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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그림자와 빛 같은 거장감독과 거장 배우들…'파묘'

기사입력 2024.02.21.07:02
  • 영화 '파묘' 스틸컷 / 사진 : 쇼박스
    ▲ 영화 '파묘' 스틸컷 / 사진 : 쇼박스

    밑도 끝도 없는 부자 박씨네 집안에서 '파묘'는 시작된다. 해외까지 퍼스트 클래스를 타고, 무당 화림(김고은)과 그의 제자 봉길(이도현)은 부자 집안에 깃든 기이한 병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화림은 즉각 눈치를 챈다. 묫바람이다. 묫자리가 편치 못한 조상님으로부터 액운이 비롯된 것. 부자 박지용(김재철)은 거액의 사례금을 제시하며 파묘를 의뢰한다.

    화림과 봉길은 곧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을 찾아간다. 상덕은 흙의 맛을 보며, 명지와 악지를 가린다. 그는 늘 하던대로 박씨 가문의 묫자리에서 흙의  맛을 보고, 뒤돌아 '파묘' 제안을 거절한다. "악지 중의 악지." 하지만 화림은 대살굿(돼지나 소를 잡아 제물로 바치는 타살굿과 비슷한 형태로, 영화를 위해 창작한 단어)을 제안하며, 파묘를 밀고 간다. 그렇게 파묘가 시작된다.

  •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렇다. 빛으로 이어지는, 양지에만 있을 것 같은 부자의 어둠이고, 그림자인 지점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하지만 '파묘'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두 가지 이야기가 끊어진 한 마리 범의 허리처럼 묘하게 이어진다. 부자 박씨는 이야기를 '파묘'를 통해 열어주고, 악지 중의 악지인 묫자리에 박힌 한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되짚는다. 깊이 파고들어 있어서 그곳에 있었는지도 잊고 살지만, 매번 아픔을 느끼게 하는, 이제는 뽑아버리고 싶은 그 쇠말뚝에 대해서다.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에서 제목처럼 악귀에 씐 소녀를 구마하는 '사제들'에 집중했고, '사바하'에서는 종교, 믿음, 그리고 이단 등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의 세 번째 오컬트 장르작인 '파묘'에서는 두 가지 모두에 집중한다. 네 명의 인물들, 풍수사 상덕(최민식), 원혼을 달래는 무당 화림(김고은), 대통령을 염하는 장의사 영근(유해진), 화림을 스승으로 모시는 경문을 외는 무당 봉길(이도현)이 '파묘'의 주축이 된다. 그리고 이들은 박씨 가문의 묫자리에서 비롯된 우리나라의 한이 담긴 이야기를 가득 채워나간다.

  • 이를 통해 보지 못했던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의 표정이 스크린에 담긴다. 장재현 감독은 CG(컴퓨터 그래픽)을 최소화하고, 하늘을 가르는 거대한 도깨비불까지도 실제 촬영으로 스크린에 담았다. 이를 통해 오행인 나무, 불 흙, 쇠, 물의 '진짜' 모습이 담겼다. 이들은 어느 한쪽에 강하면, 다른 한쪽에 약한 식으로 조화를 이루며 땅을 구성한다. 그 조화를 깨트린 것은 한 시대의 사람이다. 이를 마주한 상덕, 화림, 영근, 봉길의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배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은 과감하게 자신을 내려놓는다. 기묘한 공기의 묫자리 역시 주인공 같은 존재감을 내뿜는다.

    '오컬트 거장'으로 불리는 장재현 감독은 실사 촬영에 대한 고집뿐만 아니라 곳곳에 센스있는 이음새를 통해 또 다른 상상을 이어가게 한다. 부자 박씨 집안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초반에는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면들이 많다.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을 비롯해 묫자리 아래를 내려다 보는 시선들이 있고, 기이한 병을 앓고 있는 갓 태어난 아기를 내려다 보는 시선들도 있다. 생과 사에 대한 시선들이 교차한다. 더불어 묫자리에 박혀있는 역사를 풀어내는 후반부에서는 위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포착된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상처와 트라우마가 많은데, 그걸 파묘하고 싶었다"라는 장재현 감독의 의지가 담겨있는 지점으로 읽히기도 한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설명해보자면, 김고은이 선보이는 대살굿이나, 일본어를 사용하며 빙의된 모습을 표현한 이도현, 땅에 가장 가까이에 선 최민식의 힘, 그리고 반전 교회 오빠 유해진의 입담 등 상영시간 134분을 꽉 채운 열연이 담겼다. 그리고 관념적인 대상에서 시각적인 존재감으로 보다 명쾌하게 '파묘'는 질주한다.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지만, 장재현 감독의 말처럼 "화끈한 영화"의 탄생이다. 이는 오는 22일 개봉해 관객과 만난다.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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