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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155호 ‘울진 성류굴’에서 30여 개의 각석(刻石) 명문이 발견됐다. 동굴 안에서 명문이 발견된 사례는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로, 이 글자들은 동굴 입구에서 230여 m 안쪽의 종유석과 암벽 등에 새겨져 있다. 명문이 발견된 곳은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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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등 관계 전문가들은 세 차례 추가 조사를 한 결과, 이번에 발견된 명문이 삼국 시대부터 통일신라, 그 이후 조선 시대까지 여러 사람이 오랜 시간에 걸쳐 새긴 것이라고 추정했다.
종유석에 새겨진 글씨는 ‘신유년(辛酉年)’과 ‘경진년(庚辰年)’ 등 간지(干支), 통일신라 시대 관직명인 ‘병부사(兵府史)’, 화랑 이름인 ‘공랑(共郞)’, 승려 이름 ‘범렴(梵廉)’, 조선 시대 울진 현령 ‘이복연(李復淵)’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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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은 석주, 석순, 암벽 등에 오목새김(음각) 되어 있었는데, 글자 크기는 다양하며, 대부분 해서체(楷書體, 자형이 똑바른 한자 서체)로 쓰였으나, 행서(行書, 약간 흘려 쓴 한자 서체)도 일부 가미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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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자들은 ▲정확한 방문 시기와 방문자가 표시되어있다는 점과 ▲ 서기 524년 세워진 국보 제242호 ‘울진 봉평리 신라비’에서 나타나는 해서체와 동일한 서체라는 것 ▲고려 말 이곡(李穀, 1298~1351)의 ‘동유기(東遊記, 1349)’에 처음 나오는 ‘장천(長川)’이라는 글씨가 발견되며, 그동안 ‘긴 하천’으로 해석해 온 ‘장천’이 울진에 있는 하천인 ‘왕피천’의 옛 이름일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 등에서 학술적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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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한국 고대사 자료가 희소한 상황에서 이번에 확인된 명문들이 신라의 화랑제도와 신라 정치‧사회사 연구 등을 위한 중요한 사료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각석 명문에 대한 실측과 탁본, 기록화 작업 등 전반적인 학술조사와 함께, 동굴 내 다른 각석 명문에 대한 연차별 정밀 학술 조사와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