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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남쪽으로 튀어!

기사입력 2016.04.15 11:19
  • 오쿠다 히데오의 장편소설 ‘남쪽으로 튀어’는 과격파 운동권 출신의 무정부주의자 아버지를 둔 초등학생 소년 ‘지로’와 가족들의 좌충우돌을 그려낸 작품이다. 소설은 작가 특유의 유쾌한 코미디 속에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인생은 자기 소신껏 살아가는 것’이라는 명쾌한 메시지까지 전달한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소설은 2012년 임순례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 소설의 화자는 지로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단연 지로의 아버지 ‘우에하라 이치로’다. 과거 사회주의 학생운동 단체의 전설적인 행동대장이었던 우에하라 이치로는 조직 내 파벌싸움에 염증을 느껴 분파한 후 지금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홀로 투쟁하는 인물이다.

    국민연금 납부는 국민의 의무라는 구청 직원에게 ‘국민을 관두겠다’고 선언하는 등 나라에서 정하고 있는 것에 무턱대고 적개심을 발휘하며 사사건건 말썽을 일으키는 이치로는 골칫덩어리 사회 부적응자라고 할 수 있지만, 엉뚱하면서도 당당한 그의 일탈은 유쾌한 웃음과 함께 사이다 같은 카타르시스를 전해준다. 이것이 영화가 소설의 다양하고 방대한 이야기 중 아버지 이치로에 집중한 이유기도 하다.

  • 영화 스틸컷
    ▲ 영화 스틸컷
    ‘이치로’에 해당하는 영화 속 인물 ‘최해갑’ 역을 맡은 배우 김윤석은 캐릭터와 100%에 가까운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한국 역사와 정서에 맞게 각색된 최해갑은 김윤석이라는 배우를 통해 더욱 강렬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로 거듭났다. 영화가 김윤석의 원맨쇼로 전락한 것은 다소 아쉽긴 하지만, 원작 못지않은 재미를 담아내는 데 성공하게 한 꽤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소설의 웃음과 메시지를 충실하게 담아냈다. 최해갑의 엉뚱한 행보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남과 같은 기준으로 행복을 찾으려 하지 마라’는 메시지도 소설과 일맥상통한다. 역사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을 없앤 점에서만은 영화가 소설보다 한 수 위다.

    ‘남쪽으로 튀어’는 원작 소설과 영화 모두 재미있다. 짧은 시간에 유쾌하지만 강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다면 영화를, 더욱 풍성하고 짜임새 있는 명품 코미디를 경험하고 싶다면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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