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긍정적 효과 많지만, 그만큼 한계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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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의사 가운을 입고 있다. 의료 판독과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 AI 기술이 접목되는 중이다. 최근엔 생성형 AI 기술 등장으로 의료 분야에 적용되는 수준이 더 높아졌다.
의료 분야에 AI 적용이 많아지면서 의사를 기술이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의는 AI로 대체될 위험이 큰 직업으로 꼽혔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직업별 AI 노출 지수’를 산출했는데, 일반의는 한의사, 철도 및 전동차 기관사, 화학공학 기술자 등 18개 직업과 함께 노출 지수 상위 1% 이내로 나타났다. 노출 지수가 높다는 건 향후 해당 직업이 AI 기술과 중복돼 대체될 위험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AI가 의사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볼까? 23일 부산대 1016 기념관에서 열린 ‘AI BUS 2023’에 참가한 의료, AI 전문가들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AI 기술이 의료 분야에 혁신적일 정도로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지만, 의사를 보조하는 단계지 대체하긴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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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연사자로 나선 류위선 제이엘케이(JLK) 상무는 AI가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는 많지만, 여전히 해결 과제 역시 많다고 했다. AI의 최대 긍정 효과는 의사 업무 부담 감소라고 밝혔다. 현재 영상 판독의는 환자의 질병을 측정하는 장비가 많아지면서 하루에 판독해야 하는 영상의 양은 많아지고 의사는 줄어 업무 부담이 큰데, AI가 이를 보조하면서 업무 효율성이 크게 증가했다는 뜻이다. 그는 “미국 의사협회 보고에 따르면, 2015년 CT, MRI 촬영 건수는 2000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면서 “그만큼 영상의학 전문의가 늘지 않았기 때문에 의사는 하루에 판독해야 하는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영상 판독 전공의는 과도한 업무 강도에 놓여 있는데, AI가 진료 도구가 아닌 진료 보조자 역할을 하게 되면서 판독 결과 의사결정 과정의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고 했다.
의사의 주관적인 판단을 객관화하는 것 역시 AI 장점이라고 꼽았다. 의사마다 경험이 다르고 지식이 달라 같은 영상을 판독하더라도 다르게 보는 경우가 있는데, AI는 비지도학습으로 여러 데이터를 학습해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AI는 아직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과제가 ‘롱테일 프라블럼(longtail problem)’이다. 롱테일 프라블럼은 데이터 구축 시 중복 데이터가 많아지는 현상을 뜻한다. 의사는 AI 도움을 원할 때 지금까지 겪지 못한 판독이 어려운 촬영에 대해 도움을 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AI는 사람도 쉽게 판독할 수 있는 영상 위주로 판독할 수 있다. 생소한 영상에 대한 데이터는 학습하지 않은 탓이다. 류 상무는 “획득하기 어려운 데이터는 AI 역시 학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서 “이 데이터를 취합하고자 더 많은 데이터를 취합해도 획득하기 쉬운 데이터만 많아지는 롱테일 프라블럼 현상 때문에 전문 영역에서 AI는 활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AI가 당장 의사를 대체할 수준은 아니고, 조력자로서의 역할만 할 수 있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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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연사자로 나선 한영웅 ETRI 책임연구원도 의견을 같이했다. 한 책임연구원은 “챗GPT가 1억 명의 사용자를 달성하는 데 두 달이 걸린 만큼 바야흐로 AI 시대가 펼쳐졌다”며 “그렇다고 챗GPT와 같은 AI가 엄청 강력해져서 의료에 적용된다 해서 의사가 필요 없는 세상이 펼쳐질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AI가 사실 모든 분야에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고 의료 분야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생각하지만, 단기적인 미래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지금 우리는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궁극적으로 의료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황보리 부산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의료 분야에 사용된 기술 사례를 소개하며 현재 AI는 영상 판독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는 수준으로 발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군의관으로 근무할 때 항생제를 쓸 때 고민이 많았다”면서 “영상의학과 전공은 항생제를 자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와 마주하게 되면 어떤 항생제를 줘야 하는지 내과에 물어보거나 책을 찾아봤다”고 했다. 이어 “이후 의사 전문가들을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나왔는데, 이 기술은 전문가들에겐 도움이 되진 않지만 항생제를 많이 쓰지 않는 의사에겐 도움이 되는 정도”였다면서 “지금 AI 기술은 이보다 더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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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의사 입장에서 AI가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그 의견을 청중에게 되물었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AI 소프트웨어로 의사의 일차 진료를 대체할 수 있도록 법제가 완비됐다고 했을 때 청중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현장에서 설문조사 했다. 항목은 ‘AI 소프트웨어에 더해 의사 진료로 확인해볼 것이다’, ‘AI 결과를 믿고 그 처방에 따라 치료를 시작해보겠다’, ‘AI 소프트웨어는 믿지 못하겠다. 의사 진료만 보겠다’ 등이었다. 그중 AI 소프트웨어에 더해 의사 진료로 확인해보겠다는 주장이 71%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황 교수는 “이 같은 결과가 나와서 의사 입장에선 참 다행”이라면서 “앞으로 AI 기술이 지속 발달할 테니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