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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착방지제 국산화 20년, ‘가딕스’ 수술 예후 관리를 바꾸다

기사입력 2025.04.22 16:58
의료진이 효과 입증한 국산 유착방지제…사용률은 아직 낮아
  • 제네웰(대표이사 한상덕)과 한미사이언스(대표이사 김재교)가 22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국내 최초로 개발한 유착방지제 ‘가딕스(Guardix)’ 출시 20주년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 제네웰 한상덕 대표이사 /사진=김정아 기자
    ▲ 제네웰 한상덕 대표이사 /사진=김정아 기자

    유착방지제는 수술 후 장기나 조직, 신경 등이 비정상적으로 달라붙는 유착(adhesion) 현상을 예방하기 위한 의료기기다. 유착은 통증, 장폐색, 불임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수술 후 관리에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2005년 출시된 가딕스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유착방지제 시장에서 국산화에 성공한 제품으로, 지난 20년간 효과와 안전성, 경제성을 인정받으며 해당 분야의 기준 제품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가딕스’, 기술로 국산화 이끈 20년

  • 제네웰 김홍기 R&BD 본부장
    ▲ 제네웰 김홍기 R&BD 본부장

    김홍기 제네웰 R&BD 본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상적인 유착방지제는 ▲안전성과 유효성, ▲생체적합성, ▲유효 성분의 유지 기간, ▲사용자 편의성, ▲생분해성, ▲봉합 불필요 등 여섯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며, 가딕스는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도록 설계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5년 최초의 액상형 유착방지제 ‘가딕스 솔(SoL)’ 출시 이후, 2010년에는 세계 최초의 온도감응성 겔 타입 제품인 ‘가딕스 SG’를 선보이며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왔다”고 강조했다. 겔 형태의 가딕스 SG는 체온에 반응해 점성이 높아지는 특성을 활용해 수술 부위에 정확하게 고정할 수 있으며, 복강경·로봇수술 등 좁은 수술 시야에서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현장 의료진이 말하는 효과와 적용 사례

    이날 간담회에서는 실제 수술에 가딕스를 적용한 의료진의 임상 경험도 공유됐다.

  • 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강상욱 교수
    ▲ 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강상욱 교수

    강상욱 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는 “갑상선 수술 후 유착으로 인해 연하곤란, 통증, 목소리 변화 등 환자 불편이 흔하게 나타난다”며 “가딕스 SG는 수술 부위에 도포한 후 흘러내림이 적고 안정적으로 부착돼, 갑상선 수술 환자에서도 유착 예방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착방지제 사용이 회복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도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태중 교수
    ▲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태중 교수

    김태중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단일공 복강경 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향적 연구 사례를 소개하며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 수술 후 가딕스 SG를 적용한 결과, 배꼽 부위 유착 관련 합병증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임상 환경에서는 유착 자체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지만, 초음파를 통한 간접 평가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타났다”며 “부인과 수술에서 유착방지제의 적용은 수술 예후와 환자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대 사용률…예방보다 치료 중심인 현실

    하지만 유착방지제가 수술 후 합병증 예방에 실질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음에도, 국내 의료 현장에서의 활용은 여전히 제한적인 편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복강 내 수술 환자 중 유착방지제를 사용하는 비율은 20%대 초반에 불과하며, 산부인과에서도 제왕절개 분만 환자의 약 19%만이 관련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의 임상 판단 외에도, 포괄수가제 적용으로 인해 유착방지제의 원가가 수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점이 사용 확대의 주요 제약 요인으로 지적된다. 병원 입장에서는 사용 시 경제적 손실을 우려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일부 수술에서조차 유착 예방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품 다변화와 글로벌 전략으로 시장 공략

    이에 제네웰과 한미사이언스는 제품 경쟁력 강화와 함께 시장 확대 전략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제네웰은 가딕스의 제형 다변화를 통해 다양한 수술 환경에 대응하고 있으며, 현재는 필름 타입 제품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또한 유럽 CE MDR 인증을 획득한 것을 기반으로, 향후 해외 진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유통과 마케팅을 맡고 있는 한미사이언스는 중소형 병원을 중심으로 맞춤형 프로모션을 확대해 니치마켓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 한미사이언스 신준섭 본부장
    ▲ 한미사이언스 신준섭 본부장

    간담회에 참석한 신준섭 한미사이언스 본부장은 “가딕스는 지난 20년간 수술 현장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며 국내 유착방지제 시장을 선도해왔다”며 “앞으로도 의료진의 신뢰를 바탕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수술 후 유착은 예후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지만, 여전히 예방보다는 치료 중심의 접근이 일반적인 현실이다. 가딕스는 지난 20년간 국산 유착방지제의 가능성을 입증해왔으며, 앞으로는 제도적 개선과 인식 전환을 통해 보다 넓은 의료 현장에 적용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상덕 제네웰 대표이사는 “유착방지제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시절,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 끝에 가딕스를 시장에 선보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기술 혁신을 멈추지 않고, 더 나은 의료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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