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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이나 달걀이나’라는 말이 있다. ‘계란’과 ‘달걀’은 모두 ‘닭이 낳은 알’을 가리키는 말이니, 이것이나 저것이나 다 마찬가지라는 뜻의 관용적인 표현이다. ‘계란이나 달걀이나’처럼 일상에서는 ‘계란’과 ‘달걀’이 모두 자주 쓰인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계란’은 사용하면 안 되는 말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대부분의 방송 자막에는 말하는 이가 ‘계란’이라고 하면, ‘달걀’로 바꿔 표기한다. ‘계란’은 정말 사용하면 안 되는 말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렇지 않다. ‘계란(鷄卵)’은 한자어이고, ‘달걀’은 ‘닭의 알이 ’달긔알‘을 거쳐 ’달걀’로 변한 고유어다. 이왕이면 ‘계란’보다 고유어인 ‘달걀’을 쓰는 것이 좋겠지만, 많은 이가 사용하는 단어인 ‘계란’을 굳이 배척할 필요는 없다.
이런 오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계란’의 순화어로 ‘달걀’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순화어 자료의 '순화 정도'에서는 순화 대상 용어인 ‘계란’과 순화한 용어 ‘달걀’을 모두 쓸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
‘야채’와 ‘채소’도 그렇다. 한때 ‘야채’가 일본식 한자어이기 때문에 우리 고유 표현인 ‘채소’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현재 방송 자막에는 ‘계란’, ‘달걀’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야채’를 ‘채소’로 바꿔 표기한다.
‘야채’를 근대 이후 많이 사용하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야채’가 왜색이 짙은 말이라는 것은 확인된 바 없다. ‘야채’는 조선시대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점도 ‘야채’를 ‘채소’로 바꿔 써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어렵게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야채(野菜)’는 ‘채소’와 비슷한 말로 ‘들에서 자라는 나물. ‘채소(菜蔬)’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되어 있다. ‘채소(菜蔬)’는 ‘보리나 밀 따위의 곡류를 제외한 밭에서 기르는 농작물’이다.
다시 말해 ‘야채’는 ‘야생에서 채취한 채소‘, ‘채소’는 ‘재배한 농작물’이니 ‘야채’를 ‘채소’로 무조건 바꿔 쓰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야채’와 ‘채소’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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