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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인의 소설 ‘감자’는 감자 아닌 이것!

기사입력 2017.10.20 14:26
  • 감자(왼쪽)와 고구마(오른쪽)/사진=픽사베이
    ▲ 감자(왼쪽)와 고구마(오른쪽)/사진=픽사베이

    김동인의 단편소설 ‘감자’는 한국 근대문학의 대표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교과서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이 작품은 한국인에게는 매우 친숙한 작품이지만, 의외로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하나 숨겨 있다. 바로 소설 속 ‘감자’는 사실 감자가 아닌 ‘고구마’라는 사실이다.

    고구마가 감자로 둔갑한 이유는 소설의 배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설의 배경은 1920년대 평양 칠성문 밖 빈민굴인데, 당시 평양 사람들은 고구마를 감자라고 불렀다. 즉, 감자는 고구마를 부르는 평양 사투리다. 고구마를 감자라 부르는 것은 비록 옛 평양에서만이 아니다. 옛날에 고구마는 ‘단감자’, ‘사탕감자’ 등으로 불렀다. 지금도 전라도 일부에서는 고구마를 ‘감자’라 부르며, 충청남도에서는 고구마를 ‘감자’ 혹은 ‘무수감자’, 일반 감자를 ‘하지감자’라고도 부른다.

    소설 속 ‘복녀가 중국인의 채마밭으로 숨어들어 감자며 배추를 도둑질하곤 했다’는 구절에서도 감자가 고구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을에 배추와 수확기가 비슷한 것은 감자가 아닌 고구마이기 때문이다.

    감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800년대 초다. 중국에서 들어온 이 감자는 ‘북방감저(北方甘藷)’라 불리다 ‘감저(甘藷)’, ‘북저(北藷)’, ‘토감저(土甘藷)’ 등으로 불렸으며, 뿌리에 달린 열매가 말방울처럼 보인다 해 ‘마령서(馬鈴薯)’라고도 했다. 감자보다 100년 정도 늦은 1700년대 초에 일본에서 구황작물로 들여온 고구마 역시 ‘감저(甘藷)’라고 불렸고, 이후로 한참 동안 감저, 감자, 고구마는 확실한 구분 없이 쓰였다.

    감자와 고구마를 확실히 구분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에 이르러서였고, 감자라는 이름은 1973년 과학기술처의 ‘생활기술용어 통일안’ 발표 후 감자는 마령서를 대신한 감자의 공식 명칭이 되었다.

    비슷한 생김새로 오랫동안 혼동되어 온 감자와 고구마지만, 감자는 영양분을 모아 놓은 덩이줄기이며, 고구마는 양분을 저장해 굵어진 덩이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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