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술이 신약 개발의 속도와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핵심 도구로 부상한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대웅제약과 디앤디파마텍은 병원과의 협업 및 자체 플랫폼 고도화를 통해 AI 기반 정밀 의료 신약 개발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대웅제약, 병원 협업으로 AI 신약 개발 생태계 확장
대웅제약은 최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과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병원이 보유한 임상 데이터 및 약물 평가 역량을 신약 개발 전 주기에 접목하는 전략을 본격화했다.
이번 협약은 ▲AI 신약 개발 및 연구에 필요한 기술·자원 공유 ▲유전체, 생체, 임상 데이터 활용 협력 등을 중심으로 한다. 대웅제약은 자체 AI 플랫폼을 통해 고려대안암병원이 보유한 표적(Target)에 적합한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병원은 이 후보 물질의 효과와 안전성을 실험적으로 검증하게 된다.
대웅제약의 AI 신약 개발 플랫폼은 가상 탐색 기반 유효 화합물 발굴 엔진 ‘DAIVS’, 구조 최적화 도구 ‘DAIFrag’, 약물 특성 예측 시스템 ‘DAISY’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후보물질 도출부터 약물성 평가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효율화한다는 계획이다.
-
디앤디파마텍, AI 플랫폼 ‘SCADE’로 정밀 신약 개발 본격화
디앤디파마텍의 미국 자회사 발테드 시퀀싱(Valted Seq)은 최근 AI 기반 단일세포 유전자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SCADE(Single Cell AI Discovery Engine)’를 공식 출시했다.
SCADE는 단일세포 유전자 분석에 특화된 GPU 기반 AI 모델로, 수천만 개의 고품질 유전자 데이터를 학습해 복잡한 유전 정보도 빠르게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OpenAI, DeepSeek 등 기존 범용 AI 모델 대비 분석 코드 실행 성공률(96%)과 결과 정확도(36%)에서 두 배 이상의 성능을 기록하며 기술 우위를 확인했다.
-
회사는 SCADE가 정밀 의료 및 신약 개발 분야에 특화된 차세대 AI 플랫폼으로, 기존 범용 AI 모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딩이나 머신러닝 지식이 없는 사용자도 직관적인 명령어만으로 유전자 데이터 분석과 자동 보고서 생성을 수행할 수 있어, 연구자 중심의 실용성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디앤디파마텍은 이 플랫폼을 활용해 뇌 질환, 암, 면역질환 등 고난도 질환의 신약 타깃 도출과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 등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정밀 의료 시대, 병원-기업-기술의 양축 협력 가속화
이번 사례는 국내 제약·AI 기업들이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정밀 의료 신약 개발 체계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웅제약은 임상 데이터와 약물 검증 역량이 집약된 병원 협력을 통해 실질적 파이프라인 확장에 나서고 있으며, 디앤디파마텍은 자체 AI 플랫폼의 정밀 분석 역량을 강화하며 기술 중심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처럼 정밀 의료 실현과 신약 개발의 속도 및 효율을 가속하는 AI는 단순한 분석 도구를 넘어 병원과 제약기업, 기술기업 간 협력의 핵심 연결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 및 기술 고도화 흐름은 향후 국내 신약 개발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