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

TSMC 앞서고 인텔 추격하고… 샌드위치 신세 된 삼성전자 파운드리

기사입력 2024.02.23 17:09
인텔 파운드리 사업, 美 패권 강화로 속도 낸다
  • 인텔이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다이렉트 커넥트’에서 18A 공정 양산을 시작하고 2027년까지 14A 공정 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인텔
    ▲ 인텔이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다이렉트 커넥트’에서 18A 공정 양산을 시작하고 2027년까지 14A 공정 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인텔

    인텔이 종합반도체업체(IDM)의 위상을 뽐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를 열고 파운드리에서 18A(1.8㎚) 공정을 양산 시작하고, 2027년까지 14A(1.4㎚) 공정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2020년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IDM 2.0’ 전략을 발표한 후 약 4년 만이다.

    IDM은 반도체를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아우르는 기업을 뜻한다.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와 생산하는 파운드리가 별도로 있다. 엔비디아, 구글, AMD, 애플 등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업은 팹리스, TSMC와 같이 생산만 하는 기업을 파운드리라 부른다. IDM은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모두 할 수 있는 기업이다. 인텔, 삼성전자 등이 IDM에 포함된다.

    인텔은 반도체 생산보다 설계에 무게를 두다 2021년 3월 ‘인텔 언리쉬’ 행사에서 파운드리 사업 진출 계획을 발표하며 다시금 반도체 생산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다시 집중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설이 있었지만, 미국 내 팹리스 기업들과 협력해 반도체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미국과 중국 분쟁 속에서 대만 TSMC에 생산을 의존하는 것은 미국 반도체 안보에 위험할 수 있단 분석 때문이었다. 실제로 중국과 대만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을 당시, 중국이 반도체 생산 때문에 TSMC만큼은 공격하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있었지만, 반대로 중국이 대만에 승기를 잡았을 경우 미국에선 반도체 독점을 막기 위해 TSMC를 파괴할 것이란 얘기도 있었다. 그만큼 미국은 반도체 생산을 해외 기업에 의존하는 것을 염려했고, 이 때문에 인텔이 다시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했다는 가설이 가장 정답에 가깝다고 평가됐다.

  • 인텔의 파운드리 현황과 계획. /인텔
    ▲ 인텔의 파운드리 현황과 계획. /인텔

    이번 행사에서는 이러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그대로 나타났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대만과 한국에 넘어간 반도체 주도권을 미국이 가져와야 한다”며 “실리콘(반도체)을 실리콘밸리에 돌려주자”고 말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0% 수준인 미국의 반도체 제조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화답했고 행사장에는 박수가 쏟아졌다.

    미국의 반도체 패권 강화는 인공지능(AI)과도 연결된다. AI가 연산하고 추론하는 배경엔 반도체가 있다. AI 모델이 커지면서 이에 상응하는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해졌고, 필요한 수량 역시 많아졌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부족으로 여기서 AI 연산 기능만 추려낸 신경망처리장치(NPU)가 등장한 배경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번 인텔 발표에는 AI 반도체 기업과 AI 기업이 방문했다. 르네 하스 ARM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스프트(MS)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AI 반도체 관련 거대 기업들이 참석했다. 이중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의 AI 반도체 ‘마이아’를 올해 연말부터 인텔 18A 공정으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마이아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위해 서버를 가동 중인 MS가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준비 중인 반도체다. MS가 TSMC와 삼성전자가 아닌 인텔을 생산공장으로 선택한 이유로 안정적인 공급을 꼽았다. 나델라 MS CEO는 “가장 발전된 고성능·고품질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인텔을 선택했다”고 했다.

  •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스프트(MS) CEO는 자사의 AI 반도체 ‘마이아’를 올해 연말부터 인텔 18A 공정으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인텔
    ▲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스프트(MS) CEO는 자사의 AI 반도체 ‘마이아’를 올해 연말부터 인텔 18A 공정으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인텔

    팻 겔싱어 인텔 CEO는 “AI는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고 기술과 이를 구동하는 반도체에 대한 관점도 바꾸고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칩 설계자들은 물론 AI 시대를 위한 세계 최초의 시스템스 파운드리인 인텔 파운드리에게도 전례 없는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의 성장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엔 위기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과 더불어 파운드리 사업도 펼치고 있다. 1위 TSMC의 아성을 넘진 못하고 있지만 그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TSMC와 격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인텔 추격이 거세지다면 샌드위치 신세에서 도리려 3위로 추락할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 인텔에 힘을 지속 보탠다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위기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러몬도 장관은 “모든 칩을 미국에서 만들 순 없지만 AI 시대를 이끌 칩에 대한 리더십은 갖춰야 한다”며 “과거 미국이 전 세계 반도체의 40%를 생산한 것처럼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생산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자체 AI 반도체 생산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대해 부인했다. 그는 “AI 학습을 위한 반도체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대한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오픈AI는 최대 7조 달러(약 930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