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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왕자, 검은 웨딩드레스…시대 따라 변해가는 색의 변천사

기사입력 2019.07.08 15:52
  •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펠리페 프로스페로 왕자의 초상'(빈 미술사 박물관 소장)/출처: wikimedia commons
    ▲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펠리페 프로스페로 왕자의 초상'(빈 미술사 박물관 소장)/출처: wikimedia commons
    순수함을 상징하는 흰색, 정열의 빨간색, 신뢰의 녹색과 같이 우리는 색을 볼 때 고유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이런 색의 이미지들은 색 자체의 특수성이라기보다는 오랜 세월을 걸쳐 만들어진 고정관념의 하나다. 색이 가진 이미지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변해왔고, 지금도 변해가고 있다.

    흔히 ‘여자아이는 분홍색, 남자아이는 하늘색’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지만, 과거에는 이와는 정 반대의 인식이 통용되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왕들은 붉은색 옷을 즐겨 입었는데, 붉은색은 불과 남성을 상징하는 색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붉은색 계열인 분홍색 역시 과거에는 남성의 색으로 인식되었다. 실제 바로크 시대의 그림을 보면 분홍색 옷을 입은 왕자나 성인 남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반대로 푸른색은 물과 여성을 상징하는 색으로 여겨져 여성들은 하늘색 장식이 달린 모자나 드레스를 즐겨 입었다.

    분홍색이 여성의 색이 된 것은 1차 세계 대전 이후로, 붉은색이었던 군복이 푸른색으로 바뀌면서부터다. 군복의 색깔이 바뀐 후로 사람들은 파란색을 남성의 색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이후 분홍과 같은 붉은 계열의 색을 여성의 색으로 여기게 되었다.

    순백의 신부를 상징하는 웨딩드레스는 흰색을 떠올리지만, 20세기 이전의 웨딩드레스에는 흰색이 잘 사용되지 않았다. 옷감이 귀했던 과거에는 웨딩드레스를 결혼식 이후에도 예복이나 일상복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흰색보다는 노란색, 파란색 등의 실용적인 색상이 많이 사용되었고 심지어 검은색이 이용되기도 했다.

    흰색 웨딩드레스가 처음 선보인 것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다. 세계 최강국의 통치자였던 빅토리아 여왕은 웨딩드레스를 비롯한 결혼식 물품을 모두 흰색으로 맞춰 자신의 권력을 과시했는데, 당시에는 표백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다른 색 옷감보다 흰색이 훨씬 비쌌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여왕의 흰색 웨딩드레스는 이후 많은 여성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으나, 흰색 웨딩드레스는 표백 기술의 발달로 흰색 옷감의 가격이 저렴해진 후에야 보편화하였다. 지금과 같이 웨딩드레스는 흰색이라는 이미지는 1920년 코코 샤넬이 선보인 흰색 웨딩드레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후 만들어진 것이다.

    이처럼 색의 이미지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달라진다. 흰색은 보통 선(善)이나 신성함 등을 의미하지만, 중국과 한국에서는 상복에 이용되어 불길하게 생각되기도 한다. 염료의 가격이 비싸 많은 나라에서 고귀한 색으로 여겨지는 보라색은 브라질이나 인도에서는 슬픔을 나타내는 색이다. 평화와 젊음을 상징하는 녹색 역시 지역에 따라 부정적 이미지를 갖기도 하는데, 미국 동부에서 녹색 차양은 장의사를 뜻하며 중국에서 녹색 모자는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는 것으로 여겨져 금기 색으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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