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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순신 3부작'에 바친 10년…김한민 감독은 왜 '노량'을 완성해야만 했을까

기사입력 2023.12.24.00:01
  • '노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 '노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미 이순신 장군의 유지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 그 한마디에 해전을 통해 왜에게 우리나라를 지켜낸 이순신 장군의 결의가 담겨있다. 그 이야기를 김한민 감독은 '명량'(2014)부터 이어진 10년 동안의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마지막 이야기로 꺼냈다. 모두 다 아는 유지에 마지막 한 줄을 덧붙이면서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7년이 지난 1958년 12월 왜군의 수장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퇴각하려는 왜군을 막아선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를 담았다. 명나라까지 3국이 담겨 1천여 척의 배가 바다 위에서 맞붙는다. 임진왜란 7년간의 수많은 전투 중 가장 치열한 해전이었다. 김한민 감독은 그 마지막 해전을 100여 분의 시간에 담아냈다. 이순신 장군이 "이 원수만 무찌른다면 죽어도 한이 없습니다"라고 하늘에 빌고 들어간 전투였다.

  • '노량' 스틸컷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 '노량' 스틸컷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Q. 무려 10년 동안이나 이순신 장군의 삶을 들여다봤다. 그 마침표를 찍은 소감이 어떤가.

    "제가 무대인사 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지방 무대인사를 다니면서 '만들어야 할 작품을 어떻게 운이 좋아서 만들게 되었고, 보여드려야 할 작품을 보여드리게 되어서 참 감격스럽다'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런 심정이다. 천행이었지만 3부작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기도 하다. 그걸 만들어서 다행스럽게도 보여드릴 수 있는 영화를 만든 것 같아서 다행이고 뿌듯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Q. '명량',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까지 이순신 3부작을 완성했다. 그 세 편이 존재해야 했던 이유가 있을까.


    "단지 '명량'의 흥행에 힘입어 속편을 만든 게 아니라, '한산', '노량'이라는 작품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와 뚜렷한 의식이 있었다. 그런 지점에서 '노량'은 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적들이 퇴각하려 하고, 모두 '다 끝난 전쟁'이라고 하는 상황에서 이순신 장군이 왜 고독하고, 집요하고, 치열하게 이 전쟁을 끝까지 수행하려고 했는지가 매우 중요한 화두였다. 그것에 대한 답을 '완전한 항복, 완전한 종결'이라고 발견했을 때 전율이 있었다. 이순신 장군님의 마지막 대사의 의미가 이것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 대사는 전반적인 이순신 장군님의 전체적인 언행 속에서 추측·창조됐다. 그의 정신을 요약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감히 그렇게 한 마디를 덧붙여도, 이순신 장군님이 나를 그렇게 나무라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것을 알리기 위해 '노량'이라는 작품이 세상에 나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 '노량' 스틸컷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 '노량' 스틸컷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Q. '명량'에서는 최민식,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박해일,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는 김윤식이 각각 이순신 장군의 얼굴이 되었다. 각기 다른 배우를 캐스팅의 이유가 있을까.

    "'명량'이 공개될 당시, '한산'과 '노량'이 결정된 바 없었다. '명량' 때 최민식이 이순신 장군을 했으니, '그렇게 가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민식 배우께서 "'명량' 한 편에 에너지를 온전히 다 쏟은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이야기와 겹치며, 각각의 작품에 걸맞은 배우와 함께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했다. '명량'에서는 용장의 모습을, '한산'에서는 치열한 전략과 전술을 펼치는 지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 지략이 있는 젊은 이순신 장군의 모습에 박해일이 적합했다. '노량'에서는 지혜롭고 후대를 생각하는 혜안을 가진 현장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문무를 겸비한 이순신 장군을 표현하는데 김윤석이라는 배우가 적합했다."

    Q. 해전에 이르기까지 왜나라 뿐만 아니라 명나라까지 더해진 삼국의 역사적인 설명이 필요했다. 수많은 역사적인 사건들 속에서 어떤 부분을 차용하려 했나.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제 의식이었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필수적으로 하고 싶은지가 중요했다. '노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사람들이 '다 끝난 전쟁'이라고 이야기하는 속에서도 끝까지 전쟁을 수행한다. 그 이유와 의미에 큰 무게를 두고 직조해 나갔다. 왜의 퇴각보다는 그들의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는 이순신 장군의 뜻에 반하는 적장도 있을 거고, 명나라와 왜 사이의 관계성도 있을 거다. 실제로 역사가 그랬다. 하지만, 주제 의식에 방점을 두고 풀어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리가 됐다. 어디까지 역사를 끌어오고, 어디까지 전개해 나갈지 매우 선명하게 정리가 됐다."

  • '노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 '노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Q. '노량'은 북소리로 시작해, 북소리로 끝을 맺는다. 그 소리가 의미하는 바가 있을까.

    "결국 북소리가 이순신 장군의 뜻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북소리가 들어오며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괴로워하는 모습이 등장하고, 북소리를 들으며 시미즈(백윤식)가 괴로워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게 매우 중요했고, 그렇게 배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전쟁을 끝까지 수행해서, 기어이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자'라는 이순신 장군의 뜻을 북소리에 담았다. 또, 북소리로 더욱 심기일전해 싸우게 되지 않나. 북소리와 함께 정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Q. 국민의 대부분이 '노량해전'의 결말을 알고 있다. 심지어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유지는 너무나 유명하지 않나. 그 장면을 담아내는 데 고민이 컸을 것 같다.

    "모두 다 아는 역사이고, 모두 다 아는 결말이다. 사실 이순신 장군이 '싸움이 급하다.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찍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 잘 찍어도 밑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걸 피해 갈 수는 없을 것 같더라. 그래서 배치에 대한 고민했다. 기술적으로는 타이밍을 조절했다. 그 장면에는 이순신 장군의 진정성과 진심이 담겨있다. 그래서 찍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 말을 담지 않으면, '노량'이라는 영화가 사상누각(沙上樓閣, 튼튼하지 못해 곧 무너지는 헛된 것)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올바른 결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노량' 스틸컷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 '노량' 스틸컷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Q. 해전 장면에서 가장 뜨거움을 주는 것은 이순신 장군을 비롯해 그곳에 서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담아낸 장면이 원테이크(장면을 자르지 않고 이어서 촬영하는 기법)로 이순신 장군까지 촬영한 장면이었다. 고충이 컸을 것 같다.

    "'노량해전'은 역사적 사실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와 배가 부서진 해전으로 기록돼 있다. 밤에 시작돼 아침까지 전투가 이어졌고, 가장 많은 지휘관급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다. 그렇기에 '해전'에 영화의 큰 부분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고, 전투를 따라가는 시선이 명징하게 전개되어야 했다. 전쟁의 한중간에서 이순신 장군이 고독하게 서 계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롱테이크 기법을 선택했다. 이름 없는 명나라 군사부터 시작해 이름 없는 조선 군사, 이름 없는 일본 왜병, 그리고 그 끝에 이순신 장군이 보이도록 장면을 설계했다. 돈이 들든, 시간이 들든,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카메라와 사운드가 홀로선 이순신 장군을 향해 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며 탄생한 장면이다. 촬영도 힘들었지만, 사운드 설계 역시 힘들었다."

    Q. 눈길을 끄는 인물들이 있다. 배우 안성기가 투병 중에도 촬영에 임했고, 여진구와 이제훈이 특별 출연으로 스크린을 빛냈다.

    "'한산'과 '노량'을 연달아 찍었다. '한산' 촬영이 끝날 무렵, 안 선생님 건강이 안 좋아지셨다. 걱정했는데, '노량' 촬영이 끝날 무렵 선생님께서 암 투병을 극복해 내셨다. '한산' 마지막 부분에 선생님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부족한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을 찍으면서 '노량' 속 장면도 함께 촬영해 주셨다. 감사한 마음이다. 광해는 이순신 장군의 유지가 당시 정치 위정자들에게도 확장되는 효과를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순신의 후손인 현재의 우리에게도 닿기를 바랐다. 이제훈의 캐스팅은 친분으로 진행됐는데, 차분하면서도 지적이고 약간은 반골적인 면모가 광해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여진구는 이순신의 셋째아들 면으로 등장했다. 고민하며 제안했는데, 다행히 긍정의 답변이 돌아와 정말 기뻐했던 기억이 있다. 함께 촬영하며 '어떻게 칼질하는데도 저렇게 우아할 수 있을까'라며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 '노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 '노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Q. 과거 인터뷰에서 힘들 때, '난중일기'를 읽는다고 말씀하셨다. 수도 없이 읽은 그 글에서 가장 좋아하는 지점이 있나.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모습이 가장 좋다. '노량'에서 이혁기를 등장시킨 이유가 이순신의 가장 좋은 술친구였고, 조력자였기 때문이다. '난중일기'에서 이순신이 이혁기가 오지 않아 서운함을 표현한 부분이 있다. 그런 표현을 보면서 '이순신 장군도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장수들과 술 마시는 걸 좋아하셨다. 그러면서도 날씨를 꼭 적어두셨다. 수군을 지휘하는 입장에서 날씨는 늘 헤아리셨던 것 같다."

    Q. 이순신 장군 3부작을 10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마무리 지었다. 이순신 장군을 보내는 마음이 어떤가. 또, 이순신 장군을 만난다면, 어떤 말을 듣고 싶은가.

    "나는 보낼 생각이 없다. 이쪽은 하나의 영역이다. 준비하고 있는 다른 영역도 있다. SF 영화다. 여력이 되면, 또 중대사 이야기를 다루려는 생각도 있다.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는 '노량'으로 마무리됐지만, 이순신 장군이 표면적으로 나오지 않는 이순신 장군을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 않나.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 참 운이 좋았다 싶다. 이순신 장군님을 뵙게 되면 '저 좀 쓰다듬어 주시면 안 돼요?'라는 애교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웃음)"

    Q. 이순신 장군 3부작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하며, '명량', '한산', '노량'을 관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

    "이순신 정신의 리마인딩인 것 같다. '명량'에서 이순신은 모두가 두려움에 빠진 상태에서 그걸 용기로 전화하는 중심에 있었다. 그런 정신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산'에서는 수세에 빠진 전장에서 능동적인 공세로 바꾸는 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순신 장군이 평소 준비하지 않고, 집중력 있게 전쟁에 임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그 승세를 잡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 정신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노량'은 부당한 침략을 통한 올바른 전쟁의 종결이 무엇인가에 대해 중요한 지점을 시사한다. 우리 역사 속에 제대로 종결이 되지 않아서 지속적인 불행을 낳는 사례들이 있지 않나. 그런 지점에서 이순신 장군의 정신이 '노량'을 통해 리마인딩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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