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반

'비효율적 방식으로 혁신을 이뤄내다' 음식의 가치에 대한 토크 콘서트 진행

기사입력 2018.11.16 14:17
  •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담당 교수 문정훈)은 지난 10일, 윤리적인 방식으로 푸아그라를 만드는 에두아르도 소사 씨, 숙성 쌀을 만드는 움베르토 론도리노 씨, 그리고 닭이 가진 종의 다양성을 알리는 다큐멘터리 ‘위대한 계발자(鷄發者)’ 출연하는 작가 겸 셰프 장준우 씨, 홍대 루블랑의 오너 셰프 신민섭 씨를 패널로 초대해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 왼쪽부터 문정훈 교수, 푸아그라의 소사 씨, 숙성 쌀의 론도리노 씨, 장준우 셰프(수요미식회 및 선을 넘는 녀석들 출연), 홍대 루블랑의 오너 셰프 신민섭 씨
    ▲ 왼쪽부터 문정훈 교수, 푸아그라의 소사 씨, 숙성 쌀의 론도리노 씨, 장준우 셰프(수요미식회 및 선을 넘는 녀석들 출연), 홍대 루블랑의 오너 셰프 신민섭 씨
    닭장대신, 방목하여 기르는 닭
    ‘위대한 계발자’는 말 그대로 전 세계를 다니면서 닭고기의 다양성을 알리는 다큐멘터리이다. 한 달 만에 도계하는 한국의 식용 닭과는 달리, 세계에서는 4~5 개월 이상 사육한 전통 닭들이 많고, 이 닭들은 고부가가치 문화상품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브레스 닭은 방목으로 기르는데, 한국에 비해 200배가 넘는 사육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덕분에 브레스 닭은 애벌레, 곤충, 풀잎 그리고 흙을 쪼아 먹으며,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성장한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도계 한 이후에 내장을 제거하고 1주일을 숙성을 시킨 후 출하한다는 사실이다. 생성된 지방질이 천천히 근육 사이로 들어가게 하기 위함인데, 빨리 출하해야 하는 한국에서는 적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이 외에도 한국 육계의 3~5배의 무게를 가진 스페인의 토종 닭인 뺑따두의 경우, 식감이 마치 소갈비를 연상시키는 맛이었으며, 일본의 최고급 토종닭인 나고야 코친은 쫀득한 맛에 깊은 향을 느낄 수 있었으며, 제주도의 구엄닭의 경우 날아다닐 정도로 야생성이 살아있는 모습을 영상을 통해 보여줬다.

    ‘위대한 계발자’는 이러한 모든 곳을 직접 발로 다니며, 각각의 사육방법과 요리 방식 그리고 지역의 문화와 역사도 같이 언급을 해 나간다. 한마디로 닭을 중심으로 한 인문 다큐멘터리 방송이라고 볼 수 있다. 이날은 직접 탐방한 각 나라의 틀을 깨는 사육 방식과 요리에 대해 한국에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장준우 셰프는 방송을 촬영하면서 삼시세끼 닭만 보고 닭 요리만 먹었는데, 사육 방식과 요리 방식이 달라 모두 색다른 맛이었다며, 한국의 요리에도 다양하게 적용시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신민섭 셰프는 아예 다큐멘터리 촬영을 통해 현재 한국의 토종닭으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데, 쫀득한 육질과 풍부한 육향으로 기존의 닭꼬치와는 완전히 다른 맛을 선보여 고객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위대한 계발자’는 연내에 네이버 TV 등을 통해 선공개 할 예정이며, 정식 방영은 내년에 진행될 예정이다.

  • 프랑스의 브레스닭 요리. 쿠키 형태로 오븐으로 구워낸다
    ▲ 프랑스의 브레스닭 요리. 쿠키 형태로 오븐으로 구워낸다
    자연에서 만든 푸아그라
    이날 혁신적인 방식으로 푸아그라를 만드는 에두아르도 소사 씨에게도 주목도가 높았다. 푸아그라는 알려졌듯이 거위의 간인데, 맛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지방을 쌓이게 한 간이다. 좁은 케이지에 거위를 가둬두고, 호스를 통해 강제로 사료를 먹이는 방식인데, 일반적인 간보다 무려 10배나 커지지만, 거위가 무척 괴로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윤리적이지 않은 방식은 가바주(Gavage)라고 하여, 2500년 전에 이집트의 유태인들이 고안해 냈고, 이를 그리스와 로마를 통해 유럽에 전달, 프랑스에서 가장 발달하게 되었다.

    소사 씨의 경우, 이렇게 거위를 케이지 안에 넣고 사육하지 않는다. 100% 방목이며 먹이조차도 지극히 적게 주고 산과 들에 있는 자연 상태의 유기물 중심으로 섭취하게 한다. 도축하는 시기는 거위는 철새인 만큼 겨울에 북으로 날아가는데, 이때 약 절반 정도인 500마리를 도축한다. 그리고 나머지 500마리는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형태인 것이다. 한마디로 거위들의 고향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덕분에 100% 방목 형태의 사육이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1년에 딱 1000개만 생산되는 이 푸아그라는 일반적인 제품보다 2배 높은 가격이지만, 비윤리적인 방식에 거부감을 가진 소비자층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구매한다. 소사 씨는 이 푸아그라를 동물 복지 또는 ‘윤리적 푸아그라’라고 부르지 않는다. 다만 ‘자연(Natural)의 푸아그라’라고 이야기한다. 문정훈 교수는 이렇게 자연 방목을 하는 소사 씨에 대해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혁신을 이뤄냈다고 평했다.

  • 거위를 방목 사육하는 모습. 사육이라고도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이 중 반은 겨울이 되면 북으로 날라가고, 봄이 되면 다시 찾아온다
    ▲ 거위를 방목 사육하는 모습. 사육이라고도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이 중 반은 겨울이 되면 북으로 날라가고, 봄이 되면 다시 찾아온다
    7년 동안 숙성시킨 쌀
    숙성 쌀을 상용화 시킨 이탈리아 움베르토 론도리노 씨에 대한 질문도 계속 이어졌다. 이탈리아 토리노 지역에서 쌀농사를 짓는 론도리노 가문은 특별한 공정을 통해 쌀의 부가가치를 높였다. 햅쌀이 좋은 쌀이라는 기준을 불식시키고, 무려 7년이나 숙성시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라면 이미 재고미가 되어 사육용으로도 쓰지 않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쌀은 숙성을 하면 수분이 빠지면서 향미가 달라지고 잘못하면 곰팡이가 생기기도 한다. 숙성 시에 쌀 표면에 미세한 틈이 생기는데, 한국의 경우 이러한 균열은 저장에 실패한 것으로 여긴다고 한다. 이곳은 반대로 차별화로 생각하는데, 이러한 방식을 문 교수는 ‘쌀을 드라이 에이징(Dry aging) 하는 방식’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이러한 미세한 크랙은 15분 내로 조리하는 리소토(Risotto)를 만들 때 소스가 잘 배어드는 등 최고의 맛과 함께 셰프들이 열광하는 식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문 교수는 이곳은 쌀은 숙성 연도를 기입하는 등 최초로 빈티지를 적용했으며, 역동적이지 못한 쌀 산업에 특별한 혁신을 보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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