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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미래] 고려대학교의료원 “의료기관의 ESG, 독립적인 전담 조직 마련이 우선”

기사입력 2023.11.20 07:00
ESG 기획 특집
  •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ESG가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며, 국내에서도 ESG 경영 확립에 나서는 의료기관이 늘고 있다. 특히, 정부가 ESG를 의료기관 지정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며, 상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ESG를 본격화하는 추세다. 이제 ESG는 의료기관에서도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활동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하지만 환자의 안전과 감염 관리가 중요한 의료기관의 ESG는 일반 기업과는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국내 의료기관 중에서 ESG 활동을 선구적으로 수행해 온 고려대학교의료원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각 분야의 활동이나 아이템보다는 병원 경영 전반에 ESG 지속가능경영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고려대학교의료원 고영캠퍼스 사회공헌사업실 /사진 제공=고려대의료원
    ▲ 고려대학교의료원 고영캠퍼스 사회공헌사업실 /사진 제공=고려대의료원
    의료기관의 ESG, 전담 조직 구성은 필수

    1928년 우리나라 최초 여자 의학 교육기관인 조선여자의학강습소로 출발한 고려대의료원은 이후 시대의 변곡점마다 의료 소외계층을 치유하고 박애를 실천해 왔다. ‘사람 중심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중요한 사명으로 여기고 사회적 의료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애써온 의료원의 활동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번영과 공존에 기여’하는 것에 중점을 둔 ESG의 가치가 이미 녹아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역사는 고려대의료원이 ESG 활동을 자연스럽게 실천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고려대의료원은 ESG가 병원 경영 전반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ESG 활동을 위한 전담 조직 구성과 독립적인 운영 인력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속가능경영에 관한 전략 마련 및 실행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고려대의료원은 지난 2021년 5월 출범한 사회공헌사업본부(2023년 9월 사회공헌사업실로 명칭 변경) 아래 ESG 위원회를 설치해 ESG 전략을 마련하고, 다양한 관련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ESG 위원회는 국내외 의료봉사 및 재난지원 활동, 소외계층 대상 특별사업 등 다채로운 사회공헌활동에서 얻은 노하우와 역량을 결집해 지속 가능한 사업을 체계적으로 펼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사회공헌사업본부의 활동에 ESG 요소를 접목해 의료기관에서 추진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개발·진행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이러한 ESG 활동을 통해 사회적 의료기관으로써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다.

    ESG 분야 중 ‘지배 구조’에 우선 집중

    ESG 분야는 환경보호(Environmental), 사회공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세 가지 분야로 나뉜다. 이 중 일반 기업은 ‘환경’을 최우선 과제로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국제 사회가 내년부터 ‘기후공시’를 의무화한 영향이다.

    의료기관에서는 일반 기업과 달리 의료봉사, 즉 사회(Social) 분야에 ESG 활동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환자를 위한 병원’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병원’으로 의미를 확장하는 것을 ESG의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 우크라이나 난민 의료지원 모습 /사진 제공=고려대의료원
    ▲ 우크라이나 난민 의료지원 모습 /사진 제공=고려대의료원

    고려대의료원은 ESG 전 분야에서 병원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 분야에서는 2022년 기후 위기 대응 공동 선언 이후 기후 위기로 인한 감염병 및 질병 연구 교육을 확대했으며, 탄소중립 전략보고서 발간, 의료폐기물 분리배출 사업, 잔반 ZERO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아프가니스탄 특별 기여자 의료 지원,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 의료 지원, 코로나19 대응 등 다양한 국내외 위기 대응 사업을 비롯해 장애인의 의료접근성 향상과 같은 다양한 사회 분야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원은 의료기관의 ESG는 ‘지배 구조’에 우선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의료기관에서는 무엇보다 환자의 안전과 감염 관리가 중요한데, 병원 조직문화의 특성상 의료진 등 구성원의 만족도가 높아질 때 진료 등 의료 서비스의 질도 함께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고려대의료원은 건강한 조직 문화를 완성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병원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운영하는 간호 부서의 ESG 활동이다.

    간호부서에서는 간호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시니어 간호사와 주니어 간호사가 팀을 이루어 간호 현장에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제안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동료에게 허그, 하이 파이브, 손하트, 정중한 인사 등 4가지 인사 방법으로 서로에게 애정과 존중을 표현하는 ‘심쿵 인사’ 챌린지도 수행했다. 이밖에 업무의 프로세스 및 환경 개선을 위한 항목을 선정하고, 매년 우수사례를 선정함으로써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활동은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태움’과 같은 부정적인 문화를 사전에 제거하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의료지원 모습 /사진 제공=고려대의료원
    ▲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의료지원 모습 /사진 제공=고려대의료원
    국내 병원에 최적화한 ESG 관리 지표 개발

    고려대의료원은 의료기관이 지속가능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국내 병원에 최적화한 ESG 관리 지표도 개발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탄소중립 전략에 관한 사항, 재생에너지 사용, 인권 관리체계 수립 등 환자 친화 경영, 지역사회 등에 대해 의료기관이 관리해야 하는 가중치를 설정해 구성한 지표다.

    해당 지표는 지속가능경영 국제 보고 가이드라인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Standards의 부합(In accordance with) 요건과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기준을 따르며, 재무 정보는 의료기관 회계기준 규칙과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맞춰 작성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이 지표가 의료기관이 자기 평가를 통해 지속 가능한 경영을 펼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앞으로도 의료기관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ESG 접목 활동을 추진해 생명 존중의 가치와 인류의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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