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반테 페보 저/김명주 역 | 부키
한해를 마감하는 12월엔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추천한 ‘12월의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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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고대 인류의 DNA 연구라는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다. 그는 대학원생 때 지도교수 몰래 이집트 미라의 DNA를 분석하여 성공한 뒤, 내친 김에 아무도 감히 할 생각도 못한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분석하겠다고 나섰다. 이 책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그 일에 성공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저자가 해온 연구를 흥미진진하게 묘사한다.
DNA는 세포가 죽으면 금세 분해되어 사라진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적어도 수만 년 전에 죽은 네안데르탈인의 뼈에 DNA가 남아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게다가 네안데르탈인의 뼈라니! 자연사박물관에 보물로 고이고이 모셔두어야 할 소중한 뼈에 드릴로 구멍을 뚫는다는 생각 자체에 경악했을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분석 기술의 한계 같은 과학적 장애물뿐 아니라 표본 확보 같은 정치적 장애물까지 극복하여, 마침내 성공을 거두었다. 그가 처음에 분석한 것은 세포 안에서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DNA였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서 따로 막으로 둘러싸인 작은 DNA여서 비교적 오래 존속할 수 있었다. 그는 네안데르탈인의 DNA와 현생인류의 DNA를 비교하여 둘의 유전자가 서로 뒤섞이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우리와 네안데르탈인은 이종 교배가 이루어지지 않은 별개의 종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 DNA만으로는 부족했기에, 그는 세포핵에 들어 있는 DNA도 연구하는 일에 나섰다. 이 DNA는 훨씬 더 크고 복잡했다. 게다가 더 쉽게 분해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네안데르탈인이 부수어서 발라먹은 동족의 뼛조각을 확보하여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즉 우리의 몸에는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유전체 전체로 보면 희석되어 약 2∼4퍼센트에 불과하지만, 네안데르탈인 유전체 중 약 20퍼센트가 인류에게 남아 있다고 한다. 이 놀라운 이야기야말로 반드시 읽어보아야 한다.
| 추천자: 이한음(과학 전문 저술 및 번역가)
- 편집=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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