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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세계는 기업 경영의 주요 지표로 자리 잡은 ESG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업이 전통적인 목표인 주주 이익 극대화를 넘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번영과 공존에 기여해야 한다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확대하고, 코로나 팬데믹을 비롯해 기후 변화, 경기 침체의 장기화 등 전 세계가 다중위기에 직면하며 기업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시각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기업은 ESG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디지틀조선일보는 ‘함께 걷는 미래’를 주제로 한 특집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ESG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을 소개하고, 각 기업이 실천하고 있는 사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최근 ESG 경영이 확산하며 금융권에도 ‘녹색금융’의 바람이 불고 있다. 녹색금융이란 환경, 에너지 등과 관련된 금융 활동을 통합적으로 이르는 말로, 환경개선, 금융산업 발전, 경제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금융 형태를 뜻한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상품이나 서비스 생산에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기업, 고객, 사회가 함께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국내 카드사들은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친환경 관련 상품 개발, 녹색 채권 발행 등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신한카드는 녹색금융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디지털 플랫폼 회사를 지향하는 신한카드는 그린 인덱스 개발, 친환경 상품 개발, Non plate 100% 전환 등의 활동을 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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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는 금융기업의 녹색금융 활성화는 ‘ESG 경영의 보기 좋은 심볼’이 아닌, 금융기업에 절체절명의 위기로 닥친 ‘ESG 실천의 과제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국가와 대기업이 탄소중립에 앞장서는 이유는 기후 위기로 인한 자연재해 방지를 넘어 세계 경제의 안정화를 꾀하려 하는 데도 있기 때문이다.
신한카드가 선보인 녹색금융, ‘신한그린인덱스’우리나라의 온실가스 통계치 산출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 집계 대상은 분야별로 에너지·산업공정·농업·폐기물 등으로 분류된다. 또한, 생산자 및 기업에 국한되어 있고, 개인의 소비지출 분야에 대한 집계 방법론 및 관련 지침은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신한카드는 지난 2월 민간에서 최종 소비지출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예측하는 그린인덱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친환경 소비에 대한 인식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진행된 연구 및 개발 자료를 참조해 개발된 우리나라에 특화된 소비자관점의 탄소 발자국 계산기다.
‘신한그린인덱스’는 소비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배출된 탄소배출량을 소비자에게 쉽게 안내함으로써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이를 통해 탄소저감활동 및 친환경 소비로의 관심과 직접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사측은 그린인덱스가 소비자의 소비 전반에 대한 탄소배출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안내하는 것에 집중해 개발됐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신한카드 앱’에 탑재된 그린인덱스 서비스에서는 나의 탄소배출량 수준을 총 5개의 그린뱃지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린뱃지는 나와 유사한 금액을 지출하고 있는 고객군 내에서 ‘나의 탄소 배출량 수준’을 표시하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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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배출량은 지표 특성상 지출 금액이 많을수록 탄소 배출량도 이에 비례해 증가한다. 이에 신한카드는 나와 유사한 금액대를 지출한 고객을 그룹으로 설정해, 해당 그룹 내에서 나의 상대적인 탄소 배출량 수준을 가늠할 수 있게 했다.
같은 100만원을 지출한 경우라 하더라도 탄소배출계수가 높은 교통·에너지 분야에서 100만원을 지출했다면 그린뱃지 단계가 낮아지며, 탄소배출 계수가 낮은 영역에서 지출했을 경우에는 그린뱃지 단계가 높아진다.
소비자와 기업이 상생하는 ‘탄소중립 플랫폼’신한카드는 ‘신한그린인덱스’는 소비자에게 탄소 배출량을 보여주고, 친환경 소비를 유도하는 국내 최초 시도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 소비시장의 친환경화, 연계된 기업의 상품·서비스 개발, 공공기관의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유용한 연구자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소비자와 기업이 상생하는 ‘탄소중립 플랫폼’으로의 확장이 목표인 그린인덱스가 중장기적으로는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탄소중립 활동을 안내할 뿐만 아니라, ‘착한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카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개최한 ‘2022 빅콘테스트’에 주관사로 참여해 ‘MZ세대가 떠나는 친환경 ESG 제주여행 루트 짜기’를 과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회사가 제공한 카드 소비 데이터 및 탄소 데이터를 활용해 여행 출발부터 숙박, 음식료품 섭취, 이동 등 여행 전반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산출함으로써, 탄소 중립을 실천하고 MZ세대 여행자 관점에서 매력도 높은 친환경 관광 루트를 기획할 수 있게 하자는 목적이었다.
실제 수상자들은 기존 여행루트 대비 탄소 배출량 저감량을 수치화해 제공하는 여행루트를 개발했으며, 기획한 루트로 제주 여행을 한 뒤 Vlog(브이로그)를 통해 SNS에 탄소 저감 여행을 홍보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신한카드는 그린인덱스 서비스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정교한 탄소 배출량 산출이 가능한 교통 영역을 우선적으로 선정해 알고리즘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비즈니스 추진을 위한 외부 기관과의 협업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경희대학교 기후변화센터와 산학 협력을 통해 ‘소비-탄소 배출’ 관련 DB 개발, 탄소중립 관련 공동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등 기후 위기 공동 대응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사측은 “생활 결제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체계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소비자에게 친환경 소비로의 전환 동력이 되게끔 하는 것이 카드사가 할 수 있는 차별화된 녹색금융 경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송정현 기자 hyun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