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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상장사 13곳 중 10개 기업이 2/4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제품 사용 증가로 매출 성장은 이뤘지만, 인건비와 연구개발비 등 고정 지출이 크게 늘면서 여전히 흑자 달성 기업은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인공지능 전문매체 ‘더에이아이(The AI)’에 따르면 국내 AI 상장 기업 13곳 중 2/4분기 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셀바스AI, 플리토, 위세아이텍 3곳으로 집계됐다. 바이브컴퍼니를 제외한 12개 기업이 매출 성장을 이뤘지만 10개 기업이 영업 손익에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며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2/4분기 성장성 1위 플리토, 매출 1위 셀바스AI
전년 대비 가장 큰 폭으로 매출을 올린 기업은 플리토였다. 1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44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분기 매출 100억 원 이상을 기록한 곳은 셀바스AI 한 곳이었다.
플리토는 언어 데이터 및 AI 기반 전문 번역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자체 플랫폼을 통해 AI 번역, 집단지성 번역, 아케이드, 전문 번역 등 다국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번 매출 성장은 언어 데이터 수요 기업 확대와 플랫폼 사용자 확대 영향 덕분으로 분석된다. 다수 글로벌 IT 기업과 코퍼스(언어쌍) 데이터 판매 계약을 수주했고 특정 업계 내 통용되는 단어들을 학습시켜 고객사 맞춤식으로 제공하는 ‘기업 특화 번역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국내 대기업과 스타트업에 납품했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통합 번역 플랫폼과 기업 특화 번역 API 공급, 콘텐츠 전문 번역 등 다양한 서비스 매출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흑자전환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언어 데이터 산업이 향후 수십조 원 규모로 성장이 예측되는 만큼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언어 데이터 산업 수용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 달성 후 매출 상승을 이어가고 있는 셀바스AI는 이번 분기에도 전년 동기(109억 원)보다 10% 성장한 121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영업이익은 14억 원으로 전년 동기(16억 원)보다 다소 감소한 성적을 냈다.
셀바스AI 관계자는 “이번 분기에 예정돼 있던 공공기관 관련 매출이 3분기로 미뤄지면서 이익 부문에 부정 영향이 있었다”며 “3분기에는 매출과 이익 부문 모두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셀바스AI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매출 20% 이상 성장을 달성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전망도 긍정적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셀바스AI와 더불어 꾸준히 흑자 달성을 이어가고 있는 위세아이텍은 이번 분기 91억 원 매출을 기록하며 2020년 2월 코스닥 상장 후 10개 분기 연속 최대 매출액을 경신했다. 역대 2/4분기 최대 매출이면서 전년 동기(64억 원)보다 40% 성장한 수치다. 단 영업이익에서는 전년 동기(6억 원)보다 절반가량 떨어진 3억 원을 기록했다.
위세아이텍 관계자는 “대규모 채용과 직원 인센티브 지급 등으로 인해 영업수익 면에서 다소 감소한 결과를 냈지만 회사 안전성 확보 차원을 위한 투자였다”면서 “AI 사업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고 회사가 수익 분야에서 이미 기반을 마련한 만큼 하반기 전망도 긍정적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위세아이텍은 AI 개발 플랫폼을 개발·공급하는 회사다. AI 개발 플랫폼인 ‘와이즈프로핏’, 빅데이터 분석도구 ‘와이즈인텔리전스’, 데이터품질관리 도구 ‘와이즈디큐’ 등 AI와 데이터 관련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바이브컴퍼니 매출 하락, 솔트룩스·미디어젠 적자 확대
바이브컴퍼니는 13개 기업 중 유일하게 전년 동기(101억 원)보다 저조한 87억 원 매출을 냈다. 영업수익 면에서도 적자 폭이 확대됐다. 정부 사업 수주가 1/4분기에 몰리면서 이번 분기에는 큰 매출 성장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전 분기에 이어 이번 분기에도 전년보다 많은 적자를 기록하며 수익 면에서 안정화되지 않은 결과를 이어갔다.
음성 인식과 합성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미디어젠은 전년 동기보다 1억 원가량 높은 27억 원의 매출을 냈지만 10억 원 손실을 내며 마찬가지로 수익 면에서 안정적이지 않은 결과를 냈다.
메타휴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솔트룩스는 전년 동기(45억 원)보다 약 23% 성장한 5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15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13억 원 손실)보다 더 커진 적자 폭을 기록했다.
◇적자 늪에 빠진 의료·제약 AI, 탈출구 마련 필요
의료 AI 기업은 고전했다. 루닛이 전년 동기(8억 원)보다 3배 높은 매출 25억 원을 올렸지만 영업 손익 면에선 적자 폭이 확대됐다.
회사는 이번 분기 매출 상승에 이어 하반기 매출 성장도 자신했다. 지속적으로 매출 상승을 꾀하면서 영업 손익 개선도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하반기에는 건강검진 수요가 증가하고, 파트너사들의 제품 주문이 확대되는 만큼 매출 상승 폭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의료 AI 기업인 뷰노와 제이엘케이도 매출 성장을 이뤘지만 이익 면에선 손실을 봤다. 뷰노는 전년 동기(4억)보다 높은 6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제이엘케이도 2배 이상 높은 5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두 기업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더 많은 적자를 기록했다.
AI 제약 기업인 신테카바이오는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8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28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1000만 원 매출을 올렸지만 10억 원 가까운 손실을 봤다.
단 신테카바이오는 최근 암 신생항원(neoantigen) 예측 AI 플랫폼 ‘네오-에이알에스(NEO-ARS)’ 등을 국내 특허로 등록하며 성장 가능성은 꾸준히 키워가고 있다. 정종선 신테카바이오 대표는 “신생항원 예측 플랫폼에 대한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추가적인 실험 검증과 성능 평가를 통해 사업성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