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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도 궁합이 있다] 대추와 밤

  • 심형철 박사·국제사이버대학교 한국어교육전공 교수
기사입력 2024.04.24 10:21
어린아이 웃음소리가 듣고 싶다
  • “화창한 봄날에 코끼리 아저씨가 가랑잎 타고서 태평양 건너갈 적에 고래 아가씨 코끼리 아저씨 보고 첫눈에 반해 스리살짝 윙크했대요.”

    코끼리 아저씨와 고래 아가씨가 결혼한다는 봄, 어김없이 청첩장이 날아든다. 바뀐 건 청첩장이 모바일로 온다는 점이다. 코로나 시기에는 청첩장을 적게 받았지만, 최근에는 받는 청첩장이 늘어나고 있다. 결혼하는 사람은 적지 않은데, 저출산 문제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한때 출산율이 너무 높아 회자되었던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는 표어가 먼 나라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아래 작품은 판화 <대추와 밤>, 그리고 전통 그림 <원추리>다.

  • (왼쪽) 그 상상력의 힘, 노트북 <대추와 밤> (오른쪽) 의남초(宜男草), 김용진
    ▲ (왼쪽) 그 상상력의 힘, 노트북 <대추와 밤> (오른쪽) 의남초(宜男草), 김용진

    지금은 전설이 되어가고 있지만 결혼식이 끝난 후 폐백을 올렸었다. 현대식으로 해석하면 신랑과 신부가 집안 어른들을 일일이 찾아뵙지 못하니 예식장에서 만난 김에 한꺼번에 인사를 드리는 절차인 셈이다. 신랑과 신부가 어른들께 큰절을 올리면, 어른들이 덕담하면서 폐백상 위에 있는 대추와 밤을 집어 던져주고 신부는 치마폭에 받았다. 

    신부에게 대추와 밤을 주는 이유를 대부분 ‘자식을 많이 낳으라’는 뜻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차이가 있다. 한자로 대추는 조(棗)이고, 밤은 율자(栗子)다. 이때 대추 조(棗, zǎo)는 이를 조(早, zǎo)와, 밤 율(栗, lì)은 설 립(立, lì)과 중국어 발음이 같다. 따라서 대추와 밤을 주는 것은 ‘조립자(早立子)’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 것이다. 조립자(早立子)는 대를 잇는다는 것에 방점을 둔, ‘아들을 빨리 낳으라’라는 뜻으로 ‘많이 낳으라’라는 뜻과는 다르다.

    다음 그림은 <원추리>다. 원추리는 한자로 훤초(萱草)라고 하는데, 이 훤초의 발음이 어렵다 보니 원초를 거쳐 원추리가 되었다. 중국 사람들은 원추리를 의남초(宜男草)라고도 부른다. 꽃봉오리가 어린 사내아이의 거시기를 닮았다고 하여 과거에 아들을 낳고 싶은 부녀자들이 허리에 차고 다녔다고 한다.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하는 의남초는 당연히 여자들의 공간인 안채에 주로 심었다. 그래서 원추리꽃이 핀 공간을 훤당(萱堂)이라 하고, 주로 훤당에 거주하는 지인의 어머니를 높여서 훤당이라고 부른다.

    옛날 유교사회에는 대를 이어 가문을 잇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고, 이를 위해 아들을 낳아야 조상에 대한 도리를 다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동시에 농사에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남성이 필요했기 때문에 아들을 중시했다. 현대인의 기준에서 보면 매우 불합리한 것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 함께 남녀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남녀 차별이라는 단어를 물려주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아이들을 낳고 기르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국가에서 뒷받침하고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 것은 한 마을’이라는 말을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출산율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다.

  • 심형철 박사·국제사이버대학교 한국어교육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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