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생성 위험 이슈로 큰 논란을 일으켰던 아질산나트륨이 여전히 햄, 소시지, 베이컨 등 식육 가공품 대부분에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는 국내 매출 규모 상위 5개 식육 가공품 제조사 제품의 아질산나트륨 첨가실태 조사 결과, 햄, 소시지, 베이컨 등 식육 가공품의 약 92%가 여전히 아질산나트륨을 발색제 및 방부제로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제조사별 주요 식육 가공품 25개 중 22개가 발색제 및 보존료로 아질산나트륨을 첨가했으며, 나머지 3개 제품은 무첨가를 표시했으나 첨가물 이름만 다를 뿐 유사한 성분의 첨가물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주권은 이번 조사 대상 제품 대부분이 아질산나트륨의 유해성에 대한 주의나 경고를 표시하지 않았고, 함유량(잔존량)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제품 성분 표시면에 아질산나트륨 경고 표시와 함유량, 1일 섭취 허용량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WHO 기준 가공육의 아질산나트륨의 1kg당 잔존량은 0.07mg이며, 1인당 1일 섭취허용량은 0.06mg이다. 이는 200g 햄 세 조각만 먹어도 60kg의 성인의 아질산나트륨 1일 섭취허용량 쉽게 초과할 수 있는 양이다.

또한, 소비자주권은 ‘식품첨가물 無(무)첨가’ 표시를 한 제품 역시 유사한 성분의 대체 첨가물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케 하는 표시를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질산나트륨 대체재 개발을 위한 식약처의 적극적인 대처 및 기준마련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아질산나트륨의 전면적인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질산나트륨은 햄이나 소시지 베이컨 등을 만들 때 육류의 선홍빛을 고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식품첨가물이지만, 단백질 안의 ‘아민(Amine)’ 성분과 반응하여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을 만들고, 다량 섭취했을 경우 헤모글로빈의 기능을 억제해 암과 청색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어린이 식품에 아질산나트륨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으며, WHO 산하 기관인 국제암연구소(IRAC)는 2015년 아질산나트륨이 첨가된 육가공식품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