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의 혁명]④ 식탁의 공식을 바꾸다, 유통업계 ‘저당 설계 경쟁’
단맛은 줄었는데, 제품은 더 복잡해졌다. 저당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히 당 함량이 낮은지 여부를 넘어, 줄어든 당을 어떤 원료로 보완했는지까지 살펴보는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는 식품업계의 제품 설계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을 얼마나 줄였는지가 아니라, 줄어든 자리를 어떻게 구성했는지가 제품 완성도를 좌우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 흐름은 특정 제품군에 머물지 않는다. 음료에서 출발한 저당 트렌드는 소스와 장류, 디저트로 확산되며 식품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단순한 성분 조정 수준을 넘어 제품 기획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제로 설탕 식음료 시장 규모는 약 179억달러(약 24조원)로 2027년까지 연평균 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저당 열풍, 음료 넘어 장류·소스까지 식탁 전반에 확산
저당 트렌드는 더 이상 일부 건강식품이나 다이어트 제품군에 국한되지 않는다. 탄산음료 중심이던 제로·저당 제품은 고추장과 된장 등 전통 장류를 비롯해 굴소스, 드레싱 등 조미 식품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변화의 핵심은 적용 범위의 확대다. 음료와 간식에 머물던 저당 제품이 요리의 기본 재료 영역까지 확장되면서, 저당 소비가 일상 식생활 구조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및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제로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3683억원으로, 전년 대비 54.9% 증가했다. 전체 탄산음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25%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성장세는 소비자 인식 변화와 맞물린다. 가공식품 구매 시 영양성분을 확인하는 소비자 가운데 46.3%가 당류 함량을 최우선 기준으로 꼽았다. 저당 제품 선택 이유로는 건강 관리 및 다이어트가 70% 이상으로 가장 높았고, 성인병 예방이 뒤를 이었다.
제로슈거 음료 구매 이유를 보면 건강에 좋을 것 같아서(41.9%)가 가장 많았고, 맛이 궁금해서(27.6%), 단맛이 적어서(14.1%) 순으로 나타났다. 구매 시에는 맛과 향(38.6%)과 건강 효과(33.4%)가 주요 기준으로 작용했다.
기술 발전에 따른 맛 개선도 수요 확대를 뒷받침했다. 과거 인공감미료 특유의 끝맛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지만, 최근 제품은 일반 음료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풍미를 끌어올리며 소비층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탄산음료 중심이던 제로 제품이 이온음료, 에너지음료, 차음료 등으로 확장되며 시장 외연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 덜 단 제품에서 다시 설계된 제품으로 선택 기준 변화
저당 트렌드는 기업의 제품 개발 방식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핵심은 당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대체제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다.
켈로그는 저당 그래놀라에서 당 함량을 낮추는 대신 통곡물과 식이섬유를 강화해 식감과 포만감을 보완했다. 단맛 감소를 영양과 식감으로 대체한 사례다. 동서식품 포스트 그래놀라 저당 렌틸 오트 역시 스테비아와 알룰로스를 활용해 당 부담을 낮추면서, 렌틸콩과 귀리 등 원물 비중을 높여 풍미와 영양 균형을 확보했다.
대상 청정원의 하프 칼로리 마요네즈는 줄어든 지방을 식이섬유 등 식물성 소재로 보완해 질감을 유지했고, 삼립 피그인더가든은 저당 소스·드레싱을 통해 조미 식품 전반으로 활용 범위를 넓혔다.
유제품과 디저트 시장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우유는 알룰로스를 적용한 그릭요거트를, 파리바게뜨는 저당 케이크를 선보이며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디저트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감미료 기술의 고도화가 있다. 알룰로스, 스테비아, 에리스리톨 등 대체 감미료 배합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맛을 유지하면서도 당과 열량 부담을 낮추는 설계가 가능해졌다. 저당 제품이 단순 가공 단계를 벗어나 배합 설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확대와 함께 과제도 분명해지고 있다. 저당 제품이 반드시 저칼로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체 감미료와 보완 원료 구성에 따라 열량 구조는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제로 음료 상당수가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 인공감미료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장기 섭취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여전히 변수다.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거부감이 이어지면서, 천연 감미료 중심 제품으로의 전환 여부도 향후 변수로 거론된다.
저당이라는 표시가 건강식으로 인식되면서 섭취량이 늘어나는 이른바 건강 후광 효과도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당 함량뿐 아니라 전체 영양 구성과 원재료를 함께 고려하는 소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업계에서는 저당 트렌드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식품 설계 기준 자체를 바꾸는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시장은 얼마나 줄였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했는가에 따라 평가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