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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 들은 어느 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던 소피는 웬 시커먼 거인이 아이들 방 창문을 기웃거리는 것을 보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거인과 눈이 마주친 소피는 얼른 침대 속으로 도망치지만, 거인은 소피를 담요째로 들어 거인 나라로 납치해간다. 거인을 본 사람은 무조건 붙잡아 꿀꺽해야 한다는 거인 나라의 무시무시한 규칙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소피를 납치한 거인은 착한 거인이었다. 소피는 거인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납치해 온 거인이 구역질 나는 킁킁오이를 먹을지언정 사람은 잡아먹지 않고, 꿈을 채집해 아이들에게 나눠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거인 나라에는 꼬마 거인보다 2배나 큰 9명의 심술궂은 거인이 있는데, 이들은 사람들을 ‘인간콩’이라 부르며 매일 밤 세계 곳곳으로 사람들을 잡아먹으러 다닌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날 밤, 심술궂은 거인들이 영국 아이들을 잡아먹으러 갈 것이라는 말을 들은 소피는 꼬마 거인에게 이들을 막을 계획을 제안한다. 그리고 글자 그대로 목숨을 건 소피와 꼬마 거인의 모험이 펼쳐진다. -
영화 ‘마이 리틀 자이언트(The BFG; BFG는 Big Friendly Giant의 약자)’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작가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 ‘내 친구 꼬마 거인(The BFG)’이 원작이다. 로알드 달과 스필버그 감독이라는 판타지 대가의 만남에 디즈니사가 합세한 영화는 관객들의 기대를 한층 올려놨지만, 흥행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로알드 달의 기발한 상상력과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스필버그의 환상적인 시각효과로도 가릴 수 없는 지루한 스토리 덕분이다.
거대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혀를 내두를 만큼 날렵함을 자랑하는 거인의 몸놀림, 후롭스코틀을 마시고 세상 기분 좋은 뿡뿡뿡을 터트리는 꼬마 거인과 사람들, 환상적인 비주얼을 자랑하는 꿈 잡기 장면 등 세세한 볼거리가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공감을 놓친 스토리는 영화에 대한 혹평을 남기게 했다. -
원작 소설을 읽어보면 영화의 각색은 더욱 아쉬워진다. 영화 속 소피는 심술궂은 거인들을 물리치기 위해 꼬마 거인에게 영국 여왕을 찾아가자고 제안한다. 갑작스레 등장하는 영국 여왕에 대한 찬양과 현대적 군대의 개입은 공들여 쌓아 올린 판타지 세계를 단숨에 무너뜨리며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원작 소설의 소피 역시 거인 퇴치의 방법으로 영국 여왕을 찾아가 군대를 빌려달라고 할 것을 제안하지만, 소설은 영화와 달리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소설은 영화에서 거의 생략된 소피와 꼬마 거인의 대화를 통해 독자를 충분히 이해시키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디즈니 캐릭터에 맞게 재창조된 당찬 소피의 성격도 이 작품에서만은 원작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로알드 달의 소설 중에서도 상급의 재미를 선사하는 원작은 그 완성도나 재미에 있어 단연 영화보다 앞선다. 하지만 영화도 세계 최고의 거장이 만들어낸 환상의 세계를 눈으로 확인하는 즐거움이 있으니, 이왕이면 소설로 스토리를 확인한 후 영화를 보면 즐거움을 배로 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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