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아산병원이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의 응답까지 인식하고 이를 자동으로 의무기록에 반영하는 ‘AI 기반 진료 음성인식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구축했다고 2일 밝혔다. 의료진의 일방적 입력에 의존하던 기존 보이스 EMR 시스템과 달리, 환자와 나눈 대화 전체를 이해하고 기록하는 AI 시스템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023년 개발한 해당 시스템을 정형외과·성형외과 외래에서 시범 운영해 효율성과 정확성을 검증했으며, 최근 응급실과 병동을 포함한 전 진료 환경에 본격 적용했다. 병원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은 자체 테스트 결과 음성인식 정확도 96.1%, 대화 요약 및 추론 정확도 92.8%를 기록했다.
-
이 시스템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하며, 수만 시간 분량의 진료 음성 데이터를 학습해 의료진과 환자 간 대화를 높은 정확도로 인식하도록 설계됐다. 전용 마이크를 통해 주변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사람의 음폭을 정밀하게 분석해 인식률을 더욱 높였다.
응급 현장에서도 이 기술은 환자 안전에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병동에서 환자가 심정지로 쓰러져 의료비상팀(MET)이 출동했을 때, 응급카트에 설치된 태블릿PC가 의료진 간 대화를 바로 기록·요약해 전자의무기록(EMR)에 자동 저장한다. 휘발되기 쉬운 응급 정보가 남아 이후 주치의가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진료 중 자동으로 음성 데이터를 텍스트로 변환하고 핵심 내용을 요약·입력하는 기능은 의료진의 문서 작업 부담을 줄이고, 환자 진료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의료진의 반복적인 문서 입력 업무를 줄여주는 점에서 RPA(업무 자동화)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현재 해당 시스템은 종양내과, 이비인후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16개 진료과와 응급실, 정형외과 병동 등에서 활용 중이며,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적용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디지털정보혁신본부장은 “AI 기반 음성인식 기술을 통해 진료 중 발생하는 수많은 음성 데이터를 정밀하게 기록·요약할 수 있다”며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의 목소리까지 반영된 정보가 의료의 질을 높이고, 맞춤형 치료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 미래 의료환경 조성을 위해 디지털 병리 시스템, 업무 자동화(RPA), 정밀 의료시스템, 모바일 건강 기록(PHR)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미국 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협회(HIMSS)의 ‘INFRAM’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7단계를 획득한 바 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