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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종이달

기사입력 2016.08.30 10:30
  • 뉴스를 보다 보면 ‘은행 여직원이 거액의 돈을 횡령해 달아났다’와 같은 뉴스는 그리 특별할 것 없게 여겨질 만큼 자주 일어나는 사건임을 알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들이 횡령을 저지른 여직원의 동료나 주변인에게 물으면 대다수가 이렇게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 정말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일본에서는 여성이 저지른 횡령사건의 배후에는 십중팔구 남자가 얽혀있다고 여긴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 대다수의 횡령 사건에 불륜 등의 문제가 얽혀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사회적 통념에 맞게 ‘종이달’의 주인공 우메자와 리카가 거액을 횡령하게 된 계기 역시 한참 어린 연하의 애인 고타와 닿아있다. 리카는 부유한 할아버지가 있음에도 가난한 고학생으로 살아야 하는 고타를 불쌍하게 여겨 자신의 고객이자 고타의 할아버지인 히라바야시 노인의 예금에 손을 댄다. 그리고 이것은 1억 엔이라는 거액의 횡령 사건의 시발점이 된다.

  • 소설 ‘종이달’은 “지극히 평범했던 여성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거액의 횡령사고를 일으키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소설은 무료하지만 평범한 삶을 살던 41세의 주부 우메자와 리카가 어떻게 자신이 근무하던 은행에서 1억 엔이라는 큰돈을 횡령하고 태국으로 도주하게 되었는지를 농밀하게 그려낸다.

    소설은 횡령을 저지른 후 태국으로 도피한 리카의 회상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리카의 여고 시절 동창생 유코, 요리교실 친구 아키, 옛날 애인 가즈키가 각자의 시점으로 떠올리는 리카에 대한 기억을 추가시킨다.

    소설의 백미는 초사실적으로 그려낸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있다. 소설을 읽고 있자면 고객의 돈을 빼돌린 리카나, 일상의 허무함을 쇼핑으로 달랜 후 이런저런 핑계를 갖다 붙여 스스로를 위로하는 아키의 변명이 타당하게 보일 정도로 동화되어 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다. 무서울 정도의 공감을 선사하는 명품 변명은 경험에서 우러나왔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리얼리티의 절정을 선보인다.

    그렇다고 소설이 ‘돈’에 대한 현실감각을 잃어버리고, 문제투성이인 등장인물들을 마냥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소설은 ‘돈’을 다루는데 서툰 다양한 인물 군상들을 통해 '돈'과 '행복'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무조건 '돈'만 있다고 행복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니 말이다.

  • 영화 스틸컷
    ▲ 영화 스틸컷
    소설은 2014년 1월 NHK 드라마로 방영되었고, 같은 해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일본 대표 여배우 미야자와 리에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는 다른 이야기는 생략한 채 리카에게만 집중한다.

    소설과 반대로 동정심 많고 정의감에 불타던 소녀 리카의 학창시절에서 시작해 연대기 순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소름 돋을 정도로 사실적인 심리묘사를 펼친 소설이 정말 원작인가 싶을 정도로 모호하다. 리카와 고타의 사랑에 대한 설명도 너무 부족해 자칫 단순한 불륜을 미화시킨 영화로 오해하게 만들 정도다. 잔잔한 느낌의 영화도 나름의 특색이 있긴 하지만, 원작 소설과 비교하면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수십억이 사라지는 동안 아무도 그녀를 의심하지 않았다!'는 흥미진진한 문구에 부흥하는 작품을 찾는다면 영화보다는 소설을 추천한다. 소설을 먼저 본 이들에게는 굳이 영화를 권하진 않겠지만, 영화 본 이들에게는 소설을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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