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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핀의 고향 프랑스를 찾아 발자취를 따라갔다. 엔지니어링 센터는 신차 개발에 열정이, 디자인 센터는 디자이너의 고뇌가 묻어났다. 공장은 인간·로봇이 쉴 틈 없는 티키타카로 완벽에 가까운 팀플레이를 보여준다. 지난 15일에서 16일까지(현지 시간) 엔지니어링 센터와 디자인 센터, 공장을 방문했다.
알핀은 1955년 레이싱 드라이버 장 르델레가 설립한 이래 한 번의 르망24 우승과 한 번의 세계랠리선수권(WRC) 우승을 차지하는 등, 프랑스의 대표적인 스포츠카 전문 제조사다. 1973년 르노에 인수된 이후, 현재는 르노그룹 산하 고성능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1995년 A610의 단종으로 모든 알핀 모델은 생산이 중단됐으나, 2017년 A110이 재출시되면서 알핀의 복귀를 알리게 됐다. A110은 알핀 브랜드만의 콤팩트함, 가벼움, 민첩성,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시대를 초월해 원칙에 충실한 스포츠카로 알려져 있는 모델이다. 알핀은 2021년부터 르노의 뒤를 이어 포뮬러 원(F1)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알핀은 프랑스 디에프에 있는 역사적인 공장의 유산과 장인정신, 그리고 F1과 르노 스포츠팀의 엔지니어링 기술을 활용해 르노그룹의 혁신적이고 특별한 정통 스포츠카에 전념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알핀은 차량의 경량화를 통해 최고의 동적 퍼포먼스를 내는 것을 추구하며,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 가벼운 소재를 활용해 차량을 만든 것이 특징이다. 또한, 신기술을 차량에 도입해 기술적인 측면에서 소비자가 항상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목표를 잡고 있다.
포르쉐와 테슬라 사이의 위치를 브랜드 포지셔닝으로 잡고, 매력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고성능 스포츠카 가격대를 이루고 있다. 주요 모델인 A110은 2020년 연간 1500대를 시작으로, 지난해 연간 4600대 이상 판매 대수를 기록하는 큰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알핀은 전기차 개발을 위해 프레드릭 레닌드리 배터리 선임 연구원을 영입하는 등 전동화 시대에 맞춰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개발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 시장에서 스포츠카는 경쟁력이 있기에 알핀은 새로운 개발에 투자하는 것을 1순위로 여기고 있다.
현재 A110 EV와 A290 EV를 개발 중이다. A110 EV는 알핀의 DNA를 유지하기 위해 연구개발진의 경험과 노하우를 녹여서 신기술 도입을 통해 개발하고 있다. 내부 스페이스 확장을 통해 2인승과 4인승을 구분할 예정이다. 여성 타겟층을 노리고 있는 A290 EV는 동급 대비 비교적 큰 19인치 알로이 휠이 장착돼 스포티함을 강조했고, 알핀의 헤리티지인 4개 전면등, 알핀 패밀리룩 대시보드 일부 적용, 나파 가죽 적용, 스포츠형 시트, 등 알핀만의 다양한 장점을 녹여 만든 모델이다. 출시는 올해 11월로 예정돼 있다.
모델 라인업은 숫자로 구분한다. 첫 숫자 1·2·3은 차량 크기를, 이후 두 자리 숫자는 10은 스포츠형 2인승, 90은 도심형·다목적·다인석 차량을 의미한다. -
먼저 작지만 알찬 엔지니어링 센터는 프로젝트 담당부서에 차량을 보내기 전 프로토타입, 목업 차량 조립 및 제작을 하는 곳이다. 총 25명의 테크니션이 차량 조립을 확인하고 유지 보수를 담당하며, 차량 테스트뿐만 아니라 배터리 테스트까지 해당 장소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시뮬레이션 룸이 눈에 띈다. 광각 스크린을 통해 실제 차량 운전 환경을 조성하고, 차량의 소음, 성능, 신차 개발을 위한 개선점 확인 등이 가능하다. 내년 상반기에는 차량의 바퀴 설정, 운전 각도 등이 가능한 신규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도입해 더 섬세하게 신차를 개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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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느 자동차 회사를 가도 디자인 사업부는 그 회사의 핵심부서로 통한다. 역사를 담아 미래를 그리는 동시에, 현재 판매되는 차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알핀 역시 마찬가지다. 프랑스 구앙쿠르 지역 르노 테크노센터 내에 위치한 디자인 센터에는 총 370명의 디자이너가 근무 중이다. 알핀 담당 디자인부서 임직원 수는 총 40~50명 사이로 2018년 10명 남짓이었을 적에 비해 디자인 개발을 위해 인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조직은 인테리어, 익스테리어, 심볼(마크) 디자이너,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새롭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추구하기 위한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디자인 접근 방식 또한 프랑스 브랜드만이 보여주는 자유로움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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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센터에서 만난 안토니 빌런 알핀 디자인 총괄 부사장은 파리모터쇼에서 공개된 A390_β를 소개했다. A390_β에 들어가는 제품 소재로는 알프스산의 '암석' 소재가 가장 특별하다. 알프스 산맥의 암석을 의미하며, 표면이 자칫 까칠한 소재의 느낌으로 보일 수 있지만, 새로운 가공법을 통해 내부에서는 부드럽게 표현되게 했다.
운전석에서 보여지는 삼각형 콕핏 콘셉트는 운전자가 앞으로 향하도록 하는 전진성을 살렸으며, 앞·뒤 모든 좌석에서 탑승자의 눈높이에 차량의 센터 대시보드를 볼 수 있도록 의도했다. 또한, F1에 참가하고 있는 알핀 BWT팀의 레이싱 차량에서 영감을 받아 레이싱 차량처럼 시트가 뒤로 젖혀지며 누워서 타는 방식, 일반 운행 방식 두 가지로 설정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F1 핸들에서 영감을 받아 약간의 변형을 준 것도 눈에 띈다. 두 가지 방법으로 핸들의 가운데 구역의 형태를 바꿀 수 있는데, 일반 운행 시에 필요한 노멀 핸들 형식(디지털)과 스포츠 모드 주행 시 변경할 수 있는 F1 핸들 형식(아날로그)으로 형태 설정을 할 수 있다.
A390을 타는 사람도 A110을 타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휠을 디자인했다.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을 추구한 4인이 탈 수 있는 패밀리카이지만, 리어 스포일러 쪽을 더 날렵하게 디자인해 공기역학 콘셉트를 강조했다.
자동차로 산길, 산맥을 다니는 것을 즐겨하던 알핀 창립자 장 레델레는 처음 차를 만들 시절부터 알핀의 차는 산에서 탈 수 있도록 의도했다. 프랑스 알프스 산맥에서 다니는 차라는 것에서 이름을 따와 알핀(alpine)의 a자는 알프스를 의미한다.
차량 내부 문 쪽에는 알핀의 상징적인 형태를 투여해 삼각형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내부는 시트의 경우 눈 속에 파묻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고, 바닥은 알프스산맥의 딱딱한 암석으로 보일 수 있게 디자인했다.
전반적인 콘셉트는 산 위에 올려 있는 얼음으로, 차량 디자인에 자주 쓰이는 삼각형은 산과 알핀의 엠블럼 그리고 앞을 향한다는 전진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느낌은 마치 자연 속에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유리로 된 대시보드(3단계) 전진을 하면서 대시보드를 보면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했고, F1처럼 뒤로 눕혀질 수 있는 동작을 F1에서 비슷한 방식인 버튼 누르는 방식을 채택했다.
전체적인 디자인 형태는 공기의 흐름을 중요 시했다. 내부도 고려한 외부 디자인을 잡으려고 했다. 특히 A110의 루프 형상과 측면 디자인 일부를 인용해 헤리티지를 살렸으며, 알핀 브랜드의 상징인 눈의 결정체를 휠 디자인에 형상화했다.
A390_β에 들어가는 소재는 스포츠 차량에서 사용한 소재들이 많이 들어갔으며, 소재들 간의 비교를 통해 어떤 소재들끼리 합쳐지면 적합한지 테스트하는 프로세스가 있다. 2차 협력사를 통한 재생물질 혹은 신소재 개발로 보다 새로운 디자인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 소재 디자인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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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북부 소재 디에프 장 르델레 알핀 공장은 1969년 준공됐다. 이곳에서 A106, R5 알핀, 클리오 2 RS 등 다양한 고성능차가 만들어졌다. 현재는 경량 미드십 스포츠카 A110을 생산 중이고, 올해 말부터 중형 전기 SUV A390 제작에 돌입할 예정이다.
공장에서 만난 앤 캐서린 바셋, 알핀 제조 및 디에프 공장 담당 디렉터는 "공장 면적은 10만9000㎡(약 3만3000평)로 작은 편에 속하지만, 르노그룹을 대표하는 역사적인 모델은 대부분 이 공장에서 나왔다"며, "근무 인력 모두가 공장 및 생산 차량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고 말했다.
또 이어 "다가올 전기차 시대에 앞서, 우리가 지켜온 유산을 지속 발전시키기 위해 생산 설비를 개선하는 등 미래를 준비하는 데 역량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생산 설비 개선에 들어간 금액은 1000만 유로(약 150억원)라고 밝혔다. 바셋 디렉터는 "적은 액수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소규모 공장이기도 하고 일평균 생산 대수 역시 20대 미만이라 문제 될 건 없다"며, "개선한 생산 설비를 토대로 오는 12월부터 A390을 만들 예정이며, 내후년쯤 공개될 전기 A110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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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10 차체를 생산하는 공장 내부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가득했다. 알핀 유니폼을 입은 작업자들은 조립로봇과 한 팀을 이뤄 차체를 제작하고 있었다. 바셋 디렉터는 "여러 공정을 인간이 절반, 로봇이 나머지 절반을 맡아 수행한다"며, "로봇을 더 많이 투입하면 좋겠지만, 소량 생산 체제 구조상 지금과 같은 비율이 알맞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든 차체는 도장 과정과 부품 조립 등을 통해 하나의 차로 완성된다.
완성된 차는 공장 내 자리한 미니 트랙과 공장 인근 시내에서 15km가량 시험 주행을 마친 후 이상이 없으면 출고가 이뤄진다. 그는 "출고차 절반 이상은 A110 제품군 정점에 자리한 A110 R"이라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스포츠카인 만큼 작업자 모두가 열과 성의를 다해 생산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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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10 R은 일반 도로는 물론 트랙에서도 몰 수 있도록 운동 성능을 끌어올린 차량이다. 가벼운 무게, 탄탄한 하체, 민첩한 거동 등으로 주행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게 목표다.
공차중량은 1100kg 미만이고, 4기통 가솔린 터보차저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34.7kg.m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7단 듀얼 클러치. 엔진의 힘을 모두 뒷바퀴로 보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은 4.0초, 최고속도는 시속 284km다. 이러한 수치들 덕분에 이 차는 프랑스인들의 드림카로 통한다.
바셋 디렉터는 "내달 한국에 한정판 A110 20대가 출시되는 걸로 안다"며, "이미 준비는 해놨고, 수입사가 빨리 선정돼 가져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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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SUV A390 생산을 위한 설비는 A110 부품 조립 공장 내부 한편에 있었다. 바셋 디렉터는 "차체 조립과 도장 공정, 모터·배터리 제작은 인근 르노그룹 공장에서 진행하고, 이곳에서는 최종 조립만 담당한다"며, "비용절감·효율증대를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이어 "작업자들을 대상으로 A390 조립에 필요한 각종 교육도 실시했다"며, "향후 알핀 브랜드 주력 차종으로 자리할 A390 품질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에프 공장은 A390 본격 생산 시점인 내년, 전기 A110 공개 시점인 내후년을 거쳐 2030년까지 생산 과정 탄소중립을 실천할 방침이다. 다시 말해 2030년 이곳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든 차량은 전기차라는 얘기다.
바셋 디렉터는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생산 차량에 변화를 주는 것"이라며, "생산 설비도 지속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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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목적 스포츠카 '알핀, A390_β'
- 성열휘 기자 sung1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