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인구 절벽 시대] 출산율 ‘0.78’, 발등에 불 떨어진 대한민국

기사입력 2023.09.11 06:00
  • 최근 국내 합산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 15년간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8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효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정책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대책은 무엇이고, 어떤 부분에서 비판받는 걸까? 정부가 제시한 주요 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사진 제공=픽사베이
    ▲ 사진 제공=픽사베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78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인 1.59와 비교해 매우 낮은 수치이며, 2012년 한국 출산율 1.30명과 비교해도 약 0.52명 감소한 수치다.

    통계청은 국내 인구가 2023년 5천 2백만 명에서 2041년에는 4천만 명대로 진입할 것으로 봤으며, 2070년에는 3천 8백만 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세계 인구는 2023년 80억 5천만 명에서 2070년 103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봤다.

    그동안 출산 및 육아에 필요한 자금을 국가가 보태겠다는 명목으로 아이 출산 시 축하금을 지급하는 등 이른바 ‘현금 살포’ 제도가 쏟아졌지만, 2017년 1.05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2021년 0.81명, 지난해에는 0.78명까지 급감했다. 출산과 관련한 현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기가 한정적이고, 한 가정에서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수반되는 비용 부담은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약속

    지난 3월 28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는 회의를 열고 저출산 관련 4대 추진전략과 5대 핵심 분야로 구성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추진방향 및 과제’를 발표했다.

    이번 과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정부는 정책 수요와 연관성·효과성·체감도 등을 함께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가 우리 아이들을 확실하게 책임진다는 믿음과 신뢰를 국민에게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출산, 육아를 하기에 좋은 문화가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정책만을 가지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현행 제도를 점검해서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우리 문화 전반의 변화를 위한 민간의 동참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 사진 제공=대통령실
    ▲ 사진 제공=대통령실

    정부가 발표한 4대 추진 전략은 ▲선택과 집중 ▲사각지대·격차 해소 ▲구조개혁과 인식 제고 ▲정책 추진 기반 강 강화 등이며, 5대 핵심 분야로는 ▲촘촘하고 질 높은 돌봄과 교육 ▲일하는 부모에게 아이와 시간을 ▲가족친화적 주거 서비스 ▲양육비용 부담 경감 ▲건강한 아이, 행복한 부모 등이 있다. 저출산위는 3월에 발표한 5대 핵심분야 내용을 재구조화해 그 결과를 연말 내에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저출산 극복을 위해 올해 편성된 14조 원보다 25% 이상 증가한 17조 59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보다 2.8% 증가한 656조 9천억 원으로 ‘초긴축 편성’에 들어간 전체 예산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인상이다.

    발등에 불 떨어졌지만… “대책 실효성 떨어진다”는 지적 多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에 발표한 개혁안이 ‘실효성 없는 대책’,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발표된 개혁안의 내용이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수립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중 일부를 뽑아내 이른바 ‘재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당 초저출생·인구위기대책위원회는 “’0.78의 인구쇼크’라는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개혁안을 비판하는 이들은 이번 정부가 지속해서 ‘건전재정’을 강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해소를 위한 현금성 지원 정책은 오히려 확대 중이라는 점을 대표적인 예로 꼽고 있다. 정부는 만 0~1세 아동을 둔 부모에게 주는 부모급여를 만 0세 기준 월 70만 원에서 월 100만 원으로, 만 1세 기준 월 35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저녁 8시까지 학교에서 어린이를 돌봐주는 ‘늘봄학교’ 등의 서비스는 부모에게도, 교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학교는 돌봄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이며, 가정에서 안정적으로 돌봄을 제공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으로 제시된 현행 제도로는 출산율 하락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도 다수다.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는 일자리, 주거 비용, 양육 비용 등의 경제적 요인과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노동 환경, 여성의 사회 진출 비율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적으로 부과되는 가정 내 돌봄 부담에 관한 사회적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보다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청년층이 출산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출산율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지는 다음 편에서는 현행 저출산 대책을 주거와 양육‧돌봄 등의 분야로 나누어 대책 실효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이에 대한 개선점은 무엇일지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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