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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기사에 이어] 'Quiz'처럼 궁금한 사람이고 싶다는 정세운은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다.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라며 다양한 궁금증의 원동력을 밝힌 정세운은 "생각이라는 것이 언제나 유쾌하지는 않지만, 제 직종이 많은 생각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늘 궁금증이 많고, 알아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파고 들어가다 보면 알게 된 결과는 정답이 많다는 점이다. 서로 생각하는 '좋다'의 기준이 다른 것이다. 'Quiz'라는 앨범도 정답이 너무 많아서 정답이 없다는 이야기다. 본인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곡이라 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 -
정세운이 'Quiz'를 통해 정답을 찾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정세운이 처음 대중들에게 얼굴을 비춘 것은 2013년, 17살의 나이에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SBS 'K팝스타 시즌3'에 출연하면서였다. 당시 여러 자작곡을 선보인 정세운은 Top 10에도 이름을 올렸고, 이후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K팝스타', 그리고 연습생 기간은 정세운에게 '음악이 재미없던' 시간이었다. "연습생이 되고, 행복하게만 생각했던 음악이 직업이 된다는 생각에 과도기를 겪었던 것 같다"라는 정세운. 'K팝스타' 출연은 정세운에게 분명한 발판이 되었지만, 음악에 지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했다. 당시 "처음으로 자작곡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계속해서 자작곡을 준비하게 됐는데, 곡을 만들며 연습을 하다 보니 힘들다는 인식이 박혔고, 'K팝스타'가 끝난 이후 몇 년 동안은 곡을 쓰지 않았다"라고 돌아봤다.
또한 정세운은 "'K팝스타'를 하는 동안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다. 제가 여기에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적 지식도 부족했고, 형이나 누나들이 하는 이야기도 몰라서 기가 죽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다만 "그때 음악적인 부분에 대해 욕심이 많이 생기게 됐다"라며 그러한 마음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시간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처럼 "음악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정세운은 "쉬다 보니까 다시 음악이 좋아졌고, 음악을 공부하면서 할 줄 아는 것도, 보이는 것도 많아지다 보니 재미있게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
다시 음악에 재미를 찾은 정세운은 2017년 Mnet 보이그룹 서바이벌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하게 된다. 최종 12위를 기록, 11위까지 포함된 데뷔조에는 합류하지 못했지만, 정세운은 이후 솔로 데뷔에 나서며 본격적인 '싱어송라이돌'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어느덧 데뷔 8년 차, 올해 7주년을 앞두고 있다.
정세운은 "데뷔 초에는 적응하는 것에 바빴던 것 같다. 어떤 생각을 할 수 있는 겨를이나 스스로에 대해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적었는데, 점점 여유도 생기고 적응을 해가면서 정신을 차려보니 7년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싱어송라이돌'이라는 독보적 수식어로 가요계에 자리매김한 만큼, 현재 자신이 어느 정도에 도달한 것 같은지, 또 앞으로 어떤 모습일 것 같은지 묻자 정세운은 "저는 이룬 것이 없는 것 같다. 무언가를 이루었다고 하기에는 100세 시대인데, 아직 살 날이 많은 것 같다"라며 "제가 19살 때 '5년 뒤에 이 정도가 되어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하나도 맞는 것이 없었다. 그때도 예측할 수 없었던 만큼, 앞으로 제 모습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겠어요. 다만 재미를 놓치지 않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낭만을 가져가고 싶은 끈기는 있다"라고 답했다. -
19살에 어떤 상상을 했는지 묻자 정세운은 "음악에 통달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론적인 것 등에서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가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직도 배울 것이 많고, 끝이 없는 것 같다"라며 "나라는 사람이 완벽하지 않고, 세상의 이치를 알 수 없는데 너무 편협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다만 정세운은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준비는 항상 되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준비를 잘 하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제가 가진 목표"라고 덧붙였다.
정세운은 "되게 역설적일 수도 있는데, 제가 가진 직종이 나를 표현하고 몰입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오히려 수동적인 삶을 살게 된다. 그래서 저를 객관적으로 보고, 능동적으로 깨어있으려고 하는 편이다"라며 "사실 저는 되게 한정적인 사람이었다.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볼 수 있는 것만 보던 멀티태스킹이 잘 안되는 사람이었는데 여러 변화의 계기가 찾아오게 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러한 변화들을 받아들이다 보니까 원래의 제가 빨간색만 표현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초록색도 낼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핵심은 다음에 발라드를 하든, 댄스 장르를 하든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 제 색깔이 됐으면 좋겠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겠지만, 차근차근 해나가려고 하고 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
정세운은 앞으로도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앨범에 녹여내겠다며 "변화를 선택하면서 얻은 것이 많았다. 그렇게 변화해도 변하지 않을 수 있는 뚝심도 생긴 것 같다. 변하지 않을 생각과 느낌이 확실해졌기 때문에 앞으로도 다양한 변화를 계속 보여드리고 싶다. 하는 사람이 재미있어야 보는 사람도 재미있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해본다면 음악도 다양하게 나올 것 같다"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끝으로 올해 계획을 묻자 정세운은 "음악적인 부분은 계속 공부를 하는 것이 목표"라며 "음악이 2024년에도 계속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일이 되면서 계속 재미를 느끼는 것이 쉽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음악이 재미있다. 이런 재미를 느끼는 것이 2024년에도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음악이 재미 없어졌던' 17살의 정세운에게 지금 '음악이 재미있는' 정세운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을까. "무슨 말을 해도 17살의 정세운이 알아들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잘 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지만 잘 견뎠고, 좋은 자양분이 된 것 같다."
- 하나영 기자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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