온 브랜드 정체성을 훼손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무너뜨려 중소 영세업체를 도산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플랫폼사는 위조상품 판매를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한 노력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통신판매중개업자는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위조상품이 거래되는지 상시 모니터링하고, 상표권 또는 전용사용권 침해가 발생할 경우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계정을 영구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역시 통신판매중개업자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위조상품 판매와 같은 부정경쟁 행위가 발생하는지 상시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 구축과 부정경쟁 행위가 의심되는 판매업체의 상품 판매 및 계정 사용의 일시 중지를 즉시 조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한의 규제가 아닌 최대한의 규제로 입점업체와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이번 법안으로 위조상품 판매 근절과 실질적인 제도적 변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은 과거 단순히 제품 판매를 제공하는 공간에서, 현재 그 영향력과 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했다. 이에 정부와 온라인 플랫폼사는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위조상품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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