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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김고은'을 발탁한…정지우 감독, 김영광→강해림의 새 얼굴을 찾다

기사입력 2022.11.30.00:01
  • 시리즈 '썸바디'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시리즈 '썸바디'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썸바디'가 공개됐을 때, 가장 놀라웠던 점은 먼저 김영광이었다. 기존에 알고 있었던 '로맨틱'한 얼굴은 어디론가 가고, 섬뜩한 존재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도대체, 김영광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넷플릭스 시리즈 '썸바디'는 데이팅 앱을 이용해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윤오(김영광)의 실체를 쫓게 되는 세 친구 김섬(강해림), 목원(김용지), 기은(김수연)을 담은 작품이다. '썸바디'를 보다 보면, 다시금 정지우 감독의 혜안에 박수를 치게 된다. 극을 이끌고 가는 세 여성 김섬, 목원, 기은 역을 맡은 강해림, 김용지, 김수연은 '썸바디'에서 그 인물로 존재했다. 다른 인물은 한 명도 떠오르지 않는 캐스팅. 정지우 감독은 '은교'에서 신인 배우 김고은을 발탁했듯, 이렇게 어려운 것을 또 해냈다.

  • 시리즈 '썸바디' 속 목원(김용지)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시리즈 '썸바디' 속 목원(김용지)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세 여주인공 김섬(강해림), 목원(김용지), 기은(김수연)은 각기 다른 서사를 가지고 있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썸바디' 앱 개발자 김섬, 무당 목원, 하반신 장애가 있는 기은까지 어떤 생각으로 캐릭터를 구축하셨는지 궁금하다.

    "'썸바디'의 주어가 '세 친구이어야 한다'라는 입장으로 애를 썼습니다. 각각의 인물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자신이 바라보는 시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해내는 과정. '썸바디' 속에 이것이 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은 했습니다. 윤오(김영광)의 전사가 담기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어요. 근본적으로 주어는 세 친구이기 때문이에요. 이 세친구가 마주한 악당에 대한 이야기지, 악당의 내적 고백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 시리즈 '썸바디' 속 김섬(강해림)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시리즈 '썸바디' 속 김섬(강해림)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강해림이 '김섬' 역을 맡아, 굉장히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캐스팅 과정도 궁금하다.

    "이제 '김섬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가 인생의 숙제라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 보여줄 모습에 흥미진진합니다. 지금까지도 김섬과 싱크로율이 높다고 이야기하는 건, 아직도 그 캐릭터에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후시 녹음까지 다 다시 했거든요. 강해림 배우를 처음 만났으 ㄹ때, 계속 이 표현을 쓰게 되는데요. '고유한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대화를 해보면, 굉장히 명석한 사람이라는게 느껴졌고요. 이 사람은 자신이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보내고 싶어 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는 아니더라도, 몰래 웹소설을 쓴 적도 있고, 지금도 그림 그리는 레슨을 받고 있거든요. 그러면서 자신이 연기하지 않는 시간이 온다면, 웹툰, 그림 등 작품을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내적으로도 인물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작업하면서 저는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김영광 배우는 어려웠을 수도 있어요. 어떤 순간에 완전히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뿜어내면서 대사를 하고, 밀고 나가거든요. 그러면 상대 배우가 그걸 받아내야 하는데요. 그런 면에서 어려웠을 수도 있어요. 오디션에 오는 많은 배우들이 정답에 가까워지려고 엄청난 노력을 하거든요. 그런데 강해림 배우에게는 계산되지 않은 느낌이 있어요. 바꿀 수 없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것이 있어요."

  • 시리즈 '썸바디' 속 기은(김수연)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시리즈 '썸바디' 속 기은(김수연)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새로운 얼굴을 발탁하고, 작품 속에 그를 녹여내는 감독님만의 비법이 있는 것 같다.

    "비법은 아닌데요. 단어로 표현하자면, '흘리지 않는 것' 같아요. 방해하지 않는 것. 그 사람이 어떤 것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꺼낸다기보다, 흔들지 않고 이 사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그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이렇게 해'라고 말로 하는 건 쉽거든요. 그런데 그걸 안하는 이유가 있어요. 기다리면 그 사람이 그걸 이해하게 되거나, 바뀌게 되거나 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가다가 뒤돌아보는 연기를 해야 해요. '세 걸음 걸은 후에 한 호흡 쉬고 뒤돌아보세요'라고 말해주면, 한 번에 빨리 찍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상황을 충분히 이야기하고 기다리는 편이에요. 언제 뒤돌아볼지는 사실 그 사람의 문제거든요. 그 사람이 결정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숫자를 주면, 명백해지지만, 그건 자기가 뒤돌아보는 것과는 다를 것 같아요. 상황을 이야기하고, '강 건너 불구경'의 느낌으로 바라보면, 강해림 배우가 알아서 그 강을 건너가 준 겁니다."

    Q. 목원(김용지)이 굿하는 장면은 길게 묘사됐다. '썸바디'에서 해당 장면은 어떻게 연출된 건가.

    "굿으로 지나갈 일과 앞으로 다가올 일을 끌어와 이어 붙여야 했어요. 그래서 연출적으로는 굿이 구조화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목원의 내면에 대해서도 좀 더 묘사하고 싶었어요. 친엄마도 반대하는 굿을 목원이 결국 해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 시리즈 '썸바디' 속 윤오(김영광)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시리즈 '썸바디' 속 윤오(김영광)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김영광 배우에게도 '연쇄살인범'의 얼굴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됐다.

    "진짜 멋있었다고 생각해요. 정말 갈증을 느끼고 몰입해서 들어왔고, 할 만큼 해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 김영광 배우가 가진 모습을 여러 가지 꺼냈는데요. 그렇게 꺼내놓았다는 것이 신뢰감이 있다는 거잖아요. 이런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하면 어떻게 보이겠다고 쉽게 클리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요. 그걸 지혜롭게 잘 피해서 윤오가 입체적인 인물이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불안하면 자꾸 무언가처럼 보이려고 애썼을 거거든요. 그런데 배짱 있게 잘 버텨낸 것 같아요. 저희가 '썸바디'를 대략의 큰 순서대로 찍었는데요. 마지막 촬영쯤에는 너무 말랐어요. 포스터에 있는 얼굴이 그 얼굴이거든요. 시작 때보다 훨씬 더 말랐어요. 무섭다기보다, 진짜 고통 속에 있는 인물처럼 보였어요. 그런 것들을 시도해내는 과정이 너무 고마웠어요. 특히, 이 세 배우를 버텨준 것에 있어서요. 김영광 배우도 현장에서 쭉 상대 배우를 믿어주고, 함께 기다려줬거든요."

  • 시리즈 '썸바디'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시리즈 '썸바디'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배우는 아니지만 '썸바디' 속 컴퓨터 '썸원'에게도 신기하게 마음이 쓰였다. 김영광 배우는 인터뷰에서 "감독님께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셔서 연기하기 편했다"는 말을 했다.

    "'나에게도 썸원이 있으면 좋겠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적어도 지금 내 마음을 알아주는 상대를 만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겠죠. 아무리 가까운 세 친구라도, 그런 면에서 완벽하게 솔직하기 어려운데요. 그렇게 마음을 주고받는 상대로 등장한 '썸원'이라는 캐릭터에 가점이 생긴 것 같아요. 덕분에 더 긍정적이고, 좋은 캐릭터로 봐주신 것 같습니다. 되게 여러 시도를 했어요. 사운드로도 성우가 읽어보기도 했어요. 이상하더라고요. 결국 약간의 전자음이면서도 발성이 되는 상태를 만들었어요. 둥근 모니터도 정말 구하기 어려웠어요. 옛날 브라운관 TV는 싱크가 안 맞으면 노이즈가 떠서 어려운데요. 섬이 고등학교 때부터 애착 물건이 그대로 남아있는 사람으로 그려보고 싶어서, 둥근 모니터를 사용했어요. 이 선택이 나중에 재앙이 될 거라는 스태프의 예고를 받았어요. 뭐 말 그대로였죠. 그래도 캐릭터에는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 시리즈 '썸바디'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시리즈 '썸바디'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썸바디'를 통해 어떤 지점을 알게 되었나. 혹시 그 점이 차기작에 어떤 영향을 줄까.

    "사실 저에게 내적으로 굉장히 많은 영향을 준 건 맞아요. 영화 세 편 분량을 찍다 보니까, 서사라는 것, 캐릭터라는 것, 그리고 연출의 영역 등 다양한 면에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기회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되게 좋았어요. 또 안 써본, 익숙하지 않은 근육을 쓰다 보니, 현재 조금 다른 기분에 다다라 있는 것 같아요. 평소 작품 완성했을 때랑 지금 현재 조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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