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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영화의 주무기 중 하나는 분명 소리다. 얼마나 소리가 중요하냐면, '스크림'이라는 시리즈도 있지 않은가. 피해자가 지르는 스크림은 스릴러 영화의 상징이고, 분위기다.
하지만 '미드나이트'에는 그 중요한 무기가 없다. 미드나이트의 주인공 경미(진기주)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청각장애인을 상대로 화상 상담사인 그는 자신과 같이 청각장애를 가진 엄마(길해연)와 씩씩하게 살아간다. 들을 수 없는 세상을 그들은 다가오는 소리를 스피커영상처럼 표현해주는 화면들을 귀대신 눈으로 들으면서다.
다른 날과 같았던 퇴근길, 경미는 엄마를 차에 태우고 함께 집으로 향한다. 재개발로 인해 이제는 사람들이 별로 살지 않는, 어두컴컴한 빌라촌, 이들이 사는 곳이다. 주차를 하고 엄마가 기다리는 길로 돌아가는 경미 앞으로 하얀 구두가 떨어진다. 골목길로 들어가려는 경미를 지켜본 두식(위하준)은 속삭인다. "그거 건들이면 너가 죽어." 경미가 들을리 없다. 그렇게 경미는 두식이 죽이려했던 소정(김혜윤)과 만난다. -
소정(김혜윤)은 오빠 종탁(박훈)의 감시하에 살아간다. 오늘도 10시까지 들어오란 오빠의 명에 투덜거리면서도 발걸음을 재촉하는 중이다. 어두운 골목길, 조금만 더 가면 오빠가 있는 집인데 그는 연쇄살인마 두식의 타깃이 되며 집에 닿지 못한다. 두식이 도구를 가지러 간 사이 소정은 인기척에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하얀 구두를 던진다. 경미는 그렇게 소정에게 다가가고, "살려주세요"라는 입모양을 목격하게 되며 두식의 새로운 타깃이 된다.
'미드나이트'에는 스크림이 없다. 무려 경미의 세상에 초대하기 위해 모든 소리를 지운 과감한 연출까지 시도한다. 경미는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듣지 못한 소리를, 입모양으로 보기만 한 소리를 아주 작고 어눌한 소리로 흉내낼 수 있다. 과연 관객들은 그 소리를 지나치지 않고 모두 들을 수 있을까.
소리를 지운 자리에 캐릭터의 관계성이 위치한다. 같은 장애를 지닌 엄마와 딸, 부모의 빈 자리에서 함께 기대며 커온 남매, 가족이라는 애틋함은 캐릭터 모두를 달리게 하는 이유고, 함께 하려는 목적이다. -
또한 배우 위하준, 진기주, 김혜윤, 박훈, 길해연 등의 연기는 빈틈이 없다. 주연의 자리가 아직 낯설어보일 수 있지만, 배우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피, 땀, 연골을 갈아 만든 영화임을 입증해냈다. 청각장애를 전시하지 않기 위해 진심으로 수어를 익힌 진기주와 길해연, 연쇄살인마 역을 위해 10~12kg 체중을 감량한 위하준, 묵직한 액션과 타격감을 위해 체중을 증량한 박훈 등은 촬영 현장에 파스 냄새 거둬질 날이 없게한 주역들이다. 그 노력은 고스란히 103분에 담겨있다. 배우들의 발견 역시 영화를 즐기는 큰 요소가 될 것.
다만, 두식과 경미의 세상을 각인 시키기 위한 과감한 연출들은 영화적 허용의 선을 오간다. 경미를 철저하게 외면하는 사람들과 세상은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또다른 질문을 던지는 것.
'미드나이트'를 연출한 권오승 감독은 "영화가 최종적으로 달려가는 지점은 딱 한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수어만 하는 경미가 세상에 목소리를 꺼내는 장면이 영화가 가는 목표점이었다. 예전과 달리 쉽게 쉽게 목소리를 내는 사회지만, 그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주는 모습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그 진실을 들어주지 못하는 환경에서 그 사람은 약자가 되는게 아닌가 생각하며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한편, 영화 '미드나이트'는 오는 6월 30일 티빙과 극장에서 동시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상영시간 103분.
★ 한줄평 : 소리도없이 긴장백배, 잔인함 없이 섬뜩백배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