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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열연한 솔 역의 김혜윤과 선재 역의 변우석을 인터뷰로 나란히 만나며 묘한 지점이 있었다. ‘선재 업고 튀어’ 현장에서 김혜윤은 “(변)우석 오빠가 늘 진심으로 선재의 모습으로 있어 줬기에 솔이의 감정이 가능했다”라고 이야기했고, 변우석은 “솔이의 감정이 순간순간 진솔했고, 크게 와 닿았고, 그 감정만 잘 받아도 선재로 있을 수 있었어요”라고 이야기했다. 진솔한 솔이와 진심인 선재가 채운 그 사랑이 ‘선재 업고 튀어’를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뷰①]변우석 "모두가 선재를 사랑했다…정말 묘한 작품"에서 변우석이 현장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인터뷰에서는 작품 속 ‘장면’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변우석이 이야기하는 ‘선재 업고 튀어’ 속 장면들에는 때로는 그가 선재 그 자체로 있었고, 때로는 가족이 있었다. -
Q. ‘선재 업고 튀어’는 살인이라는 거대한 운명 속에서 사랑의 힘으로 극복해 가는 선재(변우석)와 임솔(김혜윤)의 서사가 담겼다. 그만큼 두 사람의 떨림은 작품을 이끌고 가는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 김혜윤은 인터뷰에서 가장 떨림이 잘 담긴 장면으로 ‘현관 키스’ 장면을 꼽았다.
“선재의 감정으로도 그 장면인 것 같아요. 둘이 오랜 세월 동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하다가 드디어 확인하고, 그 마음을 가지고 올라가서 다시 한번 확인한 다음에 키스하게 되는 장면이라서요. 그 장면이 설렜고요. 또 생각해 보면 선재와 솔이 마지막 화에서 침대에서 행복하게 잠을 자고 일어나 이야기하는 부분이 되게 설렜던 것 같아요. 간질간질 하면서요.”
Q. 마지막 화에는 역시 솔이에게 어떻게든 붙어있을려고 몸을 구겨 안겨있는 선재가 압권 아니었나.
“(웃음) 그 장면은 감독님 디렉팅이 많았어요. 선재의 행동이나, 디테일한 움직임은 (김)혜윤이랑 이야기하면서 한 것 같아요.” -
Q. 과거 인터뷰에서 ‘캐릭터의 마음이 진짜 내 것처럼 느껴지는 희열의 순간’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선재’의 마음이 내 것처럼 느껴진 순간도 있었나.
“10대의 선재는 수영의 꿈을 가지고 있었잖아요. 그런데 다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일이 생겨서 아버지(김원해)에게 말하려 했는데, 아버지는 좋은 기록을 낸 아들 모습에 잔치를 열고 엄청나게 행복해하고 계셨어요. 그 모습에 선재는 말 못 하고, 조금 다툼이 생겼죠. 그 후에 아버지가 선재의 상태를 알게 되고, 술집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그때 김원해 선배님께서 주시는 감정이 너무 좋아서 선재로 훅 빠져서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10부 엔딩 때, 20대의 선재가 솔이에게 ‘내가 너 때문에 죽나?’라고 말하는 장면도 그랬어요. 또, 솔이가 10대의 선재가 조금이라도 올림픽에 대해 못 듣게 하려고 노력하는 장면이 꽤 있어요. 그때 박태환 선수의 모습을 보면서 오는 선재의 감정이 있는데요. 그 순간 훅 들어가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또 한 장면 생각나는 건, 16부에서 솔이 할머니(성병숙)께서 선재에게 ‘오래오래 잘 살아, 이제’라고 말씀하실 때요. 솔이와 선재에게 되게 우여곡절이 많았잖아요. 그 속에서도 둘은 계속 사랑하고 있고. 그런데 만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힘들었는데, 할머님이 해주시는 그 한마디로 ‘이제는 진짜 행복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장면이에요. 그때도 그렇게 빠져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
Q. 할머니와 이야기하는 선재의 장면이 개인적으로도 인상 깊었다. 그때는 왠지 ‘선재’보다 ‘변우석’이 보이는 듯 느껴지기도 했다.
“그 장면은 사실 할머님의 말씀을 듣고 선재가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하는 장면이었고, 감정의 표현은 없었어요. 그런데 리허설하는데, (성병숙) 선배님께서 저에게 대사를 해주셨는데, 이게 그냥 ‘감사합니다’라고 끝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왜냐하면, ‘이제 넌 진짜 행복하면 돼’라고 말씀해 주시는 것 같아서요.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어요. 촬영이 제 모습 찍고, 그다음에 선배님 찍고 끝났는데요. 감독님께 가서 ‘한 번만 더 할 수 있어요? 제가 다른 감정이 계속 들어와서요’라고 말씀드렸어요. 저부터 찍을 때는 그냥 얌전히 ‘감사합니다’라고 했는데, 가능하면 한 번 더 찍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감독님께서도 ‘알았다’라고 허락해 주셔서 지금 장면이 나왔어요. 약간 ‘선재 업고 튀어’에서 할머님이 어찌 보면 판타지적인 조력자의 느낌을 주시잖아요. 솔이에게 ‘오랜만에 만나서 좋았지’라고 하거나, ‘다리 괜찮아졌네’라고 하시고, 시계를 던지실 때도요. 그래서 그렇게 더 표현해도 되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Q. 사실 선재는 대사보다는 그 대사와 대사 사이의 침묵, 한곳에 머무르는 눈빛, 손의 움직임 등 대사 외적인 지점에서 더 진하게 선재가 표현된 것 같다. 분명 같은 변우석인데 전작과는 다른 지점이고, 성장한 지점이다.
“저는 모든 작품을, 최선을 다해서 찍어왔어요. 그리고 그 순간마다 느끼는 단점들을 조금씩 보완하며 그다음 작품을 준비했거든요. 어쩌면 그렇게 매 작품 수많은 단점을 보완해 온 결과가 선재인지도 몰라요. 그리고 ‘선재 업고 튀어’를 하기 전에 작가님, 감독님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물론 대본을 읽으면서도 ‘선재’의 감정이 이해됐고, 깊게 들어가 있었지만, 작가님과 감독님을 만나 한 장면마다 정말 이야기를 많이 나눴거든요. 그래서 더 장면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진 상태에서 촬영할 수 있었는지도 몰라요. 그게 선재를 조금은 더 깊게 표현할 수 있게 해준 것 같고요.” -
Q. 거기에는 함께 하는 동료 배우들도 있었을 것 같다.
“맞아요. 특히 (김)혜윤이에게 너무 큰 도움을 받았죠. 혜윤이가 하는 솔이의 감정들이 매 순간 너무 진솔하게 다가왔거든요. 진솔한 솔이가 또 크게 와 닿았고요. 그 감정만 잘 받아서, 그냥 가만히 서 있어도 선재로서 감정이 나왔고, 선재로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우연인지, 김혜윤도 같은 말을 했다. “(변)우석 오빠가 자신을 찍고 있지 않을 때에도 늘 진심으로 선재로 있어줬다”라고. 어쩌면 두 사람이 같은 걸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소름이네요. 그런 말을 해줬어요? 촬영 현장에서 정말 그랬던 것 같아요. 진짜 선재와 솔로 빠져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Q. 지금은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선재 업고 튀며’를 보면서도 자신이 보완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었나.
“스스로 ‘감정 표현을 이 정도 했다’라고 생각했는데, 영상에서는 제 생각보다 덜 보이는 장면들도 있었어요. 그리고 어떤 장면에서는 발성이나 발음도 아주 부족해 보였고요. 그리고 제가 처음 드라마 주인공을 하다 보니까 컨디션 조절을 잘 못했던 지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더 집중해서 연기를 해야 했는데,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조금 힘들었던 적이 있어서요. 노력한다고 했지만, 저에겐 아쉬움으로 남더라고요. 그래서 ‘다음번에는 최대한 좋은 컨디션으로, 좋은 환경에서 더 집중해서 연기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터뷰③] 변우석, 하루아침에 ‘선재’가 되지 않았다 “트라우마 극복하게 해준 믿음”으로 이어집니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