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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가을 개봉한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시간을 조정하는 능력이 있는 미스 페레그린과 그녀의 보호 아래 같은 날을 무한 반복해서 살아온 이상한(공중부양, 투명 인간, 괴력, 불이나 식물을 다스리는 힘 등 특별한 능력)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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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는 자신의 영웅이었던 할아버지가 의문의 죽임을 당하자, 할아버지의 과거와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기로 한다. 할아버지의 유품에서 발견한 미스 페레그린의 오래된 엽서를 단서 삼아 웨일즈의 외딴 섬으로 간 제이크는 이상한 아이들이 사는 1940년 9월 3일에 멈춰진 시간 루프를 찾게 되고, 자신과 할아버지 역시 남들이 볼 수 없는 괴물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이상한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제이크는 루프 속에서 환상의 나날을 보내지만, 보이지 않는 괴물 ‘할로우게스트’의 습격으로 미스 페레그린이 납치되고 루프가 망가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페레그린과 세계를 구하기 위한 제이크와 이상한 아이들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이 시작된다.
영화는 스릴과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신선한 캐릭터와 팀 버튼 감독 특유의 소름 돋는 디테일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초능력 판타지를 선사한다. ‘엑스맨’, ‘어벤저스’ 등으로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있을까 의심하게 할 만큼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초능력 판타지 장르에 기존과는 차별화된 판타지를 펼쳐 보였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의의가 있다. -
영화의 원작은 랜섬 릭스의 동명의 소설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이다. 저자가 벼룩시장에서 구했다는 기괴한 옛날 사진이 곁들어진 소설은 영화 이상의 흥미진진함과 새로움을 전달한다. 소설은 총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영화는 이 중 1부의 내용만을 담고 있어 원작 소설과는 많은 부분 달라졌다.
영화와 소설의 가장 큰 차이는 뒤바뀐 ‘엠마’와 ‘올리브’의 능력이다. 소설에서 공기보다 가벼워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것을 막기 위해 무거운 납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것은 엠마가 아닌 올리브고, 엠마의 능력은 자유자재로 불을 다루는 것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재미의 극대화를 위해 엠마와 올리브의 능력을 바꾸고, 엠마에게 공기를 다룰 수 있는 능력까지 추가했다. 영화의 최고 장면으로 손꼽히는 엠마와 제이크의 침몰 된 배 데이트도 둘의 능력이 바뀜으로써 탄생할 수 있었던 장면이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섹시한 배우 에바 그린 덕에 미스 페레그린은 소설보다 훨씬 매력적인 이미지로 변했고, 팀 버튼 감각으로 ‘할로우게스트’ 역시 그 모습과 괴기스러움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할로우게스트가 이상한 아이들의 눈알만을 빼먹는다는 설정이나, 할로우게스트들과 이상한 아이들이 놀이공원에서 벌이는 최후의 결전도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영화, 소설 모두 나름의 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야기의 짜임새와 재미로만 따지자면 소설이 영화보다 앞서지만, 영화는 ‘유령신부’, ‘가위손’ 등 팀 버튼 감독의 전성기가 떠오르게 하기에 이왕이면 소설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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