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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한국체육계에 바램

  • 강신욱 (단국대 교수, 전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집행위원장)
기사입력 2020.06.03 16:08
  • Pixabay 사진제공
    ▲ Pixabay 사진제공

    2020년 5월 말 기준 전 세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85개국에서 611만 1,682명, 사망자는 36만 9,392명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1만 1,468명의 확진자와 270명의 사망자를 보이고 있다. 초기에 비하면 좀 주춤해지는 느낌이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그야말로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감염이나 치사율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먹고사는 게 흔들리는 데 있다. 그러나 이런 공포에 가까운 고통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백신이 빨리 개발되어 이 재난이 끝나길 바라지만 쉽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체육이나 스포츠를 얘기하는 것이 자칫 생뚱맞을 수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체육인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체육계는 국민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먹고사는 것이 다급한 형편에서 건강 증진은 잠시 뒤로 미룰 수 있다. 그러나 체육계에는 운동하는 선수, 스포츠 지도자, 소규모 스포츠 시설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등 스포츠란 이름 아래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예를 들어 학생 선수들은 미래의 삶을 위해 훈련과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지도자들은 이들을 가르치며 살아야 하고, 태권도장이나 피트니스센터와 같은 영리 시설을 운영한다든지 그곳에서 지도하는 사람들은 회원들이 와야 살 수 있다. 그런데 체육계에 이 모든 것이 막혀버렸다.

    프로야구나 프로 축구 개막이 문제가 아니다. 대다수 생활체육인들의 삶이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체육인들의 어려움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정부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체육계가 절대적으로 준비할 일이다.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단발로 끝나지 않고 장기적이고 다양한 계층을 어우를 수 있는 다양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한 예로서 학교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 선수들을 학교 주변에 내버려 두지 말고 비대면으로 지도자와 훈련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강구해야 한다. 경기 대회도 학기 중, 방학 중 탄력성 있게 대처해야 한다. 교육부와 경기단체, 그리고 대학은 고등학교 선수들이 훈련 부족과 대회 참가 제약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각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스포츠 지도자들 역시 재난으로 인해 사회적, 경제적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스포츠 지도자들도 생활인으로,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 처우해 주는 제도적 방안이 하루빨리 정착되어야 한다.

    그리고 체육 시설을 운영하며 사는 사람들도 더는 문을 닫지 않도록 정부는 획기적인 지원책을 고민해야 한다. 다른 유흥시설들과 달리 체육시설들은 국민의 건강 증진에 직접 이바지하는 소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공공 체육시설이 담아내지 못하는 수요를 영리 시설들이 채워주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는 시장 논리에만 맡기지 말고 공적 영역의 한계를 연장하여 영리 체육시설에도 과감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국가 예산을 통한 지원에 한계가 있다면 대출을 위한 은행 문턱이라도 낮추어 주면 좋겠다는 의미다.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내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쿄올림픽 다음 개최지인 호주의 퀸즐랜드는 그동안 공들여 왔던 2032 올림픽 유치를 보류하였다. 이처럼 전 세계의 스포츠 대회가 조정되고 있다.

    이제 우리 체육계는 변경되는 스케줄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모든 종목의 선수들이 최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아울러 국제적인 흐름과 정보 수집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국내 경기 대회도 가용한 모든 시설을 활용하여 전반기에 못 치른 모든 대회를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 통합체육회의 취지에 걸맞게 종목별로 수준별 리그제를 안착시켜 동호인들의 확산을 유인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체육인의 지혜를 모아 지방체육회의 자치권과 자율성 확보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방체육회가 자칫 지방정부의 관심에서 멀어질 경우 전혀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스포츠토토 사업 조정이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는 분명히 체육계에 커다란 위기를 안기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관련자들 모두가 힘을 합쳐 준비하고 대응하자. 위기가 기회이듯 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간다면 한국 스포츠계의 미래도 내성을 기를 수 있으며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 강신욱 (단국대 교수, 전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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