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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아이유 "'폭싹 속았수다' 덕에 자기애 커져…'한 번 크게 놀았다' 자부"[인터뷰]

기사입력 2025.04.07.15:20
  • 사진: 넷플릭스 제공
    ▲ 사진: 넷플릭스 제공
    '폭싹 속았수다'는 전 세대의 공감을 끌어냈지만, 유독 딸들에게 더 애틋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애순이이자 금명이로 작품을 이끈 아이유에게도 그랬다. 세상이 따라주지 않았던 꿈 많은 소녀에서 짙은 모정을 보여준 엄마 애순, 이후엔 애순의 장녀 금명이로. 아이유는 닮은 듯 다른 두 모녀의 생애 일부분을 직접 그려냈다.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중심점을 잡고 간 아이유는 예뻐 보이기보다 "지분 하나, 대사 하나, 호흡 하나도 놓치지 않고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 정도로 작품과 캐릭터에 온 애정과 마음을 쏟았다.

    덕분에 '폭싹 속았수다'는 공개 첫 주부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부문에 오르며 인기를 입증했다. 한국적 배경이 주를 이뤘지만 가족애라는 공감 소재 덕분에 국내 시청자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호평을 이끌었다. 작품 종영 후 여운이 이어지고 있던 지난 2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풀만호텔에서 '폭싹 속았수다'의 주역 아이유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Q. '폭싹 속았수다' 대본도 보기 전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는데, 작품을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어떤 확신이 들었나.

    "우선 제가 임상춘 작가님의 엄청난 팬이다. 개인적으로는 모르는 사이였는데, 어느 날 작가님께 연락을 받았다. 미팅을 하고 대본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엄청 뛰더라. 그날 제가 '혹시 빨리 집에 가서 대본 읽어봐도 될까요?' 할 정도였다. 스토리만 들었을 때도 심장을 때리는 소재와 이야기였다. 그렇게 집에 가서 호로록 읽고 '제발 출연하고 싶어요' 말씀드려서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

    Q. '폭싹 속았수다'에서 청년 시절 '애순'과 그의 딸 '금명' 역으로 1인 2역을 소화했다. 게다가 중장년 '애순' 역의 문소리와는 2인 1역을 맡기도 했는데, 이런 설정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작가님과 첫 미팅을 했을 때 두 가지를 모두 해야 한다는 부분을 설명해 주셨다. 제게는 그 부분이 심장을 뛰게 하는 미션이었다. 물론 어려울 것 같았고, 걱정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폭싹 속았수다' 대본을 굳건히 믿고 있었고, 게다가 김원석 감독님이 (연출)하신다는 얘기를 들어서 '나 혼자만의 외로운 작업이 되지는 않겠구나' 하는 믿는 구석이 생겼다."
  • Q. 영화 '브로커'에 이어 모성 연기를 보여줬다.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책임감 강하고 사랑 가득한 엄마 역할이었는데, 엄마가 된 아이유의 모습을 본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제가 출연했던 모든 작품을 통틀어서 가족들이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신 게 처음이었다. 아빠는 취향이 확실하셔서 제가 나와도 '내 스타일 아니야' 하면 안 보시는데 이번에는 몰입해서 보시더라. 엄마는 제가 나온 작품을 볼 때 '내 딸이 실수한 것 없나' 위주로 보시는데, 그렇게 '폭싹 속았수다'를 4회차 관람 중이시다. 본인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두 번째 정주행부터는 눈물이 난다고 하셨다. 드라마를 드라마 자체로 즐겨주시는 모습이 좋았다."

    Q. 애순과 금명 모녀의 모습에 공감하는 딸들이 많다. 아이유는 실제 어떤 딸인가. 금명이와의 싱크로율을 꼽자면.

    "저도 어릴 때는 금명이 같은 구석이 있었던 것 같다. 아주 애교 있는 딸은 아닌 것 같다. 2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는 노력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습관처럼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한다. 서른이 넘은 지금 입장에서 금명이를 봤을 때는 언니의 마음이 들더라. '너 그렇게 말하면 나중에 후회할 텐데'하는 거다. 저도 겪은 일이라 공감하게 된다."

    "금명이와 제가 비슷하다고 느낀 부분도 있다. 가세가 나의 성공에 달려있다는 부담감을 느낀 순간이 저에게도 있었다. 금명이에게서 그런 게 터져 나오는 신에서는 공감이 많이 됐다. 애순이는 '너에게 그런 걸 기대해서 지원한 게 아냐' 하지만 금명이 입장에서는 지원받았으니까 꼭 성공해야한다 생각하는 부분은 이입이 됐다."
  • Q. '폭싹 속았수다'의 관전 포인트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아이유-박보검의 로맨스다. 이미 친분이 있는 사이였지만 작품에서 만난 건 처음인데, 호흡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보검 씨와는 10대 때부터 인연이 있었다. 가끔 안부 문자하는 친구 사이였는데, 이번에 제대로 작품을 하면서 1년 사계절을 함께 겪어보니 정말 감탄하게 되는 친구였다. 동갑인데도 저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진지하고, 체력적인 맷집도 좋더라. 사람들을 살피는 다정함도 저와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친구에게 이런 마음이 들 수 있구나 싶었다."

    "보검 씨가 '굿보이'를 찍으면서 '폭싹 속았수다' 홍보에도 열의를 보여주는 게 저에게도 좋은 자극이 됐다. 앞으로 저는 보검 씨가 하자고 하는 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케이' 할 정도로 믿게 됐다."
  • Q. 애순에게는 늘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유니콘 같은 남자, 관식이가 있다. 작품에서라도 그런 순애를 받아보지 않았나.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결혼관 변화도 있었을까.

    "이 작품을 해서 제 개인의 생각에 크게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다. 만약에 관식이 같은 남편과 금명, 은명이 같은 자식이 보장된다면 결혼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게 보장되는 게 아니지 않나.(웃음) 그래서 뭐라 속단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배우자상에 대한 것도 심도있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많은 대본을 보고 연기도 해보는 입장이지만, 관식이 같은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 수 있을까 싶다. 관식이를 (배우자상의) 기준으로 두기에는 너무 완벽한 것 같다. 저는 이번 작품 하면서 정말 관식이의 팬이 됐다."
  • Q. '폭싹 속았수다'로 인생의 사계절을 보여줬다. 실제 촬영 기간도 길었는데 배우에게 '폭싹 속았수다'는 어떤 의미로 남을까.

    "저도 이렇게 긴 작품이 처음이었다. 제 끈기를 스스로 테스트하고 싶었다. 나를 코너에 몰아붙이면서 '너 지금 힘들어? 힘들면 돼?'하면서 몰아세웠다. 그런 하루하루가 저에게는 좋은 훈련이었다. 스스로 지키고자 한 약속들을 지킬 수 있어서 자기애도 더 생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떤 작품은 찍고 나면 '나에게 실망이다' 할 때가 있는데, 이번에는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정말 대단한 판이지 않았나. 거기에 제가 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좋은 인생, 감사한 인생이다' 싶은 생각이다. 극 중 계옥이가 '애순이 한 번 크게 놀았다' 하는 대사가 있다. 저도 이 작품을 한 것 그 자체가 '지은이 한 번 크게 놀았다'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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