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디지틀조선일보 아웃도어 섹션의 기획 연재 [움직이는 사람들]은 멈춰 있는 세상 속에서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산과 바다를 누비는 등산가와 서퍼, 한계를 넘는 러너와 코치, 그리고 치열한 구조 현장과 회복을 돕는 재활의 영역까지. 책상 앞이 아닌 현장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생동감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기록을 전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 국민생활체육조사 결과에 따르면 규칙적으로 운동에 참여하는 국민 중 7.7%가 주 활동 종목으로 러닝을 꼽았다. 이를 국내 10세 이상 인구 현황에 대입해 분석하면 현재 국내에서 정기적으로 달리기를 즐기는 인구는 약 370만 명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러닝 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내 활동이 제한되면서 본격화됐다. 타인과 접촉하지 않고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으로 러닝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2030 세대에게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혼자 뛰던 러너들은 점차 결합하기 시작해 이제 서울 내에서만 100개가 넘는 러닝 크루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러닝 크루의 확산은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크루를 통해 운동에 입문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하지만 명암은 존재한다. 대규모 인원이 줄을 지어 달리는 과정에서 보행자나 운전자에게 불편을 끼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른바 러닝 크루 전성시대가 마주한 현주소를 짚어보고 입문자들을 위한 조언을 듣기 위해 경기도 부천에서 활동 중인 러닝 크루 C.P.R(Central Park Running crew)의 운영진을 만났다.

부천중앙공원에서 활동하는 러닝 크루 C.P.R(Central Park Running crew)의 운영진 함 씨를 부천의 한 공원에서 만났다./염도영 기자

◇ 러닝 크루의 운영과 공동체 의식: "인사 전문가가 만드는 건강한 관계"

현재 운영진 함 씨는 본업인 인사팀 직무 경력을 살려 크루의 안정화와 멤버 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가 모이는 크루 내에서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경계하며, 건강한 모임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함 씨가 속한 C.P.R은 실력 중심의 배타적인 분위기 대신, 초보자도 안착할 수 있는 포용적인 문화를 지향한다. 그는 "빨리 뛰는 사람들은 자기 기록에 대한 욕심이 크기 마련이지만, 운영진으로서 처음 오신 분들이 완주할 수 있게 직접 옆에서 페이스를 낮춰가며 케어한다"며 이를 통해 초보자들이 정착을 잘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운영진으로서 겪는 고충에 대해서는 최근의 마라톤 열풍을 꼽았다. "대회 인기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10명이 신청하면 티켓팅 실패로 한두 명밖에 못 나가는 경우가 생긴다"며, 크루원들이 다 함께 대회를 즐기며 유대감을 쌓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나 함께 땀 흘리며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끼는 보람은 개인의 성취보다 더 큰 정서적 유대감을 준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마라톤 대회에 단체로 참가한 C.P.R 크루원들이 완주 후 크루 천막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제공=C.P.R

◇ 사회적 시선과 건강한 문화: "에티켓은 러너의 자존심"

최근 러닝 크루를 향한 소음이나 통행 방해 등 사회적 비판 여론에 대해 함 씨는 러닝 크루의 철저한 자정 노력을 강조했다. "공공의 공간에서 타인과 함께 뛴다는 사실을 늘 의식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가 운영진으로서 고수하는 '러닝 에티켓' 규정은 명확하다. 스피커로 음악을 크게 틀어 소음을 만들지 않는 것, 트랙에서 세 줄 이상 늘어서 뒷사람의 진로를 막는, 이른바 '길막'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함 씨는 인원 제한이나 트랙 이용 금지 등 지자체의 강한 규제들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함으로 여기기보다 성숙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진정한 러너의 자세"라고 전망했다.



◇ "모르는 이의 외침이 만드는 '대회 뽕'의 기적"

함 씨는 마라톤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대회 뽕(희열)'을 단순히 현장의 열기가 아닌, '타인이 건네는 에너지의 전이'로 정의했다. 10km 이상 뛰어본 적이 없던 그가 풀코스(42.195km) 완주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크루 동료들과 함께 도전하는 분위기 덕분이었다.

성공적인 완주를 위해 그는 6개월간 'LSD(Long Slow Distance, 평소보다 낮은 강도의 속도로 아주 길게 달리는 훈련법)' 훈련에 매진했다. 이렇게 철저한 준비에도 실제 대회 35km 지점에 이르자 근육 마비가 찾아왔다. 그 순간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생면부지 시민들의 응원이었다. "한 아주머니가 '고개 들어! 넌 할 수 있어! 이제 7km 남았어!'라고 외치는 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는 그는 타인의 격려가 신체적 한계를 증발시키는 강력한 에너지가 된다는 사실을 깊이 체험했다고 전했다.

다른 러너와 보행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트랙을 과하게 사용하지 않으며 러닝을 즐기는 C.P.R의 모습/염도영 기자

◇ 실전 노하우와 장비론: "자신의 몸을 읽는 것이 우선"

입문자들을 위한 조언으로 함 씨는 "무작정 뛰기보다 자기 몸에 맞게 뛰는 것이 1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관절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요소로 체중 감량을 꼽았다. "심한 비만이나 과체중을 벗어나 적정 체중으로 러닝을 한다면 기록도 향상시킬 수 있고 건강하게 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안전하게 뛸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 장비보다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장비 선택의 기준으로는 브랜드 인지도보다 본인 신체 특성에 맞는 제품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아무리 유명한 브랜드나 제품을 착용하더라도 본인의 몸에 맞지 않는다면 결코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일례로 족저근막염 환자나 평발인 사람에게는 아치를 지지해 줄 수 있는 안정화가 좋다고 알려졌지만, 평발인 본 기자가 실제로 구매해 착용해 본 결과 안정화를 신어도 발이 아팠다. 오히려 평평한 헬스용 운동화나 쿠션화가 더 편하게 느껴졌다. 이 점은 모두에게 적용된다기보다는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언제나 많은 정보 탐색과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

이어 함 씨는 초보자가 갖춰야 할 필수 장비로 발을 보호하는 '러닝화', 자세가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핸드폰을 수납할 수 있는 '러닝 벨트', 그리고 페이스와 심박수 확인을 위한 '워치'를 추천했다. 또한 컨디션 관리를 위해 휴식 역시 훈련의 일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건강한 신체에 깃드는 성취감"

함 씨는 러닝이 본인의 혈압 개선과 일상의 성취감을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단순히 달리는 1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은 에너지가 나머지 23시간의 삶을 지탱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첫발을 내딛기를 주저하고 있을 예비 러너들에게 "그냥 시작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초보들이 와서 러닝이라는 운동에 정착할 수 있도록 우리 같은 크루와 시스템이 기꺼이 동료가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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