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화이트, 레드, 그린…색 다른 후추 이야기

기사입력 2017.08.09 19:30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향신료 중 하나가 후추다.

    후추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 등 적도 부근 열대지방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는데, 매년 전체 향신료 생산량의 1/4에 달하는 13만톤이 생산·유통된다.


    향신료의 왕 '후추' 구하려고 항로 개척


    후추의 원산지는 인도남부이며, 최대 생산지는 베트남으로 세계 후추생산량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후추는 동양에서보다 서양에서 더 애용되고 있다. 혹자는 후추를 소금, 버터와 함께 서양요리의 3대 기본 양념이라 말하기도 한다.

    동양의 식물 후추가 서양에서 인기를 얻게 된 것은 후추의 독특한 맛과 향 덕분이다.

    후추는 기원전 400년경 유럽에 전해졌다고 하는데, 고기·생선 등의 잡냄새를 없애주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후추는 서양인들에게 새로운 맛을 열어주었다. 고대 로마시대의 유명한 미식가 아피시우스는 거의 모든 요리에 후추를 뿌려 먹었다고 한다.

    지금은 흔하게 볼 수 있는 후추지만, 예전에는 상류층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고가의 향신료로 금보다 더 귀하게 여겨졌다. 후추에 반한 서양인들이 후추를 구하기 위해 항로를 개척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롬버스의 원래 목적도 후추였다.


    덩굴식물 후추…색깔 따라 종류·쓰임새 달라


    이제는 흔히 사용되는 후추지만, 후추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후추는 다른 물체에 붙어 자라는 덩물식물로 6~7월에 꽃이 피어 열매를 맺는다. 요리에 사용되는 부분은 열매 부분으로 초록색 후추 열매는 완전히 익으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후추'하면 흔히 검은색의 둥근 열매를 떠올리지만, 열매의 익은 정도와 가공방법에 따라 그 종류와 쓰임새가 달라진다. 후추의 종류는 색깔에 따라 흑후추(Black pepper), 흰후추(White pepper), 적후추(Red pepper), 녹후추(Green pepper)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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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야후이미지검색
    우리에게 익숙한 흑후추(Black pepper)는 덜 익은 초록색 상태의 열매를 따 끓는 물에 10분 정도 데쳐 햇볕에 말린 것이다. 톡 쏘는 향과 매콤하고 알싸한 맛이 강한 흑후추는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흑후추 다음으로 익숙한 흰후추(White pepper)는 완전히 익은 열매를 물에 담가 불린 뒤 겉껍질을 벗겨낸 것이다. 흑후추에 비해 매운맛이 덜하고 향이 부드럽고, 주로 흰살 생선, 닭고기, 크림소스, 수프 등에 사용된다.

    적후추(red pepper)는 완전히 익은 후추 열매를 따서 말린 것이다. 검은 후추에 비해 단맛이 더 있고 독특한 풍미를 갖고 있으나 시중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시중에서 흔히 '적후추'로 판매되는 것은 핑크페퍼콘(Pink Peppercorn)이다. 검붉은색의 후추 열매와는 달리 선명한 붉은색을 갖고 있는 핑크페퍼콘은 주로 남미에서 재배되는 후추과 열매다. 향이 부드럽고 매운맛이 없이 달콤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며, 후추와 달리 단단하지 않아 손으로도 쉽게 으깰 수 있다. 핑크페퍼콘은 주로 해물요리, 샐러드 소스에 첨가해 향을 내거나 색이 예뻐 장식으로 많이 사용된다.

    녹후추(Green pepper)는 완전히 익지 않은 녹색의 후추 열매를 말리거나 소금 ·식초에 염장한 것으로, 검은 후추보다 매운맛은 덜하나 신선한 향을 지니고 있다. 산지에서는 신선한 후추열매를 수확해 고기나 해산물과 함께 요리해먹기도 하지만, 유통기한이 짧아 산지 이외의 곳에서는 맛보기 힘들다.


    맛과 향 제대로 즐기려면 요리 마지막에 넣어야


    후추에 들어있는 알칼로이드 성분은 소화액 분비를 촉진시켜줘 소화제 역할을 하고, 후추의 매운맛 성분인 피페린이 몸에서 지방 세포 형성을 막아주는 효과 있다. 하지만, 높은 열로 조리 중인 음식에 후추를 넣으면 발암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 함량이 증가하고 후추 고유의 향도 날아가버리게 되므로, 후추의 맛과 향을 제대로 즐기려면 가루 후추보다는 통후추를 필요할 때마다 갈아서 사용하고 조리 마지막에 첨가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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