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자동차의 진화, '주행'에서 '관리'로
자동차가 운전자를 읽는다… 하만 레디 케어가 보여준 방향
자동차 산업에서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부가 기능이 아닌 핵심 경쟁 요소로 자리 잡았다. 최근 완성차 업계의 경쟁 구도 역시 단순한 성능이나 디자인을 넘어, 차량이 얼마나 정교하게 운전자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지에 따라 갈리는 양상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의 자회사 하만 인터내셔널의 하만 오토모티브가 선보인 '하만 레디 케어'는 이러한 변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에서 열린 하만 오토모티브 행사에서는 차량용 '레디' 제품군과 카오디오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이 공개됐다. 현장에서 체험한 레디 케어는 기존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의 진화 방향을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냈다.
지금까지의 DMS는 졸음운전이나 시선 이탈 감지 등 이상 상황 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반면 레디 케어는 운전자의 생체 신호와 감정 상태까지 분석하는 방향으로 기능이 확장됐다. 차량 내부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전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필요시 주행 환경에 개입하는 구조다.
특히 단일 심박수 감지 기능은 기존 대비 정밀도를 끌어올린 요소다. 단순히 위험 상황을 감지하는 수준을 넘어, 운전자의 긴장도나 피로 누적 상태를 사전에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후 대응 중심이던 안전 기술이 사전 예방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탑승자 인식 기술도 눈에 띈다. 좌석 위치와 상태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해 에어백 전개 시점과 강도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충돌 이후 피해를 줄이기 위한 수동 안전 영역까지 확장된 접근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기술 방향은 유로 NCAP 등 글로벌 안전 기준 강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차량 안전 평가 항목이 운전자 모니터링과 탑승자 보호 기술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관련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다만 차량이 운전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수집·분석하는 구조인 만큼 데이터 활용 범위와 개인정보 이슈에 대한 논의는 불가피하다. 기술 완성도와 별개로, 실제 양산 적용 과정에서는 소비자 수용성과 규제 환경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변수에도 불구하고 하만 오토모티브는 기존 차량 하드웨어를 유지하면서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기능을 확장하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개발 부담을 줄이면서도 차량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쳐 기능을 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접근이다.
결국 레디 케어가 시사하는 것은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다. 차량이 운전자의 상태를 이해하고 개입하는 능동형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자동차 경쟁력은 이러한 시스템을 얼마나 정교하게 구현하고, 동시에 사용자 신뢰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