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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한 접전이었어야 했다. 끝날 때까지 승자도 패자도 알 수 없는 경기였어야 했다. 안타 수 9:11과 볼넷 수 3:2가 말하듯이 종반까지 긴장을 풀 수 없어야 했다. 하지만 최종 스코어는 7:0. 기록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그것도 안타를 적게 친 팀이 더 많이 친 팀을 무려 일곱 점 차로 눌렀다.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1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한국 프로야구(KBO 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LG는 예상대로 소사를 내세운 반면 넥센은 예상과 달리 맥그레거를 내세웠다. 기아와 와일드카드 2차전을 치르는 동안 허프와 류제국을 써버린 LG로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데 비해서 첫 경기를 치르는 넥센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다양했었다.
넥센이 1차전 선발 투수로 에이스 밴헤켄이 아닌 맥그레거를 선택한 데는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다. 하나는 기아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면서 지켜본 LG의 타선이 위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LG를 상대로 맥그레거를 내세워 1차전을 잡은 후 밴헤켄으로 2차전까지 잡겠다는 심산으로 보였다. 한마디로 LG가 만만해 보였다는 말이다.
그럴 만도 한 게 기아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LG는 2경기 동안 3점을 뽑아내는 데 그쳤다. LG는 무승부로만 마쳐도 플레이오프에 오르게 되는 1차전에서 지면서 2차전까지 치러야 했고 결국 9회말에서야 김용의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간신히 기아를 물리칠 수 있었다. 그런 팀을 상대로 밴헤켄을 내는 것은 일종의 사치일 수도 있었다.
1회 LG가 먼저 선취점을 얻어냈지만 넥센도 곧바로 1사 만루의 득점 기회를 잡았다. 동점은 물론이고 역전까지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믿었던 김민성이 병살로 물러나면서 득점에 실패했고, 4회에도 무사 1, 2루에 이어 1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으나 박동원과 임병욱이 각각 3루수 파울플라이와 삼진으로 돌아서 추격에 실패하고 말았다.
반면 1회 히메네스의 1루수 땅볼로 1점을 먼저 뽑은 LG는 5회 1사 2, 3루에서 김용의의 2루타로 2점을 추가했고, 박용택의 적시타로 1점을 더 달아났다. 6회에도 선두 타자 오지환의 안타와 채은성의 2루타, 정상호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추가했고, 8회에도 박용택의 적시타로 1점을 보태 7:0으로 달아나기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넥센이 만만하게 봤던 LG는 응집력을 발휘해 9개의 안타와 사사구 3개, 상대 실책 1개로 7점을 뽑았으나 1차전 승리를 장담했던 넥센은 11개의 안타와 2개의 사사구로 단 한 점도 뽑지 못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1차전을 잡고 밴헤켄을 내세워 2차전까지 잡겠다는 넥센의 계산은 1차전도 놓치고 밴헤켄을 내세웠다가 2차전까지 내주는 최악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야말로 자승자박이다.
- 김도광 unm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