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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서울시가 ‘이태원 압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지능형 CCTV 등 첨단 기술을 동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CCTV 영상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인파 밀집 여부를 분석·예측하고 재난 문자 등을 통한 경고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범정부 다중밀집 인파사고 예방 태스크포스(TF)’는 지난 2일 첫 회의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밀집도와 위험을 예측하고 이를 사전에 경고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AI로 CCTV·드론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인파 밀집도가 위험 수준에 이르면 자동으로 위험 예·경보를 울리거나 재난 문자를 발송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행안부는 이날 회의에서 인파 밀집 판단 기준을 ‘1㎡당 6명부터 위험’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지능형 CCTV를 이용하는 경우 염려되는 부분도 많다. AI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인파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개인정보 침해 문제는 없는지에 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과연 AI는 압사사고 방지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관련 기술을 실용화 단계까지 개발하는 것은 가능할까. 비슷한 곳은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9년 서울시와 지능형 CCTV 기반으로 사람이 밀집된 집회 현장의 돌발상황 등을 감시하는 ‘집회 돌발감시 시스템 구축’ 시범사업을 수행한 ‘인텔리빅스’에 방문, 기술 상용화 가능성과 안전 문제 등을 확인했다.
◇AI 활용 인파 관리 솔루션, 서울시 시범사업으로 가능성 입증
인텔리빅스는 CCTV나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AI 알고리즘으로 인식, 분석·처리하는 기술을 개발·공급하는 국내 비전AI 업체다. 비디오 영상 속 사람과 차량, 사물 등의 개체를 AI가 검출·인식하고 이상 상황 여부를 학습된 알고리즘으로 판단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이 기술을 토대로 인파 관리 솔루션을 개발, 2019년 서울시와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광화문 등 집회가 많은 장소나 교차로 등에 해당 솔루션을 적용, AI가 다중밀집으로 인한 위험도를 파악하고 해당 내용을 서울시 관제센터에 알려주는 사업을 수행했다.
인텔리빅스의 인파 관리 솔루션은 기존에 설치된 CCTV가 촬영하는 영상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인파 밀집으로 인한 위험도 등을 관리자에게 알려주는 기술이다. 일정 구역 사람의 통행 흐름이나 통행량, 정체, 밀집 분포도를 실시간으로 분석, 혼잡상황으로 판단되거나 위험 상황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관리자에게 경고음이나 문자 등을 통해 알려준다.
인구 밀집 여부는 색과 숫자로 표기한다. 사람이 많아 위험이 예측되는 곳은 빨간색으로, 당장 위험하진 않지만 경고가 필요한 곳은 노란색으로 표시하는 식이다. 영상 속 사람 개체를 카운팅 해 해당 구역 내 예상 인원도 숫자로 알려준다. 또 군중 속에서 사람이 쓰러지거나 SOS 등 행동 표식을 취하면 이를 인식해 관제센터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관제센터 근무자는 해당 내용을 토대로 신속하게 위험을 판단하고 대응 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
김미연 인텔리빅스 과장은 “서울시와 시범사업을 통해 기존 CCTV에 비전 AI 기술을 적용, 인구 밀집으로 인한 위험도 분석과 예측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AI 영상분석 데이터와 각종 통신사 가입자 위치정보 데이터 등을 통합해 연계 분석하면 신뢰성 높은 정보를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실시간 대응과 효율적인 현장관리가 가능해져 인명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침해’ 우려도… 얼굴 대신 지도 앱으로 ‘인파 밀집’만 분석
인텔리빅스는 CCTV 영상을 AI가 분석하는 것에 관한 대중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지도 앱을 활용해 인파 밀집 여부를 분석하는 기술도 마련했다. 사람의 얼굴이 나오는 영상을 AI가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있는 여부를 지도 앱에 점으로 표기해 밀집 여부를 판단한다. CCTV가 사람들의 모습은 촬영하고 있지만 AI가 분석하는 것은 사람의 얼굴이 아닌 점으로 된 개체기 때문에 ‘개인정보 침해’ 등의 문제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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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과장은 “AI가 CCTV 영상을 분석한다고 해도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와 연동되지 않는 이상 촬영된 사람이 누군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사회적으로 자기 얼굴을 AI가 분석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어 해당 기술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인텔리빅스는 사회 안전을 위해 AI CCTV를 적용하는 일은 단기간에 실행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시범사업을 통해 검증된 기술을 상황에 맞춰 고도화하면 쉽게 적용 가능하고 새로 CCTV를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장비에 소프트웨어 기술을 탑재하면 돼 대규모 작업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장정훈 인텔리빅스 대표는 “서울시는 집회가 열리는 일부 주요도로에는 집회참여자와 차량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 예방을 위한 감시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며 “이러한 시스템에 활용된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확대하면 사회 전반의 안전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CCTV는 더 이상 감시도구가 아닌 사회 안전도구로써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인식 전환과 투자를 통해 더 많은 사회안전이 보장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