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환경 넘어 각종 동작과 물성까지 가상으로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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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분야 산업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쌍둥이들이 있습니다. 가상 세계에서 온 쌍둥이입니다. 바로 버추얼 트윈과 디지털 트윈입니다.
원주시는 28일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에서 ‘디지털 트윈 융합 의료혁신 선도사업’ 착수에 따른 의료기기 사업 디지털 전환 선포식을 개최했습니다. 디지털 트윈 기술과 의료 제조 산업을 융합해 새로운 차원의 의료 혁신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는데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의료기기 제품 개발기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정확히 예측하는 환경을 조성할 예정입니다. 강원도와 원주시는 공동으로 사업을 기획해 올해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공모 사업으로 최종 선정, 국비 120억 원을 확보했지요.
재난 예방 등에도 디지털 트윈 활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조원휘 대전시의원(유성구3)은 지난 1월 ‘대전시 재난 예방 및 안전관리를 위한 디지털 트윈 시스템 운용에 관한 조례’를 대표로 발의했습니다. 대전시장이 재난 예방 및 안전관리를 위해 디지털 트윈 시스템을 마련하고 운용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규정했지요.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부서 간 협력체계도 구축하도록 했습니다.
이처럼 디지털 트윈은 지자체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트윈은 디지털 공간에 현실과 똑같이 마련한 쌍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물이나 환경 등을 디지털 공간에 똑같이 구현해 가상으로 여러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한 물리적 실체의 3차원 가상공간을 만들어 디지털 환경에서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죠.
집 안 인테리어를 바꾼다고 가정을 해볼게요. 책상도 옮기고 장롱도 옮겨야 합니다. 새로 구매하는 가구가 지금 공간에 배치할 수 있는지, 벽지와는 어울리는지 등을 모두 계산해야 하죠. 그런데 집안을 가상에 똑같이 구현한다고 생각해봐요. 그 안에서 가구를 이리저리 옮길 수도 있고, 새로 구매할 가구를 배치할 수도 있죠. 현실에서 일일이 가구를 옮기지 않고, 가구 크기와 길이를 줄자로 재보지 않아도 됩니다. 그만큼 인테리어 작업이 쉬워지겠죠?
디지털 트윈은 이와 비슷합니다. 제조업에서 물건을 제조한다고 할 때 제조 과정의 모든 단계를 가상으로 구현해보는 것이죠. 가상에서 여러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제조 방법을 찾고, 이를 토대로 불량률을 줄이고 생산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트윈보다 형님 격인 기술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또 다른 쌍둥이인 ‘버추얼 트윈’입니다. 디지털 트윈보다 한 단계 높은 기술로 평가되는 버추얼 트윈은 시뮬레이션 강자인 다쏘시스템이 내놓은 기술이지요.
◇ 디지털 트윈보다 형님 ‘버추얼 트윈’
버추얼 트윈은 모든 개체와 그 개체를 둘러싼 전체 환경을 시각화하고 시뮬레이션해 현실과 같은 공간을 가상에 구현하는 것을 뜻합니다. 디지털 트윈은 특정 개체만 수학적으로 표현해 가상으로 구현하지만, 버추얼 트윈은 전체 환경을 가상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버추얼 트윈은 가상공간에 사물이나 환경을 똑같이 구현한 디지털 트윈 단계를 넘어, 각종 동작과 물성 변화까지 현실처럼 구현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 자동차 충돌 테스트를 한다고 가정해볼게요. 이 테스트엔 자동차의 속도도 필요하고 얼마나 파손되는지에 관한 물성 변화도 필요합니다. 단순히 사물이나 환경을 똑같이 구현한 디지털 트윈에서는 충돌 테스트까지 하긴 어렵죠. 하지만 버추얼 트윈은 각종 동작과 물성 변화까지 현실처럼 구현해 복잡한 시뮬레이션까지 가능합니다. 버추얼 트윈이 디지털 트윈보다 앞선다고 평가되는 것도 이 때문이죠.
3D익스피리언스(3DEXPERIENCE) 플랫폼 기반 ‘버추얼 트윈 익스피리언스’ 기술을 개발·공급하는 다쏘시스템 관계자는 “우리가 제공하는 버추얼 트윈 익스피리언스는 단순한 사물의 디지털 형태인 디지털 트윈보다 강력하다”면서 “버추얼 트윈은 주변의 모든 것을 3D 모델링하고 테스트 및 시뮬레이션하여 모델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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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버추얼 트윈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요? BMW그룹은 지난 3월 다쏘시스템과 미래 엔지니어링 플랫폼 개발을 위한 장기·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는데요. 이번 파트너십 체결로 BMW 구성원 1만 7000명은 다쏘시스템의 3D 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활용해 아이디어 구상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개발 프로세스를 가속화 할 예정입니다. 그중 하나가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버추얼 트윈 활용인데요. BMW그룹 엔지니어링 부서는 미래 제품 개발환경 핵심인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사용해 통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각 모델의 변수에 맞게 구성가능한 차량의 버추얼 트윈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각 팀은 버추얼 트윈을 통해 부품을 더욱 쉽게 재사용하고, 차량 가변성의 복잡성을 습득하고, 설계에서 제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요.
줄리앙 호엔슈타인(Julien Hohenstein) BMW그룹 연구 개발 프로세스, 디지털화, 거버너스 아이디어 제공 부사장은 “디지털 관점에서 사고하고, 연결된 방식으로 작업하며, 통합된 데이터를 관리해야만 엔지니어링 프로세스를 최적화할 수 있다”며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은 BMW 그룹에게 최적화된 접근 방식을 지원하고 더 높은 수준의 품질 달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버추얼 트윈, 기술 통합으로 더 커진다
버추얼 트윈 활용 사례는 많습니다. 항공 업계에서는 노후화된 기체를 재활용하거나 연료를 줄이는 방안을 찾는데 버추얼 트윈을 활용합니다. 에어버스는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통해 항공기 설계를 했는데요. 이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버추얼 트윈 기술을 통해 공기 역학적 날개와 지능형 기체 기반의 항공기 ‘A350 XWB’를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이 항공기의 기체와 날개 구조는 모두 탄소섬유로 제작됐는데, 탄소섬유는 제트 항공기 전체의 50% 이상에 사용됐습니다. 디디에 에브라(Didier Evrard) 에어버스 A350 XWB 프로그램 부문 부사장 겸 책임자는 “A350 XWB는 경량 소재인 탄소섬유를 광범위하게 사용한 최초 항공기”라며 “공기 역학적 효율을 높여 연료가 적게 들고 운행 소음도 줄였다”고 말했지요.
위치타 주립대학의 국립항공연구소(NIAR)는 버추얼 트윈을 활용해 노후된 기체의 지속성을 향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B1-B 및 UH-60L 기체의 도면을 버추얼 트윈 모델로 변환해 기체의 유지 관리 전략 및 업그레이드,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가능하게 했지요. 이를 통해 10년 후 혹은 15년 후에 발생할 잠재적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항공기의 향후 수명을 과학적으로 탐지해낸 사례입니다.
버추얼 트윈은 각종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키워줄 기술로 꼽힙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과 인력 부족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업무 효율을 크게 높여줄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죠. 차량 내구성을 증진하기 위해 충돌 테스트를 하는데, 일일이 직접 하는 것보다 가상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한다고 가정해봐요. 실제로 시간과 비용을 많이 투자해 10번 충돌 테스트를 한 것을, 가상에선 큰 투자 없이 100번 이상을 쉽게 할 수 있게 되겠죠. 그만큼 우리는 원하는 결과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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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쏘시스템은 버추얼 트윈 기술을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통해 다른 기술들과 지속 통합하고 있습니다. 대표 기술이 생성형 AI지요. 다쏘시스템은 최근 생성형 AI 기술을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에 접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설계 스케치 예측’, ‘설계 도면 자동 생성’ 등의 기능을 선보일 수 있다고 했지요.
버나드 샬레(Bernard Charlès) 다쏘시스템 회장은 지난 2월 미국 댈러스에서 개최한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4’에서 기술의 통합을 강조했습니다. “설계, 머신 모델링, 시뮬레이션, AI의 통합은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가져올 수 있다”며 “다쏘시스템은 이 분야에 있어 세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죠. 지금의 버추얼 트윈 기술이 AI를 비롯한 다른 기술과 결합해 더 큰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 말이었습니다.
현실의 모든 상황을 진정으로 가상에 구현하는 버추얼 트윈. 다른 기술과 결합해가며 산업부터 환경까지 도움을 주고 있는 기술. 버추얼 트윈이 디지털 트윈의 형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죠? 곧 생성형 AI 옷을 입은 쌍둥이 형의 모습을 전해드릴 날을 기대해봅니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