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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도 궁합이 있다] 수탉과 맨드라미꽃

  • 심형철 박사·국제사이버대학교 한국어교육전공 교수
기사입력 2024.07.17 06:00
  • 어린 시절 여름이면 채송화, 나팔꽃, 해바라기, 맨드라미꽃, 접시꽃 등은 어디서나 마주할 수 있는 정겨운 꽃이었다. 마당 한쪽, 채마밭 끄트머리, 장독대 옆 등 생활 공간 어디에나 소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 흔했던 채송화도 맨드라미꽃도 접시꽃도 지금은 어쩌다 한 번 마주치는 꽃이 되었다.

    환경미화의 일환으로 도심 곳곳에 철 따라 꽃을 심지만 대개는 외래종이라 그 꽃들의 이름을 부를 수도 없다. 그리고 그 꽃들은 예쁘기는 하지만 어릴 적 느꼈던 그 정겨움에는 미치지 못한다. 

    기억 속의 그때 그 정겨움을 되살려주는 맨드라미꽃을 그림으로 만나보자.

  • (왼쪽)<가관도(加冠圖)>, 제백석, 출처=<그림에도 궁합이 있다>, 도서출판민규 (오른쪽)<수탉>, 장승업, 출처=위키피디아
    ▲ (왼쪽)<가관도(加冠圖)>, 제백석, 출처=<그림에도 궁합이 있다>, 도서출판민규 (오른쪽)<수탉>, 장승업, 출처=위키피디아

    두 그림의 주인공은 수탉과 맨드라미꽃이다. 수탉이 가운데 자리 잡고 맨드라미꽃은 수탉의 머리 위쪽에 있다. 두 그림의 구도가 같은 것이 우연의 일치일까? 

    맨드라미꽃은 참 붉다. 마치 수탉을 더욱 멋진 수탉답게 해주는 붉은 볏처럼 생겼다. 맨드라미꽃의 모양을 보면, 실제로 색깔과 모양이 수탉의 볏과 아주 비슷하다. 그래서 맨드라미꽃을 중국어로 계관화(鷄冠花)라고 한다. 우리나라 말로는 만들어 붙인 것 같다고 해서 맨드라미라고 한다는 이야기가 마치 진짜인 것처럼 들리지만 지어낸 이야기라고 한다. 일설에는 북한 지역 사투리로 볏을 ‘면두’라고 했는데, 꽃이 닭의 볏을 닮았으니 ‘면두리’라고 불렀던 것이 맨드라미로 변형되었다고 한다.

    두 그림 속 수탉을 보자. 볏이 붉고 선명하다. 표준어는 볏인데 우리는 흔히 벼슬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마치 수탉이 큰 감투를 쓴 것처럼 보인다.

    그림을 보면 수탉의 볏(鷄冠) 위에 맨드라미꽃(鷄冠花)을 배치하였다. 이 구도를 풀이하면 관(冠)-볏- 위에 관(冠)-맨드라미꽃-이 수직으로 겹쳐 있다. 관 위에 관을 더한다는 관상가관(冠上加冠)이다. 관이란 머리에 쓰는 쓰개의 종류이지만, 일반적으로 높은 신분을 상징한다. 그래서 관상가관은 군인의 경우 계급이 올라가고, 직장인의 경우 직급이 올라간다는 의미다. 

    닭의 볏은 암탉보다 수탉이 크고 선명하기 때문에 <관상가관도(冠上加冠圖)>의 주인공은 수탉이어야만 한다. 그리고 벼슬이 올라간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수탉의 볏과 맨드라미꽃은 수평적 배치가 되면 안 된다. 반드시 수직적으로 배치되어야만 연속하여 승진한다는 의미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이 욕구의 결과 중에 하나가 승진이다. 그러나 승진은 반드시 공정한 경쟁을 통해 나타난 건강한 보람이여야 한다. 승진을 꿈꾸는 사람들은 이 그림을 방에 걸어두면 좋다. 그리고 매일 그림을 보면서 최선의 노력을 한다면 자기 생각보다 빨리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관 위에 관이 더해져 지위가 높아지는 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무거워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본 기사는 기고받은 내용으로 디지틀조선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심형철 박사·국제사이버대학교 한국어교육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