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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등 고형암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 ‘대변 이식’으로 높인다

기사입력 2024.08.07 14:51
  • 국내 연구팀이 간암, 위암, 식도암 등 전이성 고형암 환자의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대변 이식으로 높일 수 있음을 확인한 임상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 박숙련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전이성 식도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 박숙련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전이성 식도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면역항암제 치료는 최근 표준 항암 치료법 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지만,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암종의 약 20~30% 환자에게서만 치료 효과가 나타나며, 그중 대부분은 면역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암이 재발해 면역항암제 내성 극복이 중요한 과제였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박숙련 교수·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박한수 교수팀(이하 연구팀)은 면역항암제 내성이 생긴 간암, 위암, 식도암 등 4기 고형암 환자 13명을 대상으로 면역항암제 치료에 최소 6개월 이상 암이 완전 관해, 부분 관해 상태를 보이는 환자의 대변을 이식하고 면역항암제 치료를 다시 실시했다.

    연구팀은 대변 이식 전 수혜자에게 경구 항생제를 투약해 장내 미생물을 제거한 후, 공여자의 대변에서 미생물만 분리해 대장 내시경을 통해 이식했다. 이후 면역항암제 치료를 실시하며 6~8주마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 암 상태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전이성 간암 환자 1명은 대변 이식 후 암 크기가 48%가 감소하는 부분 관해가 나타났으며, 대변 이식 전 백만 ng/ml 이상까지 증가했던 간암 종양 표지자 검사(AFP) 수치가 대변 이식 후 3천 ng/ml로 감소했다. 5명의 전이성 암 환자는 대변 이식 후 더 이상 암이 진행되지 않았으며, 면역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암이 진행한 환자 13명 중 거의 절반의 환자에게서 면역항암제 효과가 다시 나타났다.

    연구팀은 치료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 원인을 찾기 위해 대변 이식 후 장내 미생물 구성 변화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높이는 새로운 균주를 최초로 발견하고 ‘프레보텔라 메르대 이뮤노액티스’로 이름을 붙였다. 또한 ‘박테로이데스 플레비우스’ 균과 ‘락토바실러스 살리바리우스’ 균은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억제하는 유해균이라는 사실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악성흑색종 이외의 전이성 고형암 면역항암제 치료에 있어서 대변 이식의 임상적 효과를 밝힌 세계 최초의 연구라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될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의 자매지인 ‘셀 호스트 앤 마이크로브(Cell Host & Microbe, IF=20.6)’에 최근 게재됐다.

    박숙련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이번에 새롭게 발견한 면역항암제 유익균 ‘프레보텔라 메르대 이뮤노액티스’와 사람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함께 배양한 결과 T세포에서 나오는 면역반응 물질인 인터페론감마가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종양 마우스 모델을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도 이 유익균과 면역항암제를 같이 적용했을 때 암 크기가 50% 이상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면역항암제에 내성이 생기면 적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어지는 것과 같은데, 면역항암제 내성 극복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해 장내 미생물 연구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한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앞으로 장내 미생물 조합과 암 면역 반응 최적화 연구를 통해 암 치료 결과를 향상할 수 있도록 유익균을 높이고, 유해균을 낮추는 최적의 미생물 군집 연구 개발을 지속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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