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중 열네 번째 절기인 ‘처서(處暑)’는 양력 8월 23일 무렵으로 여름 더위가 가시고 가을을 맞이한다는 뜻이 있다.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됐음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시기다. 옛날 중국에서는 처서의 15일 기간을 5일씩 3후로 나눠, 초후에는 매가 새를 잡아 제를 지내고, 차후에는 천지에 가을 기운이 돌며, 말후에는 곡식이 익어간다고 했다.

처서가 되면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이 전해지기도 하는데, 실제 처서 이후에 파리나 모기가 많이 사라지고 귀뚜라미가 울기 시작한다. 또, 처서가 지나면 풀이 더 자라지 않아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벌초를 하고,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음지에 말리는 음건이나 햇볕에 말리는 포쇄를 했다.

처서의 날씨는 농사에 매우 중요하다. 이 무렵은 벼 이삭이 패는 등 오곡이 마지막 열매를 맺는 때라 햇볕이 강하고 쾌청해야 수확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처서에는 풍흉을 점치는 날씨 점을 치기도 했는데, 비가 내리면 곡식이 제대로 여물지 않아 흉년이 든다고 여겼다. 처서의 날씨와 관련된 속담으로는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줄어든다”, “처서에 비가 오면 큰 애기들이 울고 간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