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수첩 신인 작가상 당선자 김정우, 과거 아이돌에서 現 소설가 되기까지
자신만의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파…소설가로서의 새출발을 이야기하다
문학수첩 신인 작가상으로 등단한 김정우는 동국대학교에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은 소설가로, 과거 연예계 활동 경험이 있다. 배우 차인표가 소설을 출간해 작가 활동을 이어온 사례는 있으나, 연예인 출신이 문학상으로 정식 등단하는 경우는 국내에서 드문 편이다. 그는 “오로지 소설로만 승부하고 싶어서”라는 이유로 과거 활동명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문학수첩 신인상 시상식에서 김정우 소설가는 등단 과정과 소설에 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Q. 언제부터 소설가를 꿈꿔왔나요?
특별히 어느 시점부터 그랬다기보단 어릴 적부터 꾸준히 책을 좋아하고 글 쓰는 걸 좋아했습니다. 이십 대 초반에 쓴 단편소설 2편이 각각 신춘문예 최종심에 오르고, 머지않아 장편소설이 자음과모음 문학상 최종심까지 올랐으나 그 뒤로 계속해서 낙방의 쓴맛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후 문학과 결별했고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아왔지만, 30대가 되고 나서도 계속해서 소설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는 상태였습니다. 딱 3년만 더 도전해 보자는 심정으로 대학원까지 진학하게 되었는데, 올해로 3년을 채운 시점에 다행히 소설로 등단하게 되었습니다.
Q. 등단작 <우는 소년>은 어떤 소설인가요?
〈우는 소년〉은 보이지 않는 세계가 삶의 틈새로 스며들 때, 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재발견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흐르는 빗물처럼 과거와 현재가 뒤엉키며 조금씩 한 인간이 내면의 어둠을 끌어안은 채 빛으로 건너가는 과정을 묵묵히 보여줍니다. 소설 속 인물이 말하고 싶은 바를, 그가 원하는 방식대로 풀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Q. 등단작 <우는 소년>이 다른 신인 작가들의 데뷔작과 다른 점이 있다면?
스스로 말하려니 부끄럽습니다. 아무래도 〈우는 소년〉의 강점은, 소설의 전개가 외부 사건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감정이나 이미지의 지형’을 따라 움직이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물기 어린 이미지와 서늘한 고백의 리듬이, 인물의 삶과 감정이 한데 맞물리는 순간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요즘 신인들의 소설 스타일을 굳이 쫓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소설 속 인물이 말하고 싶은 바를, 그가 원하는 방식대로 풀었을 뿐입니다.
Q. 이 작품을 쓰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지점과 가장 먼저 열렸던 문장은?
저는 소설을 그리 구성하고 쓰는 타입은 아닙니다. 영감이 오면 마구 써서 완성합니다. 이 소설도 어느 날 내 마음속에 떠올랐고 빠르게 집필해 아침에 완성했고요. 그래서 힘들었던 지점은 없었습니다. 다만 “당신은 비가 불어올 거라고 했습니다.”라는 소설 속 문장이 가장 먼저 떠올랐고, 연이어 “비가 왜 내리는지 저는 몰랐습니다만 인연이 언제 죽는지는 알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의 사진을 오랜만에 보았는데 그 얼굴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지요. 어쩌면 인연은 그때 죽는지도요”라는 문장이 열렸던 것 같습니다.
Q. 등단 이후 달라진 점, 그다음 차기작에 관하여
이제 막 등단을 한 만큼 실감이 나지 않지만, 앞으로도 지금처럼 글쓰기에 집중하며 차기작 발표에 심혈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대체로 환상 문학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지만 최근에는 30대 부유한 남성의 고독, 실존주의에 참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문학은 대부분 가난한 청년·여성·노인이 이야기를 끌어 나가는 형태입니다. 이와 관련한 인물을 그려나가 보고 싶습니다.
Q. 강남구에 거주한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강남구를 배경으로 소설을 쓸 생각도 있나요?
강남에 쭉 살았습니다. 이사할 계획은 딱히 없습니다. 늙으면 전원주택에서 살아보고 싶기는 해도. 강남구를 배경으로 쓴 단편 소설이 이미 있고 앞으로도 그런 걸 쓰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다른 일을 하다가 뒤늦게 등단을 꿈꾸는 중인 지망생들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문학을 오래 하기 위해선 하나의 고정된 직업을 갖고 있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막상 등단해도 생계유지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으로, 아직은 다른 직업과 문학 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등단 준비 과정에서부터 꾸준한 수익 활동이 요구되는 만큼 오히려 다른 일을 하면서도 등단의 끈을 놓지 않고 노력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저는 소설가로서 꿈이 아주 큰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무척 훌륭한 선배 소설가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주 가끔 작품을 발표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소설가가 되겠습니다.
김정우 소설가는 작품 발표 자체보다 자신의 문학 세계를 차근히 구축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편소설 출간을 제안받은 경험이 있지만, 서두르기보다는 독자가 공감할 만한 작품을 충분히 다듬고 싶어 집필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등단 이후에도 이러한 방식을 유지하며 자신만의 속도로 창작 활동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